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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Sep 02. 2018

병원과 약에 익숙해지는 삶

병원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 병원에 입원했던 기억도, 아빠가 병원에서 돌아가신 기억도 좋지 않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앓고 마는 미련한 성격이 됐다. 이렇게 병원과 먼 사람이, 아가를 낳고 기르며 병원에 가끔 간다. 다른 사람에 비하면 자주 가는 것도 아니지만 갈 수 밖에 없다. 아가를 돌보려면 내가 아프면 안 되니까.


원래 자연 치유를 어느 정도 믿는 편이라서 약도 잘 먹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은 조금만 아픈 낌새가 느껴지면 약을 먹는다. 내가 아가한테 뭔가를 옮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아가는 한 번 아프면 오래 아프고 어른보다 많이 힘들어하니까.


한달에 한번, 생리 중에 힘든 하루가 있다. 그날은 남편에게 온전히 아가를 맡긴다. 빈혈이 심해져서 어느 순간 띵할 때가 있는데, 혹시라도 아가를 안고 있다가 놓치는 일이 생기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 한의원


육아휴직 중에 손목 발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추천받은 한의원에 갔다. 독박육아 중이어서 평일엔 시간을 내지 못해 남편에게 아가를 맡길 수 있는 토요일에만 진료를 받았다.


불안했던 침
침을 맞을 때 따끔한 것은 괜찮았지만 침이 꽂혀있는 상태가 불안하고 무서웠다. '침을 맞고 있는 중에 건물에 사고가 나면 어쩌지?'라는 고민도 했다. 맞고 나면 뻐근하면서 시원하기도 한 반면, 멍이 들기도 해서 괜찮은 건지 의문이었다.


따뜻한 찜질과 부항

가장 좋았던 시간이었다. 뜨끈하니 몸이 노곤해지고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랄까. 이 시간은 짧게 느껴져서 항상 아쉬웠다.


어설픈 물리치료

레이저 치료나 이온 치료 등을 하는데 뭔가 어설펐다. 치료받는 중에 부착된 것이 떼어진 적도 종종 있었다. 집에서 안마기를 쓰는 것보다 조금 나은 정도?


따가운 테이핑

치료를 받은 후 손목에 테이핑을 해주는데 무슨 효과인지 모르겠다. 나중에 떼어낼 때 많이 따가워서 오히려 피부에 안 좋게 느껴졌다.


순서가 오지 않는 안마의자

한의원에는 안마의자가 있었다. 하지만 앉기가 너무 어려웠다. 토요일에만 가니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앉으면 일어날 기미가 안 보이는 어르신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가할 때 앉아봤는데 그때 들어오신  어르신이 안마의자 앞에서 왔다갔다하기 시작하셔서 눈치보이고 불편했다. 그래도 꿋꿋하게 끝까지 했다. 나도 환자로 온 거니까.



| 형외과


손목이 너무 아팠을 때 건초염 주사를 맞으면 괜찮다고 해서 육아휴직 중에 주사 맞으러 정형외과에 한 번 가 봤다. 자주 맞으면 주사에 의존할 것 같아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맞았다. 무엇보다 참 비싼 주사였다.


그리고 얼마 전에 아가가 아플 때 많이 안아줘서 그런지, 손목과 어깨가 너무 아파서 집과 가까운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다행히 뼈에는 문제가 없어서 마사지 크림과 복용할 약을 처방받고, 생전 처음으로 물리치료를 받았다.


이온치료와 전기치료

한의원보다는 치료받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그다지.


레이저 치료

빨간 불빛을 쬐고 있는 치료. 아무 느낌이 없어서 치료받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치료

찜질과 비슷한데 이런 치료는 한의원이 더 나았다.



| 병원에 다니면


임신 이후에 어느 병원에서도 노산이니 고령산모니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메스컴이나 주변 사람에게 들은 게 전부다. 그런데 요즘은 치료받으러 가는 병원엔 어르신이 많으니 아직 젊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반면, 치료가 필요한 나이가 됐다는 생각도 들어서 좀 씁쓸하기도 하다.


병원에서 가끔 안 좋은 일을 경험할 때가 있다. 치료를 받으면서 큰 소리로 통화를 하거나, 치료해주시는 의료진에게 반말을 찍찍하거나, 개인사를 꼬치꼬치 묻는 등, 예의없는 사람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한번은 어떤 학생한테 커피 타오라고 시킨 노인을 봤다. 처음엔 가족인가 싶었는데 그 학생이 너무 황당한 표정을 지어서 서로 모르는 사람인 것을 알았다. 그렇게 나이먹지 말아야지. 새삼 '고상한 할머니가 되겠다'는 내 꿈을 되새기게 된다.


그나저나 신기하게도 조금 치료가 됐다 싶으면 상대적으로 덜 아팠던 곳의 아픔이 느껴진다. 그래서 치료는 끝나지 않지만 주말에 시간을 내서 꾸준히 치료받는 게 쉽지 않다. 괜찮은 손목 보호대나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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