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 없던 어린이집 변경

by 고양이상자

2021년 1학기를 마감한 후, 2학기 강의 준비를 시작하기 전에 밀린 일 처리도 하고 좀 쉬고자 했던 7월 중순. 쉬기는 개뿔. 계획에 없던 일이 생겨서 더 바빴다.



| 갑작스러운 통보


평소와 다름 없이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갔는데, 원장님이 잠시 이야기 좀 나누자고 했다.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 살짝 긴장했지만, 이야기의 주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아이가 다니는 반이 없어진다고 한다. 그것도 7월말까지만 운영한단다. 응?? 너무 갑작스럽게 한달도 아니고, 2주 전에 통보받았다. 하…


어린이집은 크게, 4세까지 다니는 곳과 취학 전인 7세까지 다니는 곳으로 나눌 수 있다. 5세부터는 유아에 속해서 유치원으로 이동하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4세까지 연령별 각 반으로, 유아는 통합반(5~7세)으로 운영하는 어린이집이었다. 돌 전부터 어린이집에 다닌 아이는 첫 번째 어린이집을 거쳐, 이사 후 현재 어린이집에서 2년을 수료하고 3년째 다니는 중이다. 그곳에 5세까지 보내고, 취학 전 2년은 규모가 있는 어린이집에 보낼지 유치원에 보낼지 고민해 보려 했다. 아이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는데, 타의로 이렇게 되어서 너무 안타깝다.


작년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어린이집에 5세 반이 생기는지 물었다. 코로나로 가정 보육이 늘었고 동네에 국공립 유치원이 생겨서 작은 규모의 어린이집에는 유아반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기려면 대기를 걸어놓고 기다려야 하고, 유치원이나 규모가 큰 어린이집은 접수 기간이 별도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던 때였다. 어린이집에서는 최소 인원으로라도 꼭 운영할 것이라고 했고, 나는 그 말을 믿었다. 4세가 10명이 넘으니 그 인원의 반이라도 같이 다니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다행히 5명이 모여서 5세 1반이 만들어졌다. 정원에 턱없이 못 미치니 어린이집 입장에서는 운영상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코로나 상황이기도 하니까 오히려 인원이 적은 것이 모두에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곳에서 잘 마무리한 후, 올해 하반기부터 6, 7세를 각 반으로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대해서 천천히 알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반이 없어질 예정이니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봐야 한다는 소리를 갑자기 들은 거다. 그동안 2명이 그만두고 우리 아이를 포함한 3명으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3명 중 1명이 다른 어린이집으로 간다고 했단다. 3명은 정말 최소의 최소 인원이었는데 2명으로 한 반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5세부터는 유아이기 때문에 4세와 혼합반으로 운영할 수도 없다고 한다. 어린이집 입장에서도 대기 인원이 많은 3, 4세 반을 더 만들어서 정원 채워 운영하는 것이 낫겠지.


어린이집에서는 작년말부터, 1년 동안 다닐 것이라는 부모들의 확답을 받고 5세반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아이들은 이 어린이집에 1~2년 동안 다녔기 때문에 어린이집에서도 부모들의 말을 신뢰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이렇게 됐다. 각자 사정과 이유가 있겠지만, 3명의 부모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다른 부모들과 아이들이 피해를 입은 건 사실이다. 그들은 이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아이를 보내고 싶은 다른 기관에 대기를 걸어놓고 있다가, 그곳에 자리가 나니 옮긴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1년 동안 운영될 것이라고 믿은 사람들만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이들, 특히 영유아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학기 중에 기관을 옮기는 건 교육상, 정서상 너무 안 좋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좋은 교육을 시키겠다고 학기 중에 이리도 옮겨대는지 모르겠다. 1년에 세 곳을 보낸 부모도 봤을 정도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그러지 않으면 좋을 텐데.



| 어린이집 탐색과 정리


먼저 9월부터 천천히 알아보기 위해서 '즐겨찾기' 해놨던 <유치원 입학 관리 시스템 - 처음 학교로>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마침 2학기 모집 기간이더라. 지역 국공립 유치원 몇 곳의 세부 내용을 보니, 만3세(5세)는 방과후 과정이 없거나, 정원이 모두 차 있었다. 방과후 과정에 다닐 수 없다면 오후 3시 전에 하원해야 한다. 유치원에 다닐 경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으니 내가 일할 수도 없다. 또한, 접수한다고 추첨된다는 보장도 없으니 유치원은 포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원래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포기하고 나니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의 인생에 유치원은 없구나.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미안. 즐겨찾기 해제.


그리고 관심을 가지고 있던 어린이집 사이트의 즐겨찾기도 해제했다. 그 어린이집은 규모가 있고 접수 기간이 정해져 있는 곳으로, 설립주체가 달라 <임신육아종합포털 - 아이사랑>에서는 대기할 수 없어서 '즐겨찾기' 해뒀던 곳이다. 이곳과 유치원을 비교하면서 잘 선택해보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 계획대로 되는 일이 많지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너무 씁쓸하다.


마음을 추스르고, 아이가 8월부터 들어갈 수 있는 어린이집을 찾아보기 위해 정말 오랜만에 '아이사랑'에 접속했다. 그동안 폰으로 보육료 결제만 하다가 PC로 접속하려다 보니, 인증서를 다시 등록해야하더라. 그 과정조차 너무 하기 싫었다. 모든 하고 싶을 때 해야 효율적인데.


어린이집을 찾는 내 첫 기준은 도보 등하원이 가능한 곳이다. 노란 버스는 아직 이용할 생각이 없다. 사고가 빈번하여 안전상의 두려움도 있지만, 등원하면서 (평일 야근이 많아서 아이와 보낼 시간이 적은) 아빠와 아이가 보내는 시간이, 하원 후 엄마와 아이가 함께 산책하는 시간이 우리 가족에게는 너무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제일 오가기 편한 곳은 단지내 어린이집이다. 하지만, 이 동네에 이사와서 어린이집을 알아보며 상담할 때 이미지가 너무 안 좋았던 곳(형제자매만 받는다고 했던 곳)이라서 넘겼다. 그러고 나서 도보로 등하원이 가능한 주변 어린이집을 찾은 후에 각각의 대기 인원을 살펴봤다. 정원이 차지 않은 어린이집이 대부분이었지만, 학기 중에 입소 신청을 받지 않는 곳도 있기 때문에 유선상 확인해보는 게 정확하다. 8월이 아닌, 2학기가 시작되는 9월부터 입소 가능한 곳도 있으니 말이다. 일단 1차로 명단을 추린 후, 운영 시간과 선생님들의 근로 기간, 특별활동 운영 프로그램을 살펴 봤다. 이것도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참고하면서 2차 명단을 확정했다.



| 새 어린이집 결정과 아이와의 대화


어린이집에 보낸다면, 연령별로 구분해서 운영하는 곳에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대부분 유아통합반이어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그래서 5세는 별도로 운영하고 6~7세는 통합해서 운영한다는 곳부터 전화했다. 원래 이곳은 정원이 꽉 차던 곳이었는데 동네에 국공립 유치원이 생기면서 유아반에 여유가 좀 생겼다고 한다. 되더라도 9월부터 입소 가능할지 알고 별 기대없이 전화했는데, 다행히 8월부터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첫 번째 전화에서 끝날 수 있을지 몰랐다. 역시 자료는 불필요한 것을 삭제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그 기준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말 다행이다. 우선 '아이사랑'에 접속해서 '입소대기 신청'을 한 후, 어린이집에 방문해서 상담했다. 그리고 어린이집 소개 자료와 작성할 서류를 받아왔다. 이 어린이집에 다닐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앞날은 정말 모른다.


이젠 아이가 커서 어떤 변화가 생기면 아이에게 상황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예전에도 아이에게 말하긴 했지만 일방적으로 내가 말한 거였고, 아이가 듣기는 했지만 상황을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젠 대화가 통하니, 상황에 대해 잘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워낙 지금 어린이집을 좋아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말을 시작했다. 내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가는 거야?


생각도 못한 질문이었다. ○○는 4세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로, 이 어린이집에 4세까지만 다니고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긴 아이였다. 정해진 짝은 아니었지만, 둘이서 잘 지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찍어준 사진에도 유난히 둘이 찍힌 사진이 많았고, 하원길에 우연히 만나면 그 친구는 내게 "☆☆ 엄마다!"라고 하면서 아는 척을 했다. 그동안 말하지 않아서 몰랐는데 그 친구가 꽤 보고 싶었나 보다. 그렇게 보고 싶어하는지 몰랐다. 그 많은 친구 중에 그 친구 이야기만 했으니까.

어제 어린이집에 ○○가 놀러왔어.


아이는 어린이집 이야기는 하지 않고, ○○와 함께 놀았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시간 개념이 아직 잡히지 않아서 예전에 있던 일이면 '어제'라고 하기 때문에 아마 4세 때 이야기를 하는 것일 테다. 너무 보고 싶어하길래 예전에 찍은 사진을 함께 보면서 아이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는 새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했어.
나랑 계속 놀고 싶댔어. 근데 갔어.


둘이서 그런 대화를 했구나. 너무 모르고 무뎠다. ○○ 엄마 연락처 좀 알아 놓을 걸. 아니, 연락처를 안다고 해도, 그 아이는 지금 어떨지 모르니 만나자고 하기도 그렇고 참 애매하다. 그 엄마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니까. 한 동네에 살면 언젠가 만날 수 있겠지. 같은 초등학교에 진학할 수도 있고. 마음이 좋지 않다.



| 그래도 웃으며 살아야지


내가 풀타임으로 일하지 않아서, 게다가 방학 중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마 직장 생활을 하는 중에 이런 통보를 받았다면 말 그대로 멘붕이었을 거다. 첫 어린이집은 육아휴직 중이라서 그나마 괜찮았는데, 이사를 하면서 새 어린이집을 알아볼 때는 직장에 다니는 중이라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알아보느라, 상담하느라, 그리고 적응 기간을 보내느라 나와 남편의 휴가를 거의 다 썼을 정도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잘 됐다고 생각하려 한다. 올해 하반기에 고민하며 보냈을 시간을 벌었으니 말이다. 뭐하나 사려 해도 비교하느라 시간을 많이 쓰는 편인데, 2년 동안 아이가 다닐 기관을 비교하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썼을까 싶다. 취학 전에 다닐 중요한 곳이니 더 많이 고민했겠지. 유치원에 대한 미련도 쉽게 버리지 못했을 거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매일 마지막까지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새 어린이집에서는 5명 정도가 남아 있는다고 하니, 아이에게도 훨씬 좋을 것이다. 또, 4세 때에도 언니오빠들 따라하면서 배운 게 많기 때문에 통합반도 괜찮을 거다. 이렇게 애써 좋은 점을 찾고 있다.


이래저래 머릿속이 복잡한 하원 길, 아이와 산책하면서 참새 무리를 만났다. 작은 참새가 귀엽다며 멀찍이 떨어져서 참새를 지켜보던 아이는, 하늘을 날아가는 큰 새들을 보더니 참새의 엄마아빠냐고 물었다. 저건 다른 새고, 참새는 원래 작아서 엄마아빠도 작다고 이야기했더니 자기는 큰 참새를 봤단다. 참새와 비슷한 새가 있나 싶어서 어디서 봤냐니까 아이는 자신 있게 외쳤다.

꿈에서!!!

자신 있게 외치는 아이의 모습이 황당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웃음이 나왔다. 그래, 앞으로 계획대로 안 되는 일이 얼마나 많겠어. 이렇게 살자. 웃으면서 단순하게. 너는 잘할 거야. 내가 문제지.



<관련 글>

어린이집이란 무엇인가

애착만큼 중요한, 분리

어린이는 어린이집에

어린이집 vs 유치원


매거진의 이전글조금씩 부족해서 더 귀여운, 에피소드 5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