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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Oct 22. 2023

1-2. 너의 성장과 변화

1. 너와 나의 성장

올초에 너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어.

올해까지 다니려던 어린이집에 7세 반이 없어지면서

유치원에 가게 된 거지.

어린이집 다니다가 초등학교에 진학할 계획이었는데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진 않아.

자의가 아무리 확고해도

타의로 어긋나는 경우가 꽤 많거든.

그래도 계획은 세우는 게 좋다고 생각해.


아무튼, 복직해야 하는 엄마 때문에

돌 전부터 어린이집에 갔던 너라서 습관이 된 건지,

유치원도 잘 적응해 줘서 정말 고맙고 미안했어.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다.
예쁘게 말한다.
오물오물 잘 먹는다.
단체 생활에 걱정할 것이 없다.
집중력과 관찰력이 좋다.



너를 예쁘게 봐주시는 분들은

너를 잘 키웠다며 나를 칭찬해 주셔.

그동안 너의 협조 덕에 내가 칭찬받아왔어.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내년이면 너는 초등학생이 돼.

유아가 아닌, 아동인 거지.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달랐던 것처럼,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또 다를 거야.

다양한 친구도 만날 테고, 공부할 것도 많아질 테고,

새로운 경험과 도전할 일이 생길 테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너는 잘할 거라 믿지만,


방과 후 과정에 떨어지면 어쩌나,

여러 학원을 보내야 하나,

친구들과 잘 지낼까,

좋은 선생님을 만날까, ...

너무너무 걱정 돼.


어린이집과 유치원 선생님들은

네가 걱정할 필요 전혀 없는 아이라고 해주시는데도

나는 왜 이리 걱정되나 몰라.


너는 호기심이 넘치고 활동 참여율이 높으니,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행복한 초등학생이 될 거야.

나도 걱정을 내려놓고 너를 믿으면서

너의 초등학교 생활을 응원하도록 할게.



| 자립심 향상


너는 의존성이 낮은 편이야.

맞벌이 엄마 아빠를 만나

하루의 대부분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보내면서도

그 바쁜 아침에 한 번도 안 가겠다고 한 적이 없어.


말 못 하는 아가 때도 빠이빠이 하면서 잘 들어갔고,

퇴근하고 데리러 가면 방긋 웃으면서 맞이해 줬지.

혹자는 아가 때야 뭘 모르니까

그랬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넌 정말이지 부족한 내게 큰 힘이 된 아가였어.


언젠가 아침에 네가 좀 피곤해 보이길래

“엄마 휴가 내고 집에서 쉴까?”라고 했더니

네가 이렇게 말했어.


“엄마는 학교 가고, 아빠는 회사 가고,

나는 어린이집 가는 게 우리 집 규칙이야.”라고 말이야.

기특하면서도 짠하면서도 고마웠던 너의 말.


오래된 이론인 ‘3세 신화’를 기반으로 한,

오지라퍼들의 잔소리

(애가 불쌍하다, 애 걱정도 안 되냐,

어떻게 떼 놓고 일을 하냐, 모성애가 부족하다, …)에

쌓여 갔던 죄책감이 너의 한마디에 사라져 버렸어.

그 잔소리들은 엄마들한테만 한다는 건 안 비밀.


이런 너이기에 걱정은 덜 되지만,

초등학교는 또 다른 환경이기에 걱정이 돼.

지금껏 해왔던 것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일이 많아질 테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도 생길 테니까.


그나마 생각과 의견을 잘 표현하는 편이니

이제 응가 닦는 것만 마스터하면

초등학교 생활엔 별 문제없을 거야.

그렇게 믿고 싶어.


나는 육아의 최종 목표가 독립이라고 생각하는데,

네가 나를 닮아서 자립심은 강한 것 같아 다행이야.



| 신체 변화


얼마 전에 목욕하고 나서

갈아입힐 옷을 챙기러 갔다가 나와보니

네가 전신 거울로 소중이를 보고 있어서 놀랐어.

엉덩이를 거울 쪽으로 향하게 하고 허리를 숙여서

다리 사이로 보고 있는데

뭔가 기괴하면서도 웃기고 그렇더라.


신체에 대해 궁금해하는 너와 함께

자료를 찾아보고 책을 읽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네가 많이 성장했다는 걸 느꼈어.


남자 소중이는 달랑거려서 뛸 때 불편하겠다며

남자 친구들 걱정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기도 했지.


생후 100일 즈음에 산후조리원 동기들과

누군가의 집에서 모인 적이 있어.

그때 남자아기가 기저귀를 갈고 있었거든.

그런데 네가 기어가더니 엎드린 자세로

그 친구의 소중이를 뚫어지게 쳐다봐서

엄마들이랑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

그 남자아기의 엄마는 아직도 가끔 그 이야기를 해.

너의 집중력(?)이 대단하다고 하면서.



| 친구 관계


세상이 워낙 험한 것도 걱정되고,

코로나 시기를 겪다 보니 홈스쿨링도 고려했었어.

그런데 네가 선생님과 친구들을 너무 좋아해서

학교에 가는 걸로 결정했지.

내가 원하는 것보다 네가 원하는 게 중요하니까.

친구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주체적으로 행동한다면

잘 적응하지 않을까 싶어.


공부는 걱정하지 않아.

원래 7세 여름 방학부터 한글 교육을 해 볼까 했는데

5세부터 한글에 관심 가지더니,

6세엔 웬만큼 읽고 쓰게 된 너니까 말이야.


물론, 획순과 맞춤법은 엉망이지만,

차차 괜찮아지겠지.

앞으로도 그렇게 스스로 알아가며

배움에 흥미를 잃지 않길 바랄 뿐.


내가 걱정하는 건, 친구들과의 관계야.

서로 경청과 공감하면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평생 친구가 생기면 좋겠는데 잘 모르겠어.


내가 만들어 줄 수 있는 게 아니니

네가 놀고 싶다는 친구가 있으면, 같이 노는 정도야.

그런데 내가 모르는 친구가 앞으로 더 많아지겠지.

앞으로 네가 어떤 친구를 만날지 궁금해.


나와 네 아빠가 너의 버팀목이듯,

너의 친구들 중에 일부는

너의 또 다른 버팀목이 될 거야.

너도 그 친구들에게 버팀목이 되어 줄 테니,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는 거지.

어느 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하지 않고

서로 배려하는 상호보완 관계였으면 좋겠어.

친구들과 함께,

지지하고 협력하는 능력을 키워 가는 거야.


청소년기의 우정은 불완전하지만,

서로 강점을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면서,

함께 걸어가면 돼.


너와 네 친구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가 쌓일 거고,

그 이야기를 나눌 때면,

청소년기로 돌아간 느낌을 받아서

즐겁게 웃을 수 있을 거야.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어린이집에 다닐 예정이었는데

7세에 갑자기 유치원으로 가게 된 너.

여자아이들이 안 놀아준다고 슬프다고 했어.

단짝의 개념이 있는 일부 여자아이들은

새로운 친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

안타까웠어.


우정은 양보다 질이야.

다수의 친구와 모두 친해지려고 하지 않아도,

너와 놀지 않는 친구와 친해지려고 하지 않아도 돼.

여자든 남자든, 너보다 나이가 많든 어리든,

소수의 친구와 진한 우정을 쌓아서

그들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면 더 바랄 게 없어.


다만, 누군가를 아래로 보는(무시하는)

시선을 가지진 않길 바랄게.

어쭙잖은 선민의식을 가지고

'나보다 못한 사람을 돕는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는

오만한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넌 어떤 친구와 친해질까?

친구들과의 관계는 잘 형성될까?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질까?

어떤 취미를 가지게 될까?

공부의 중요성을 알고 스스로 공부할까?

꿈이 뭘까?


궁금한 것 투성이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물어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화를 많이 한다면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될 텐데,

쉽지 않을 거야.



| 취향, 성격, 가치관 형성


공룡, 자동차, 로봇을 좋아하던 아가는

또래 문화를 접하면서 유니콘에게 빠진 유아가 됐어.

유니콘에 빠진 건 괜찮다고 생각해.

말은 멋진 동물이고, 여러 색을 사용하니까.

하지만, 뽀로로 친구 루*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분홍색인 여자 캐릭터는

정말 안 좋다고 생각해.

미디어가 [여자아이 = 분홍]이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서 나는 네 옷이나 물건을

분홍색으로 산 게 거의 없어.

선물로 받는 게 거의 분홍색인데

나까지 분홍색을 사고 싶지 않았으니까.


이젠 네가 분홍색을 선택하면 사주긴 해.

분홍색만 고집하지 않는 너의 선택이고

분홍색은 죄가 없거든.

분홍색이 얼마나 고운 색인데.


지금은 내 영향을 많이 받지만,

성장하면서 너는

너의 취향도 고려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생각하면서

여러 선택을 할 테고

그로 인해 성격과 가치관이 형성되겠지.


올바르게 형성되리라 믿어.



| 너의 성장과 변화를 바라보며


너의 정신적 신체적 성장과 변화를 지켜보면서

너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하려고 노력 중이야.


내가 싫어도 너는 좋을 수 있다는 걸,

너는 내 소유가 아닌, 독립된 인격체라는 걸,

명심, 또 명심할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너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일지도 몰라.

너의 개성과 선택을 존중하고

너의 감정과 의견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지지하는 모습을 갖추려 노력해야겠지.

너와의 소중한 인연을 제대로 유지하면서 동시에

너의 독립을 지지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일 거야.


그런데 말이야.

정말 아니다 싶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 잘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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