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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Oct 22. 2023

1-4. 나의 성장과 변화

1. 너와 나의 성장

너만 성장하는 게 아니야.

여러 감정을 느끼면서 나도 성장하며 변화하고 있어.

나를 성장하게 한 건, 너와의 모든 경험이야.

너무 소중하고 감사해.



| 더 강해진 책임감


내 안의 네 존재를 인식한 후, 책임감이 커졌어.

원래 책임감이 큰 성향이긴 하지만,

생명에 대한 책임감은 더 크더라.

세상이 말하는 모성애가 아니라,

너를 세상에 내놓았다는 책임감,

그 책임감이 나를 버티게 했어.


청소를 그렇게 귀찮아하면서도

네가 있는 자리는 꼭 소독했고,

요리를 그렇게 귀찮아하면서도

네 이유식은 만들어 먹였고,

쇼핑을 그렇게 귀찮아하면서도

가격 비교하며 네 물건 샀고,

일 마친 후에 너무 피곤해도

하원 후 만난 너와 놀이터에서 놀거나

산책하고 나서야 집에 왔으니까.


세상에 내놓은 책임감으로

너를 안전하고 행복하게 보살피려 노력했어.



| 역할 나눔


육아 관련,

엄마는 당연히 하는 걸로 여기면서,

아빠가 어쩌다 하면 칭찬하는

세상의 각박함에 지치기도 했어.

엄마도 아빠도 처음인데 말이야.


네 아빠 정도면 잘하는 거라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던 적도 있을 정도야.


신생아는 두세 시간 정도 텀으로 수유를 해야 해.

육아 휴직 중일 때

새벽에 네가 살짝만 울어도 나는 깨는데,

코 골며 자는 네 아빠를 보며 화난 적이 많았어.

너의 울음소리와 네 아빠의 코 고는 소리를

같이 들어야 하는 내가 너무 안쓰럽고 불쌍했거든.

그런데 아무도 내 힘듦을 토닥여주지 않았어.

네 아빠는 회사에 가야 해서 피곤하니

깨우지 말라는 말만 들었지.


그래도 네 아빠에게 역할을 부여해서

육아는 함께 하는 일임을 주지 시켰어.


나는 누군가에게 일을 맡기기보다

내가 알아서 하는 게 속 편한 스타일인데

마음을 비우면서 일을 나누는 법을 배웠어.

제대로 안 하고, 내 마음에 차지 않더라도

맡겨야 하게 돼.

아빠들이 못하는 게 아니야. 안 맡겨서 그래.



|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나는 세상을 그리 아름답게 보는 편이 아니야.

무한 긍정인 사람을 불편해할 정도거든.

그런데 너와 함께 있으면

세상이 조금은 예뻐 보이더라.

네가 살아갈 세상은 더 예쁘길 바라는 마음이

반영된 거라고 생각해.


게다가 난 융통성이 없는 원칙주의자라

상대가 아무리 덩치가 있고 권력이 있더라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인데

네가 옆에 있으면 한없이 작아지더라.

너한테 피해가 갈까 봐 말이야.

이건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몸을 사리는 것도,

똥은 더러우니 피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너로 인해 배운 것 같아.


그런데 네가 말하더라.

“저 아저씨 담배 연기 우리한테 와요.”,

“저 아줌마 무단횡단해요.”,

“저 사람 쓰레기 버렸어요.” 등등.


이런 건 안 닮았으면 하는데

어쩔 수 없나 봐. 



| 성장하며, 변화하며


난 교육학을 전공했어.

그런데 오랜 기간 공부해서 얻은 지식들과

유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대상과 함께 했던 경험은,

부모로서 배워야 하는 것과는 또 다른 것이더라.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내가 표현하는 사랑이 잘 전달될지,

고민하고 고민하며 노력했어.


동물처럼 인간도

태어나자마자 걸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나만 바라보는 아가를 돌보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었어.


그런데 앞으로 더 성장하고 독립해 나가면

내 역할이 더 복잡하고 어려워질 테니

너의 세상을 함께 알아가면서

공부해야 할 것이 더 많아질 거야.

그럼 또 나는 

너와 함께 성장하고 변화하겠지.


너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지원자로서

네가 성장함에 따라 나도 더 강해지고,

더 단단해질 거라고 생각해.

네가 나에게 자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인만큼

나도 네게 그런 존재가 되도록 노력할 거야.


아니, 자랑스럽지 않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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