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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Mar 15. 2021

퇴직, 새로운 시작

그동안 썼던 글을 정리하면서, 몇 년 전에 퇴직을 결심하고 써놨던 글을 이제야 올린다. 내가 글을 쓰는 가장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가 "치유"인데, 글에서 그 당시의 힘듦과 지침이 느껴졌다. 토닥토닥. 그때의 감정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글을 고치진 않았지만, 퇴직 과정에 대한 내용은 지웠다.


누군가는 내가 아이를 낳고 기르며 유해졌다고 하던데, 아니다. 난 여전히 독하다. 그저 보람이 있는 곳에만 에너지를 쓰고 있는 것뿐이다. 예전 같으면 넘기지 않았을 일을 넘기면서 신경 끄는 거지. 내 우선순위가 달라졌고, 한정된 나의 에너지는 소중하니까.


어느 직장에 소속되지 않은 내 모습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퇴직 후, 6개월 정도의 탐색과 준비 기간을 거쳐, 누군가를 가르치며 살아가고 있다니, 사람의 앞날은 정말 모른다. 






서울-경기 출퇴근이 너무 버거웠. 매일 오전 6시 이전 기상, 아가가 깨지 않게 살살 출근 준비, 집 나와서 버스 타고 지하철 역 내려 지하철 탑승, 환승 후직장 도착. 아가 하원 시간에 맞추려면 칼퇴해야 하니, 일에 집중하다가 퇴근 시간이 되면 막 뛰어서 지하철역 도착. 다가 거의 앉지도 못했던...


그나마 지하철은 시간이 거의 일정해서 다행인데, 문제는 지하철과 집 사이의 버스다. 덕분에 출퇴근이 왕복 3시간 이상 걸. 같은 시간에 나왔는데 4시간이 걸린 적도 있었다. 이사 전에 출퇴근 시간 체크해봤을 때는 왕복 2시간~2시간 30분 정도로 나와서 이사하기로 결정한 것인데 말이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다면 이사지 않을 거다.



| 몸의 힘듦: 출퇴근길의 힘겨움


시골로 이사 온 줄 알았다. 버스 배차 간격이 15~20분. 오는 시간이라도 일정하면 시간 맞추기가 조금은 수월하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버스 승차 줄이 있길래 좋게 봤는데, 그건 시민의식이 높아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 버스의 배차 간격이 워낙 기니까 줄을 서게 된 것이다. 버스에 사람이 가득 차서 못 탈 수도 있는데 온 순서대로 타지 않으면 싸움이 크게 날 수 있는 상황이니까. 게다가 버스 운전은 왜 이리도 험한지.


지각은 일상이었고 근태관리는 포기했다. 퇴근 후에는 버스를 놓쳐서 어린이집 하원 시간에 늦으면 안 되니, 환승 구간마다 뛸 수밖에 없다. 언젠가 외근 후 바로 퇴근해서 버스 정류장에 20분 정도 일찍 도착한 적이 있다. 평소보다 어린이집에 일찍 도착할 테니 아가를 조금이라도 일찍 데려올 수 있겠다 싶어서 좋았다. 매일 마지막까지 혼자 있는 아가에게 미안해서 조금이라도 일찍 끝나면 서둘러 어린이집으로 가곤 기 때문이다. 아가가 고맙게도 어린이집 생활을 잘해주긴 하지만, 하나둘씩 집으로 가는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허전할 테니까.


아가의 웃는 모습을 상상하며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건너편에 내가 탈 버스가 도착했다.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동안 신호는 바뀌지 않았다. 지나가는 버스를 멍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어서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른다. 결국, 평소와 다름없이, 어린이집에 가장 늦게 도착했다. 무단횡단이라도 해야 했을까.


몸살에 걸려 출근을 못한 적도 있다. 긴 출퇴근 시간도 문제지만, 콩나물시루 같은(상투적인 표현을 싫어하지만 이보다 적당한 비유가 없다.) 버스와 지하철을 매일 이용하기 때문이다. 매일 밀리고 눌리고 끼니까 온몸을 맞은 것처럼 아팠다. 그냥 지나가지 않고 꼭 몸으로 치고 가는 사람들 때문에 더 들었다.


아이를 워낙 좋아하니 더 늦기 전에 둘째를 가져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도저히 불가능하다. 임신해서 출퇴근을 할 때 무척 힘들었는데 지금 상황은 그때보다 훨씬 열악하기 때문이다. 양보는 무슨, 아마 임산부 머리띠를 해도 다 치고 갈걸? (무용지물 핑크 임산부 좌석)



| 마음의 지침: 결국, 퇴직


맡길 곳이 없는 아가를 데리고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먼 길을 오갔던, 복직 면담일. 그날의 복잡한 심정은 아마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휴/복직 면담 과정과 복직 후에 많은 일이 있었지만, 당시 주저리주저리 썼던 글은 삭제. 이미 지난 일이고, 할많하않. - 2021년 현재



| 새로운 삶을 위해 내딛는 한 걸음


2, 30대에 하고 싶은 게 많았다. 공부도, 유학도, 미술도, 음악도. 하지만 할 수 없었다. 여유 없고 버거운 삶에 다른 것을 더하는 것은 사치였으니까. 학자금 대출을 다 갚고 나서 그동안 하고 싶던 것을 이것저것 건드렸으나, 해볼 만하다 싶었을 때 결혼을 하고 아가를 갖게 되면서 모두 리셋되고 말았다. 직도 여전히 자에겐 임신-출산-육아가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어느 글에서 언급했듯이, 나에겐 육아휴직이, 20살 이후처음으로 쉬어본 기간이었다. 말이 휴직일 뿐, 가를 돌보느라 온전히 쉰 것은 아니었지만, 직장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누군가에게 용돈(생활비)을 받아 생활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다시 쉬는 기간이 생겼다. 이 시간을 허비해버릴까 봐 걱정되긴 하지만, 허비하면 또 어떠한가. 좀 쉬고 싶다. 몸도 마음도 지쳤다.


물론, 길게 쉴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몇 달은 가와 맘껏 놀아주고, 미뤄뒀던 일들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자양분이 되었(을까?)으니, 오늘의 내가 내일의 자양분이 될 수 있기를, 그래서 우리 아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되는 엄마가 될 수 있기 간절히 바라면서.



| 퇴직 전후로 할 일   


근로자 내일배움카드 신청  

참고 및 신청 : HRD-Net


뭔가 배우는 것이 취미이던 시절, 내일배움카드로 여러 교육을 들었다. 신혼 때는 남편과 함께 주말에 브런치 만드는 것도 배웠었다. 하지만 출산과 동시에 그 어떤 활동도 하기 어려웠고, 카드를 쓸 수 있는 기간도 종료되어서 한동안 잊고 있었다. 하지만 미뤘던 교육을 다시 받고 싶어서 카드를 신청했다. 퇴사 후, 교육받고 싶은 것이 있다면 퇴사 전에 미리 발급받는 것이 좋다. 참고로 구직자 내일배움카드는 발급받기가 더 까다롭다고 하니까.


국민연금 변경         

▶참고 및 신청 :  국민연금공단


나는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에 가입했던 기간이 길어서, 사회생활 기간에 비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은 편이다. 국민연금은 근로기간 동안 근로자가 납부한 것을 보장해주고, 4대 보험에서 제외되면 좋겠다. 지난 정권의 허튼짓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가입하고 싶지 않다. 남의 돈으로 몇천억 투자손실을 낸 곳인데, 직장에 다닌다면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돈이라니 너무 내기 싫은 돈이다. 아무튼, 퇴사 후에 전 직장에서 상실신고를 하게 되면 주민등록 주소지로 안내장이 온다. 그때 계속 납부할지, 중단할지 결정하면 되는데, 다시 직장에 다니게 되면 어차피 납부해야 하니, 대부분 납부예외를 신청한다. 납부예외 기간은 최대 3년이다. 웬만하면 국가에서 하는 일에 협조하는 편인데, 국민연금은 정말이지 납부하고 싶지 않다.


건강보험 변경    

▶참고 및 신청 :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도 회사와 근로자가 반씩 부담한다. 하지만 퇴사하면 회사에서 부담했던 부분도 가입자가 내야 한다. 퇴사를 하면 지역가입자로 가입하거나, 퇴사 후 90일 내에 가족 중 수입이 있는 사람의 피부양자로 신청하면 된다. 혼자 살 때는 지역가입자로 가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서 일을 쉬기 어려웠는데 이제 가족이 있으니 피부양자로 신청이 가능하는 것이 신기했다. 단, 부양자가 신청해야 한다. 그리고 퇴직 이전 18개월 동안 직장 가입자로서의 자격을 1년 이상 유지한 사람은 임의계속 가입자로 3년 동안 기존 납부금을 낼 수 있다고 하니, 어떻게 가입하는 것이 가장 저렴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인지 고려해서 결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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