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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Mar 05. 2021

언제나 용서해주는 아이

요즘 아이는 아빠에게 삐친 상태다. 평일에는 등원할 때만 보고 주말에도 일하는 경우가 생겨서, 아빠는 자기랑 놀기 싫어한다고 생각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도 아빠 싫다고 말한다.


어느 주말, 아빠가 뭘 하자고 해도 "아빠 싫어.", "아빠 미워.", "엄마만 좋아."를 번갈아 말하는 아이를 달래려고 드라이브(코로나 때문에 목적지 미정)를 하기로 했다. 오랜만의 가족 나들이에 신나 할지 알았으나 시큰둥한 아이. 나도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 보려고 하이톤으로 이것저것 말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뜬금없이 크게 웃었다.


아빠, 웃음이 나와?



무표정으로 툭 던진 아이의 말에 우리 부부는 뻘쭘해졌다. 아이의 속상함을 너무 가볍게 대한 것 같아서 미안했다. 일이 바빠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건 부모의 사정이다. 아이는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할 필요도 없다. 이해해주면 고마운 거지.


이렇게 차만 타고 돌아다니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한적한 카페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아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준 후, 남편은 아이의 마음을 풀어주려 노력했다. "아빠도 같이 놀고 싶어.", "○○이가 싫은 게 아니야."라면서.


아침에 일찍 나가서 아이가 일어나는 걸 못 볼 때나 일이 늦어져 어린이집에 늦게 도착할 때면, 나는 아이에게 꼭 사과한다. 그럴 때면 아이는 고맙게도 "괜찮아요. 엄마."라고 해준다. 그런데 아빠에겐 그러지 않는 게 이상했다. 아마도 아이 입장에서는 아빠에게 서운한 것이 쌓이고 쌓이는데 아빠가 사과도 하지 않으니 더 속상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남편에게 "남편과 아이가 유일하게 함께 하는 어린이집 등원 시간(15분도 안 되는 시간이지만)만이라도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려 노력해주면 좋겠다."라고 여러 번 말했다. 바쁜 아침에 쉽진 않겠지만,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얼마 전, 아이를 만나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내게 말했다.


아침에 아빠가 자꾸 계속 말해.



등원할 때 별말 없던 아빠가 계속 말하니까 왜 저러나 싶었나 보다. 그러다 곧,


아빠가 이제 ○○이를 좋아하기로 했나 봐.



라고 말했다. 원래 좋아했다고 말해주니 활짝 웃는 아이. 조금만 노력해도 아이는 엄마아빠를 용서해준다. 아이의 작고 여린 마음이 다치지 않게 언제나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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