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와 나의 성장
너만 성장하는 게 아니야.
여러 감정을 느끼면서 나도 성장하며 변화하고 있어.
나를 성장하게 한 건, 너와의 모든 경험이야.
너무 소중하고 감사해.
내 안의 네 존재를 인식한 후, 책임감이 커졌어.
원래 책임감이 큰 성향이긴 하지만,
생명에 대한 책임감은 더 크더라.
세상이 말하는 모성애가 아니라,
너를 세상에 내놓았다는 책임감,
그 책임감이 나를 버티게 했어.
청소를 그렇게 귀찮아하면서도
네가 있는 자리는 꼭 소독했고,
요리를 그렇게 귀찮아하면서도
네 이유식은 만들어 먹였고,
쇼핑을 그렇게 귀찮아하면서도
가격 비교하며 네 물건 샀고,
일 마친 후에 너무 피곤해도
하원 후 만난 너와 놀이터에서 놀거나
산책하고 나서야 집에 왔으니까.
세상에 내놓은 책임감으로
너를 안전하고 행복하게 보살피려 노력했어.
육아 관련,
엄마는 당연히 하는 걸로 여기면서,
아빠가 어쩌다 하면 칭찬하는
세상의 각박함에 지치기도 했어.
엄마도 아빠도 처음인데 말이야.
네 아빠 정도면 잘하는 거라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던 적도 있을 정도야.
신생아는 두세 시간 정도 텀으로 수유를 해야 해.
육아 휴직 중일 때
새벽에 네가 살짝만 울어도 나는 깨는데,
코 골며 자는 네 아빠를 보며 화난 적이 많았어.
너의 울음소리와 네 아빠의 코 고는 소리를
같이 들어야 하는 내가 너무 안쓰럽고 불쌍했거든.
그런데 아무도 내 힘듦을 토닥여주지 않았어.
네 아빠는 회사에 가야 해서 피곤하니
깨우지 말라는 말만 들었지.
그래도 네 아빠에게 역할을 부여해서
육아는 함께 하는 일임을 주지 시켰어.
나는 누군가에게 일을 맡기기보다
내가 알아서 하는 게 속 편한 스타일인데
마음을 비우면서 일을 나누는 법을 배웠어.
제대로 안 하고, 내 마음에 차지 않더라도
맡겨야 하게 돼.
아빠들이 못하는 게 아니야. 안 맡겨서 그래.
나는 세상을 그리 아름답게 보는 편이 아니야.
무한 긍정인 사람을 불편해할 정도거든.
그런데 너와 함께 있으면
세상이 조금은 예뻐 보이더라.
네가 살아갈 세상은 더 예쁘길 바라는 마음이
반영된 거라고 생각해.
게다가 난 융통성이 없는 원칙주의자라
상대가 아무리 덩치가 있고 권력이 있더라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인데
네가 옆에 있으면 한없이 작아지더라.
너한테 피해가 갈까 봐 말이야.
이건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몸을 사리는 것도,
똥은 더러우니 피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너로 인해 배운 것 같아.
그런데 네가 말하더라.
“저 아저씨 담배 연기 우리한테 와요.”,
“저 아줌마 무단횡단해요.”,
“저 사람 쓰레기 버렸어요.” 등등.
이런 건 안 닮았으면 하는데
어쩔 수 없나 봐.
난 교육학을 전공했어.
그런데 오랜 기간 공부해서 얻은 지식들과
유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대상과 함께 했던 경험은,
부모로서 배워야 하는 것과는 또 다른 것이더라.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내가 표현하는 사랑이 잘 전달될지,
고민하고 고민하며 노력했어.
동물처럼 인간도
태어나자마자 걸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나만 바라보는 아가를 돌보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었어.
그런데 앞으로 더 성장하고 독립해 나가면
내 역할이 더 복잡하고 어려워질 테니
너의 세상을 함께 알아가면서
공부해야 할 것이 더 많아질 거야.
그럼 또 나는
너와 함께 성장하고 변화하겠지.
너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지원자로서
네가 성장함에 따라 나도 더 강해지고,
더 단단해질 거라고 생각해.
네가 나에게 자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인만큼
나도 네게 그런 존재가 되도록 노력할 거야.
아니, 자랑스럽지 않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