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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Jul 19. 2022

나이 듦이 느껴지는 다섯 가지 이유

고상하게 나이들 수 있을까

지난 학기는 유난히 정신없었다. 새로 시작한 일도 있고, 다른 플랫폼 관리도 하느라 브런치는 신경도 못 썼다. 유튜브는 학생 참고용 강의 관련 채널에 비정기적으로 영상을 올리기만 하고, 시작 시기가 너무 안 좋았던 아이 채널도 방치 중이다.


플랫폼이란 건 돌고 돈다. 쓸 때는 그것만 쓰게 되는데 어떤 필요가 생기면 갈아타게 된다. 예전에는 브런치(잡글)와 페이스북(개인) 위주였다면, 요즘은 티스토리(강의 관련 글)와 인스타그램(개인) 위주로 쓰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브런치 접속. 싸이월드랑 아이러브스쿨이 갑자기 떠오르는군. ㅋ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뿐인데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지 모르겠다. 내 나이가 어색하게 느껴지다가도 나이 듦이 느껴져 현실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나이 듦 하나. 흰 머리카락


삐쭉 나온 흰 머리카락을 뽑다가 검은 머리카락을 잘못 뽑았다. 흰 건 아프지도 않은데 검은 건 아프더라. 문득, 힘도 없는 머리카락이 피부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건데, 괜히 뽑아버린 건 아닌가 싶었다. 뭔가 요즘 내 모습과 겹쳐져서 안쓰러웠다.


새치 염색은 아직 부담스러워서 염색 샴푸를 알아보고 있다. 다른 샴푸보다 훨씬 비싸던데 효과가 있는 건지 판단이 안 서서 고민 중이다. 너무 지저분해서 차라리 완전 은발이 되면 나을 듯하다.



나이 듦 둘. 이명과 노안


어느 날, ‘윙’ 소리가 들렸다. 화장실 냄새 뺄 때 트는 거(명칭 모름), 그게 틀어져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 귀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머리까지 아픈 것 같아 이비인후과에 가봤는데 일시적인 현상이란다. 다행이지만, 무섭긴 했다.


그리고 나는 어릴 때부터 어두운 곳에서 책을 많이 봐서 그런지, TV를 가까이에서 봐서 그런지, 눈이 많이 나쁜 편이다. 아동기에는 안경을 썼고 청소년기에는 안경과 렌즈를 번갈아 썼다. 렌즈 끼고 잔 적도 있어서 아마 눈 상태가 좋진 않을 거다.


20 후반 어느 추석 연휴, 그동안 모은 돈을 탈탈 털어 라섹 수술을 받았다.  보증금을 제외하고 그렇게 큰돈을 지불한 , 처음이었다. 병원에 혼자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명절이라  서러웠던 기억.


아무튼, 라섹 수술을 받으면 나중에 노안과 겹쳐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그 시기가 온 것뿐이다. 수술 후 정말 편하고 행복하게 지냈다. 그것에 만족한다. 안경 쓴 고상한 할머니. 괜찮지 뭐.



나이 듦 셋. 빠지지 않는 살


원래 통통이지만, 그래도 며칠 신경 쓰면 관리될 정도였다. 그런데 뭔 짓을 해도 안 빠진다. 조금만 먹어도 찌고 뭔가 부어있는 상태다.


살도 살이지만, 소화도 잘 되지 않고 더부룩해서 양배추즙이나 환을 알아보고 있다. 아빠가 위암 말기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가족력을 무시하기도 어렵다.


원래 약이나 건강보조식품을 먹지 않는 편인데, 나이 드니 어쩔 수 없더라. 운동할 생각은 안 해.



나이 듦 넷. 피부의 빨간 점(?)


타고난 피부가 좋은 편이기도 하고, 화장도 잘하지 않는 편이라, 사춘기 여드름 말고는 피부에 신경 쓴 일이 별로 없다. 로션도 잘 바르지 않는다. 덕분에 동안이라는 소리도 듣는다.


그런데 얼마 전에 보니 몸 여기저기에 빨간 점 같은 게 생긴 것을 발견했다. 피부 질병인 줄 알고 폭풍 검색했는데… 피부 노화란다. 하.. 하..


자연스러운 상황이라 생각해서 마음의 준비를 해서인지, 늘어가는 주름에는 그다지 충격받지 않았는데, 생각도 못한 빨간 점은 충격이었다. 나이 들었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표시 같아서.


뇌: 너 나이 들었어. 도장 꽝!



나이 듦 다섯. 나이 든 내 모습


얼마 전 쉬는 시간에, 학생 몇 명이 우르르 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나처럼 나이 들고 싶다고 했다. 워낙 발랄하고 모든 사람한테 싹싹한 학생들이라 꼭 내게만 말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감사했다. 일주일에 세 시간 강의에서 만나는 게 전부인데 그 학생들에겐 내가 어떻게 보인 걸까. 그래도 나쁘게 보이진 않았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처럼 나이 들면 망해요."라고 말하며 함께 웃었다. 잘 나이 들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내 나이 든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계기였다.


어느덧 40대. 까마득해 보이던 나이가 됐다. 엄청난 어른처럼 느껴지던 나이. 하지만 나는 여전히 속 좁은 애송이고 겁쟁이다. 내가 생각했던 40대의 모습은 이게 아니었다.


나름대로 인생 2막을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도 많다. 내 아이를 포함한 다음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은데, 일상의 내 모습을 보면 까마득하다.


다만, 다음 세대의 발목을 잡지 않는, 발목 잡으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그런 어른은 되지 않기를, 정말이지 고상하게 나이 들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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