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게 해줘서 고마워
아이는 유아반에 올라가고 난 후, 아가 티를 많이 벗었다. 워낙 호기심이 많은 편이기도 하지만, 어린이집에서 배우는 게 많아지면서 이것저것 말하는 게 정말 귀엽다. 그런데 조금씩 부족한 게 더 귀엽다. 자기도 엄마처럼 공부하고 싶다며 '조개처럼 생긴 컴퓨터(노트북)'를 갖고 싶다는 것까지도 귀엽다. 정말이지 귀여우니까 견디고, 아이 덕에 웃는다.
어린이집에서 ‘육체’에 대해 배운 날, 내 팔을 만지면서 딱딱한 게 뼈, 말랑말랑한 게 살, 그리고 안에 빨간 피가 있다고 말하다가 자기 배를 통통 치면서 말한다.
여기가 대장이야!
그러더니 냠냠하면 대장이 응가를 만들고 응가는 똥꼬로 나온단다. 배운 것을 생각하고 온몸으로 표현하면서 쫑알쫑알 과정을 설명하는 게 신기하고 기특했다. 엄마의 폭풍 칭찬과 리액션에 기분이 좋았는지 신나게 설명하다가 갑자기 자기 가슴을 통통 친다.
여기는 대원이야! 퉁텅(충성)!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장과 대원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이미 빵 터졌지만 자기가 잘해서 엄마가 웃는다고 생각하는지 계속하더라. 여기저기 만지며 설명하다가 자신 있게 자기 갈비뼈를 만지더니,
여기는 갈치뼈야!
하원 후, 종이에 그림 그리면서 잘 놀던 아이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문제가 생겼어.
엄마가 좋아하는 검은색이 없어.
어린이집에서 무슨 활동을 해도 '엄마가 좋아하는 검은색'을 꼭 쓰는 고마운 아이. 집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찾아보겠다며 다른 색을 먼저 쓰고 있으라고 했더니,
엄마 위에서 그림 그리고 싶어.
라고 말했다. 난 바닥에 누웠고, 아이에게 위로 올라오라고 손짓했는데 오지 않는다. 이게 아닌가 보다 싶어서 다시 말해달라고 하고 앞뒤 상황을 이어보니, 내 '위에서' 그리고 싶은 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 그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정확하지 않으면 어떠한가. 한 마디 한 마디가 그저 감동인걸. ㅠㅠ
아빠한테 꼬리 냄새가 나.
꼬리 냄새가 뭐냐고 물으니 이런 냄새가 날 때 내가 꼬리 냄새라고 한 적이 있단다. 당시 남편이 청국장을 끓이고 있었는데, 예전에 어느 곳을 지나면서 내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아이는 그때를 생각하며 말했던 거다. 꼬리 냄새는 꼬랑내였다. ㅋㅋㅋㅋㅋ
아이는 뛰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가 자주 넘어진다. 넘어져도 다시 뛴다. 어느 날,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또 넘어져서 딱지가 생긴 일이 있었다. 그곳을 한참 보더니,
피가 얼었어요. 안 추웠는데 이상해.
라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피가 굳은 것을 얼었다고 표현한 거다. 그러다가 벌레 문 자리를 긁어서 피가 얼었던(딱지가 생겼던ㅋㅋㅋ) 친구를 봤다며, 벌레가 어린이를 물지 않으려면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병원 종사자들을 말할지 알았는데,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카라멜론(?)이 벌레를 먹어야 해.
카라멜론은 카멜레온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햄버거 꼬기(고기) 팬티야?
어느 날, 햄버거 가게에 갔는데, 햄버거를 보던 아이가 햄버거 패티를 가리키며 한 말이다. 갑자기 크게 한 말이라서 옆 테이블 사람들도 웃을 정도였다. 예전에 남편과 햄버거 영상 보면서 패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걸 기억하고 한 말이었다.
얼마 전에 하늘에서 내린 ‘눈’과 얼굴에 있는 ‘눈’을 이야기하면서 동음이의어에 대해 아이가 신기해했던 적이 있는데, '팬티'도 그런 건 줄 알았나 보더라. 진지한 아이의 표정에 웃음이 자꾸 나와서 웃음 참으며 정정해주느라 혼났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패티는 뽀로로 친군데, 꼬기 이름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