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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Dec 09. 2022

유치보다 유지가 중요한 후원

예전에 결연 후원을 한 적이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던 알바 인생에게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었고 좋아하지 않는 뜨개질도 했었다. 힘든 시기였지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보람을 느꼈다.


그러던 중, 연말에 후원자의 밤 행사 초청을 받았다. 기쁜 마음으로 갔는데 식순에 특정 종교의식이 있어서 황당했다. 미리 알고 있었으면 몰라도, 처음에 종교 기반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고 나서 후원처로 정한 곳이기 때문에 너무 실망했다.

그 이후에 해당 단체 메일로 문의했으나 답변은 없었다. 다른 후원처와 비교해봤을 때 소식도 뜸해서 후원을 끊기로 했다. 그러자 그 단체에서 연락이 왔다. 그렇게 문의해도 묵묵부답이었던 곳에서 후원을 끊겠다고 하니 바로 연락이 오더라. 결국 돈인가 싶어서 비슷한 후원처를 모두 정리했고 지금은 두 곳에만 적은 금액을 후원하고 있다. 한 곳은 조만간 정리할 것이고 다른 한 곳은 최근 증액했다.


내게 있어 후원은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참다가 한계치에 달하면 뒤도 안 돌아본다. 있을 때 잘하자.



| 후원처 고르는 기준


내년부터 후원을 시작할 단체를 알아보고 있다. 알아보면서 느끼는 건, 종교 기반으로 하려면 제발 드러내고 했으면 좋겠다는 거다. 오히려 그런 곳은 거부감이 없다. 하지만 아니라고 하면서 나중에 그런 것으로 드러나면 그 단체뿐 아니라, 해당 종교 자체에  거부감이 든다. 그걸 왜 모를까.


내가 후원처를 고르는 기준은 이 정도다.


1. 특정 종교 기반으로 만들어졌거나, 운영되는 곳인가?

홈페이지에 종교가 드러난 곳은 사업만 살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가입 전에 특정 종교 기반인지, 직원 대부분이 하나의 종교를 가지고 있는지 문의한다. 아니라고 한 곳 중에서 나중에 그 사실이 드러나면 후원을 끊는다.


2. 신규 회원 유치에 애쓰는가, 기존 회원 유지에 애쓰는가?

회원을 그저 돈 내는 사람으로 보는지, 함께 사회를 바꿔갈 동료로 보는지를 알고 싶어서다. 물론, 외부에서 보는 것엔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알아볼 수 있는 만큼 알아보는 편이다. 충성도 높은 오래된 회원에게 알아보기보다는, 후원을 끊은 지인에게  왜 후원을 끊었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3. 규모가 큰 단체인가?

‘빈곤 포르노’와 같은 광고를 많이 해서 너무 잘 알려진 단체보다는 규모가 작은 단체 위주로 고른다. 내 후원금이 홍보비로 쓰이는 것이 별로다. 그래서 기부금 영수증 처리가 미흡한 곳에 일시 후원을 한 경우도 종종 있다(구조한 고양이 치료비 후원 등). 규모가 작은 단체에 후원하고 싶다. 작지만 큰 일을 하는 곳, 그런 곳을 찾고 싶은데 쉽지 않다.


4. 직원의 목소리가 많이 들리는가? 직원에게 애사심이 있는가?

채용공고가 많이 뜨는 단체는 일단 거른다. 사람을 뽑는 것에 원칙이 없고 그때그때 일처리 하는 곳이니까. 그런 곳에서 직원의 이야기를 듣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 자신의 소신을 밝히지 않는, YES MAN만 남지.


5. 주장하는 분야 이외에 다른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있는가?

사회를 위한 좋은 일을 한다는 사람 중에서 사회 다른 문제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시민에게 자신의 주장을 들어달라고 하면서, 다른 문제에 관심 없는 것이 너무 이기적으로 보인다.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사적으로 이용한 사람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랑 상관없잖아. 알아서 하겠지."라고 말하는 중간관리자에게 식겁한 일도 있고, 행사할 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의 물건을 구입하는 등 윤리적 소비를 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봤기 때문이다.

 

| 후원처 고민 중


여러 사이트를 둘러보고 나서 세 분야에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분야 1. 교육 복지 단체

내 전공이기도 한 교육. 교육 중에서도 교육복지 분야를 알아보는 중이다. 적어도 교육 기회의 평등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든다.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일이 이렇게 많은데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이 너무 안쓰럽고 안타깝다. 여러 후원처 중에서 두 곳으로 좁혔고 그중에 한 곳을 선택하려 한다.


분야 2. 국내 입양 단체

아가를 키우면서 아가에게 스킨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 출산 후에 독박 육아를 하면서 몸이 아무리 아파도 아가를 많이 안아줬는데 그래서인지 우리 아가는 애착형성이 잘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래서 내가 직접 입양은 못하더라도 입양 가기 전의 아가들을 돕는 곳에 후원하고 싶다. 후원부터 시작한 후에는 자원봉사도 하면 좋을 것 같다.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어서.


분야 3. 길고양이 단체

내가 좋아하는 동물인 고양이를 위한 곳을 알아보고 있다. 애묘인이 증가했다고 해도 여전히 고양이를 혐오하고 학대하는 사람이 많다. 싫어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게 폭력으로 대하는 사람에게서 고양이를 보호하는 단체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



| 후원을 하려는 이유


나중에 아가가 커서 "엄마는 사회를 위해 어떤 일을 했어요?"라고 물으면 "이런이런 활동을 했어."라고 대답할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  활동 중의 하나가 후원이다. ('그럴 돈 있으면 나한테 주세요.'라고 하진 않겠지.)


아무튼, 그래서 예전보다 더 신중하게 고르고 있다. 하지만 내 선택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으니 최소한 1년은 후원해보고 해지를 하든지, 추천을 하든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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