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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Jul 21. 2018

아이를 기르고 싶은 사회가 되길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난 아가들의 명복을 빌며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직업이 몇 가지 있다. 그중의 하나가 유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이다. 모든 직업에 사명감이 있어야지 무슨 소리냐며 비아냥댔던 사람도 있었지만, 이 직업은 사명감이 없으면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아이를 좋아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를 좋아하는 것과 아이를 돌보는 것은 천지 차이다.


잇따른 어린이집의 영아 사망 소식에 마음이 너무 무겁다.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이런 사고. 관련자 모두 엄벌을 받고, 다시는 유사 직종에 종사하지 못해야 한다. 그 작은 아가는 무슨 잘못이 있어서 그런 고통 속에서 죽어가야 했을까. 너무 마음이 아프다.


아이를 무척 좋아해도 유아동과 관련된 일은 너무 힘들다. 아이를 워낙 좋아하는 나도, 예전에 아이들을 가르쳤을 때 울컥울컥 하던 순간이 있었으며, 순한 편인 아가 한 명을 돌보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영아의 경우 보육교사 1명이 3명의 아가를 돌봐야 한다. 만약 본인이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다른 직업을 찾길 바란다. 제발.


그리고 나는 어린아이가 죽었을 때 사람들이 흔히 하는 이런 말이 너무 싫다. 아가가 너무 귀여워서 신이 일찍 데려갔다든지, 하늘에 일손이 부족해서 천사를 데려갔다든지, 천사가 있는 것을 알려주려고 신이 아가를 잠시 내려보낸 거라든지. 그런 모습의 신이라면 너무 옹졸하고 이기적이어서 존경받을 자격이 없지 않은가. 그런 뜬구름 잡는 말, 사람 좋아 보이는 말은 하지 말고 아가들의 명복이나 빌어줬으면 좋겠다.



| 경기 동두천, 어린이집 등원 버스에서 사망한 4살 여아


지난 18일, 7시간 동안 어린이집 등원 버스에 방치된 4살 여아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처음 이 사건을 들었을 때, 많은 인원이 타는 큰 버스인 줄 알았다. 그런 버스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니다. 9인승 버스에 탄 8명 아이의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이 뜨거운 날, 7시간 동안 모든 분이 닫힌 버스에 아이를 방치하다니,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


버스에서 아이들이 내릴 때 다 내렸는지 확인하지 않은 인솔교사와 운전기사, 하원 시간이 되어서야 부모에게 아이의 등원 여부를 확인했다는 담임교사. 이들의 무책임함과 안일함 때문에 고통스럽게 죽어간 아이. 7시간 동안 뜨거운 차 안에서 자기의 몸을 묶은 벨트를 풀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팔이 꺾였다는 아이(벨트가 풀려있었다는 보도도 있다). 얼마나 울부짖었을까, 얼마나 엄마와 아빠를 찾았을까, 얼마나 뜨거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그 작은 아이가 겪었을 고통은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다.


인솔교사는 버스에 태운 아이들이 다 내렸는지 확인하고 벨트를 채워준 아이의 벨트를 풀어주는 것이 당연하며, 운전기사는 운전이 끝난 후 버스에 남은 아이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당연하고, 담임교사는 등원하지 않은 아이가 있으면 한두 시간 내에 부모에게 연락해서 등원하지 않은 이유를 확인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동안 얼마나 대충해왔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 세 명 중에 단 한 명이라도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면 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기본적인 사항을 행하지 않은 이들. 그리고 그들 때문에 죽어간 4살 아이. 하......


예전부터 비슷한 사건이 여러 번 있었다. 통원 버스에 방치되어 사망한 아이도 있고 식물인간 상태인 아이도 있다. 최근에는 지난 5월, 전북 군산에서도 4살 여아가 2시간 정도 버스에 남겨진 일이 있었다. 그때도 교사와 운전기사 모두 몰랐다고 한다. 다행히 지나가던 시민이 버스에 혼자 있는 아이를 발견해서 신고했고, 아이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그래서 어린이집 등원 버스의 창문에 진한 선팅을 하지 못하게 하여 지나가는 사람들이 버스 안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어린이집이 외진 곳에 있다면 그것도 도움되지 않는다.  


청와대에 이런 청원이 올라왔다. 어린이집 등원 버스에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를 도입해달라는 것이다. 이 제도는 외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버스의 제일 뒷자리에 설치된 버튼을 눌러야만 운전기사가 버스의 시동을 끌 수 있다고 한다. 즉, 운전기사가 버스를 떠나기 전, 버스 뒷자리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 제도가 도입되는 것에 찬성한다. 그러나 기계가 고장 날 수도 있으니, 매일 승차 일지를 작성해서 누가 내리고 탔는지 체크하고, 아이들이 다 내렸다고 생각해도 혹시 남은 아이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법과 제도의 정비도 좋지만, 현장에서 경각심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라 실수할 수 있다. 그러니 이중삼중 체크를 해야 한다. 그게 유아동에 관련된 일이라면 더더욱.


교육부에서는 올해 예산 8억 5천만원을 들여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특수학교 직영 운영 통학버스 500대에 '어린이 통학버스 위치 알림 서비스'를 도입하고 이를 위한 단말기 설치비와 통신비를 지원하겠다고 한다. 이 서비스는 어린이가 버스 승하차를 하면 학부모와 교사에게 문자 알림이 도착하고, 버스 위치 정보도 알 수 있다고 하니 필요한 서비스이긴 하다. 하지만 당장 이번 영아 사망 사건과 관련한 대책은 없다. 어린이집은 교육부 소관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소관이기 때문이고, 보건복지부는 아직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 서울 화곡동, 어린이집 낮잠 시간에 사망한 11개월 남아


뜨거운 버스에서 죽어간 아이의 고통을 헤아릴 새도 없이, 하루 만에 또 다른 사건이 터졌다. 지난 19일, 어린이집에서 낮잠 자던 11개월 아가가 깨어나지 않았다는 사건이다. 경찰에서 CCTV를 확인한 결과, 교사가 아가에게 이불을 씌워 온몸으로 아가를 누르는 장면을 확인했고, 해당 교사를 긴급 체포했다고 한다. 교사는 잠을 자지 않는 아가를 재우려고 그런 행동을 했다고 진술했다.


자야 하는 아가가 안 자고 버틸 때 재우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스트레스받는 일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이불로 아가를 덮어서 누를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백번 양보해서,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는 초보 엄마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지만, 교사는 직업이지 않은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일을 저지른 것인지 모르겠다.


사건도 충격이었지만 더 충격이었던 것은, 관련 글에 달린 댓글이었다. 그곳에는 11개월 아가를 어린이집에 보낸 엄마를 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앞뒤 사정을 아무것도 모르면서 자신이 아는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막말을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게다가 가끔 부모를 같이 욕하는 글은 봤지만 아빠만 욕하는 글은 못 봤다.


나 역시, 돌이 되지 않은 아가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모성애 부담③ 워킹맘vs전업맘, 어린이집)했기 때문에 이 사건이 남일 같이 느껴지지 않아서 마음이 더 먹먹했다. 이번 사건으로 복직을 앞둔 엄마들의 마음이 더 무거울 것 같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


돌도 되지 않은 아가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했을 때 주변에 많은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마음을 굳게 먹었다. 복직할 생각이었고 누군가 봐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아가의 사회성 발달에 어린이집이 도움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처음 한 주는 아가와 함께 한두 시간 정도 어린이집에 같이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고, 그다음 주에는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아가를 맡겼다. 그리고 아가가 적응을 잘 하면 하루에 한 시간씩 늘려 갔다. 육아 휴직을 하고 독박 육아 중이었기 때문에 아가를 누군가에 맡긴 적이 없어서, 처음 아가를 맡기고 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아가는 적응을 해보려 노력하고 있는데 내가 문제였다.


아가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했다면, 엄마도 교사도 아가도 적응을 하는 시간이 중요하다. 조금 더 아가를 데리고 있으려다가 복직이 가까워 왔을 때 그제야 맡겼다면 아마 더 힘들었을 것이다. 누군가 맡아줄 분이 계신다면 괜찮겠지만 나처럼 독박 육아를 하다가 복직할 예정인 엄마라면, 아가가 힘들어할 때 바로 데려와 아가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복직일 4~5개월 정도 전부터 적응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순한 편인 우리 아가도 어린이집에서 낮잠 자는 것을 어려워했다. 태어나서 다른 사람이랑 자본 적이 없었던  우리 아가는 예전부터 유독 잠잘 때만 나를 찾았다. 적응기간에 담임 선생님이 재워보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전화를 주셨다. 그럼 데려와서 집에서 재웠다. 어린이집에 좋아하는 인형도 가져가 보고, 공갈젖꼭지도 가져가 보면서 적응시켰다. 그러다 어느 순간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은 아빠랑도 잠을 자게 되었다. 물론, 내가 재울 때보다 투정 부리는 시간이 조금 더 길긴 하지만.



| 서로 신뢰할 수 있기를


그동안 매스컴에서 어린이집 학대 보도를 많이 봐왔고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불안도 있었지만, 복직을 하고 난 지금, 나는 우리 아가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그래서 직장과 육아의 균형이 어느 정도 잡히면, 어린이집 종일반에 아가를 맡긴 상황에 대해 글을 쓰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전에 이런 슬픈 글을 쓰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어린이집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이집의 규모도, 형태도, 인증, 인테리어도 아니다. 우리 아가를 맡아줄 교사와 동료 교사, 그리고 원장의 마인드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더 느꼈다. 결국은 사람이다.


일단, 우리 아가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규모가 작은 영아 전담 어린이집이라서, 다른 반 선생님들도 우리 아가를 안다. 그리고 원장님 이하 모든 선생님들이 아가들을 예뻐하는 게 눈에 보인다. 물론, 부모 앞에서 당연히 그러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적어도 내겐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워낙 가식적인 것을 싫어해서 그런 구분은 잘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에게 가장 좋은 것은 아가의 저녁을 챙겨주신다는 것이다. 종일반인 아가가 많지 않아서 점심에 남은 것으로 저녁을 챙겨주는 것이긴 하지만, 퇴근 후에 아가 저녁을 차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하원한 후에 가볍게 산책하고 집에 들어와서 간식과 우유를 먹이고 재우면 하루 일과가 끝난다. 원래 12시 다 되어야 자던 아가였는데 어린이집에서 잘 먹고 잘 놀아서 그런지 9시만 되면 잔다.


11개월 아가가 사망한 날, 주변에서 어린이집에 있는 아가 걱정을 많이 했다.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지쳤다. 퇴근 후 아가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니, 선생님들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나도 지쳤는데 선생님들은 얼마나 시달렸을까 싶더라.


이런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사망한 아가와 유가족이지만, 또 다른 피해자는 아이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교사와 어린이집에 아가를 보내고 있는 부모다. 사명감과 책임감 없는 몇 사람 때문에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현장에서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봐주기를, 어린이집을 믿고 아가를 맡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  낳으라 말고, 애를 낳고 싶게 하라


지금 내 걱정은, 이사를 가게 되면 어린이집을 처음부터 다시 알아봐야 한다는 것과 유치원과 학교는 또 어떻게 알아봐서 보내야하는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이런 사고는 어린이집 뿐 아니라, 유치원에서도, 학원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아가라 홈스쿨링도 아닌 듯한데, 우리나라에서 마음 편히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날이 올까? 내 아이만 보면서 이기적으로 살고 싶지 않은데 참 어렵다. 저출산이라며 애 낳지 않는 세대를 탓하지 말고, 태어난 아이들부터 잘 돌보자. 당연히 아가가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에서 아가를 낳고 싶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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