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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사리 Oct 09. 2020

가볍지 않은 울림, 명작 웹툰 <쌍갑포차> 총정리

다음 웹툰 쌍갑포차 - 선한 영향력,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성의 힘.



다음 웹툰 쌍갑포차는 '고사리' 브런치를 만들 때 고전 영화 외의 예스러운 작품 소개 리스트 1순위로 올려놓았던 작품이다. 다만 고전 영화를 좀 더 소개하고 난 뒤에 웹툰 쌍갑포차를 소개하려 했으나 지난주에 필자가 생각하기로 쌍갑포차 최고의 에피소드, 최고의 완성작인 <약과> 편이 끝나는 바람에 서둘러 글을 쓰게 되었다. 원래 웹툰은 잘 보지 않기 때문에 해당 작품을 몰랐으나 몇 년 전 필자가 고전 영화 마니아인걸 아는 인권운동을 하는 지인이 "이 작품은 시대 고증을 위해 고전 영화 참고를 많이 한다."며 반드시 봐야 할 작품으로 강력한 소개를 하는 바람에 접하게 되었고 곧바로 해당 웹툰에 푹 빠져버려 정주행만 세 번을 하고 댓글까지 모두 꼼꼼히 읽고 미리보기까지 하는 애독자가 되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서사의 입체가 분명해지고/ 다양한 인간군상, 드라마가 그려지며 실질적인 역사, 시대 고증이 어우러져 한편 한편이 마치 영화처럼 펼쳐지는/  시대를 불문하고 전통적 여성상보다는 사회적으로 능동적 활동을 하며 주체적인 여성들의 등장과 함께 시대를 기반으로 한 깊이 있는 여성서사가 펼쳐지는/ 인권감수성이 굉장히 높은/ 예스럽지만 촌스럽지 않고 도덕책 같지만 따분하지 않는/ 정갈한 문장과 단어에서 마치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의 쌍갑포차. 그 매력 몇 가지와 필자가 최고로 선정한 에피소드를 보도록 하자.


- 워낙 대서사시로 펼쳐지는 작품이라 이하, 이 글에서 쓰이는 모든 자료는 필자의 주관만이 아닌 추천수를 많이 받은 해당 웹툰의 댓글들과 쌍갑포차 백과사전을 기본적으로 참고했음을 미리 기술한다.




다음 웹툰 쌍갑포차에 대한 전반적인 개요
[출처] 다음 웹툰 쌍갑포차
 ◎연재 하는 곳 : 다음 웹툰 쌍갑포차 
 ◎작가: 배혜수 (다음 웹툰 쌍갑포차 메인에 작가 홈페이지로 쌍갑포차 백과사전 링크)
 ◎연재 시작 : 2016년 6월 ~
 ◎수상 경력 : 2017년 대한민국 만화 대상 '우수상' (장관상)
 ◎작품 선정 : 2019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선정 '2019년 우수만화도서'

평점은 최고점인 10점이며 연재 이후 평점 부분 상위권을 내내 지키고 있다. 2016년부터 5년간 장기 연재 중인 작품으로 현재 시즌 5, 202화까지 나왔으며 모든 에피소드가 명작이지만 특히 시즌 3부터 서사가 더 입체적으로 변화하면서 시즌3과 시즌4가 독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보통 액션, 로맨스, 학원물, 순정물, 혹은 기존의 유명 작가가 아닌 투박한 그림체에 작품성 하나로 승부하는 신인 작가의 작품이 달성하기 힘든 연재 랭킹 5~6위에 올라가는 기염을 토한 바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시즌 3 <옥춘> 편.

시즌1- 돼지뒷고기 숯불고기, 간고등어 연탄구이, 광어회와 묵은지, 박속낙지탕, 숯불꼬치구이, 생굴 
시즌2 - 짬봉국물, 불낙지와 콩나물, 달걀말이
시즌3 - 문어숙회, 두부찌개, 
시즌4 - 빈상, 옥춘, 고구마 맛탕, 무과수 통조림, 수라상
시즌5- 약과, 국수(연재 중)

(각 에피소드간 인물들이 교차되는데 특히 <생굴>과 <옥춘>은 연결해서 감상해야 한다.)

독자층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정말 대단한 스펙트럼이라 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폭넓고 까탈스러운 독자층을 이끌면서도 다수 독자들의 이의제기나 불편함이라는 큰 이슈가 없이 청정 댓글란을 유지하는 것 또한 이 작가의 힘이다. 댓글로 추측 건데 대체로 30십대 여성들이 주축으로 보이며 기혼 여성들이 많아 보인다.


이 작품의 시대 배경은 조선시대, 50년~ 80년대, 2000년대 등 다양하며 시대 고증, 실제 사건들의 자연스런 배치 등이 압권인 작품이다. 필자 같은 고전 영화 마니아들은 '어떻게 저런 것을 찾아 묘사했을까' 신기할 정도. 아마 현대 독자들이 놓치고 가는 고증들도 상당할 것이다. 작가가 엄청난 수집과 연구를 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작가에 대해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시대불문, 전통적 여성상에서 벗어난 사회활동에 대한 능동적 묘사.
[출처] 다음 웹툰 쌍갑포차  <수라상>

위 이미지는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차옥란 대장의 유지를 이어받은 재단 이사장 방나희의 70년대 연설 장면이다. 이 작품은 여러 시대의 다양한 인간 군상이 나오는데 여성에 있어 사회적 진출이 지금보다 현저히 낮은 옛시대까지 모두 직업을 가지며 주체적으로 당당하고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 많은 주, 조연의 인물들 중에 직업이 없는 여성은 '씨내리' 자체가 주제였던 1950년대 배경, <생굴> 편의 강옥희 밖에 없을 정도. 실제 당시 시대는 지금에 비하면 미비했으나 여성들의 사회 진출, 사회 활동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625 전후 여성의 사회 진출은 사회의 큰 단면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고증을 통해 실제의 시대상을 잘 보여줌과 동시에 여성 주연이나 주요 조연 같은 경우 사회 활동과 노동력에 있어 능동성, 진취성을 선택하는 영리함을 보여준다.



남녀의 가사노동의 재분배 혹은 익숙한 클리세의 재배치
[출처] 다음 웹툰 쌍갑포차  <두부찌개>
[출처] 다음 웹툰 쌍갑포차  <두부찌개>

두 이미지 중 첫 번째 이미지는 만화가가 된 부인 편분례를 위해 가사노동에 더 힘을 쏟는 남편 배해수의 모습이다. 윗 문단에 기술한 여성의 능동적인 사회 진출과 맞물려 가사노동에 대한 재분배 또한 눈여겨 볼만한 작품이다. 또한 두 번째 이미지처럼 공포영화가 상영되는 장면에서 기존의 클리셰를 전면 부정하고 작가가 재배치한다. 이 또한 현실에서 가능한 장면이며 많은 독자들이 이 장면을 마음에 들어했다. 상기 에피소드 <두부찌개> 같은 경우는 60~80년 배경인데 이런 장면들은 50년대 배경인 에피소드까지 전반에 걸쳐 적지 않게 나오며 이는 옛 시대를 따져봐도 불가능한 장면은 아닌 것으로 현대 독자들이 옛 시대 배경인 에피소를 보기에 불편함이 없다.


*이 극장 씬에 상영되는 공포 영화로 내가 좋아하는 고전 영화 <월하의 공동묘지>가 패러디 되었다. 이러니 나 같은 고전 영화 마니아들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웹툰이다. 참고로 쌍갑포차 작가는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모두 참고 출처를 기입하기로 유명하다.



연대의 힘, 통속적인 드라마를 깨다.
[출처] 다음 웹툰 쌍갑포차 <달걀말이>

모든 독자를 통곡하게 만들었던 에피소드, <달걀말이>. 대부분 쌍갑포차의 에피소드는 카타르시스 눈물부터 다양한 눈물이 흐르는데,  특히 이 에피소드는 쌍꺼풀 수술을 하고 난 뒤에 보면 절대로 안 되는 1순위 에피소드이다. 그런데 여기 전 남편의 연인이었던 임미희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작가는 모든 독자의 예상을 깨어 버리고 강력한 '연대'의 힘을 배치한다. 즉, 고전 영화나 현대물에서 너무나 지겹게 자주 나오는 남자를 사이에 두고 여자들끼리 머리끄덩이 잡아 뜯는 '여성의 적은 여성이다'라는 기형적인 장면 등장이 아닌, 세련된 관계의 재배치를 통해 '연대'라는 이름을 새롭게 탄생시킨 것이다. 이러한 설정은  다른 에피소드에도 자주 등장함으로써 작품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출처] 다음 웹툰 쌍갑포차 <옥춘>

상기 사진은 쌍갑포차 독자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으며 연재 랭킹 상위까지 올랐던 <옥춘>의 마지막 장면인데 이 장면의 의미를 안다면 놀랄 수밖에 없다. 저 장면은 전통적인 혈연중심, 남성 중심의 가족관계를 깨어내고 주인공 김희영을 중심으로 재설정된 가족 구성원들의 사진으로 연대의 끝판왕이라고 볼 수 있다. 이건 <생굴>과 함께 이어지는 <옥춘>, 두 에피소드를 감상해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궁금하신 분들은 두 에피소드만 선택해서 봐도 된다. 



강자 논리의 기록을 전면 부정하는 작가
[출처]  다음 웹툰 쌍갑포차 <무과수 통조림>

위 이미지는 가정법률안도 제대로 정착하지 않았던 1950년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딸을 구해온 어머니 한성자가 딸에게 하는 말이다. 바로 이런 여성들의 목소리들이 점점이 모여 오늘날까지 왔을 것이다.

잘못된 가치관, 잘못된 세습에는 '억압의 기록'이라는 것이 반드시 있다. 이는 그 크기가 더 크다는 이유로 불합리한 것을 고착하시는 것으로 예컨대 저항이 있었음에도 저항의 기록은 지워버리고 강자의 논리와 기록만 남기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서 억압의 무게를 더해가며 불합리함을 정당화시킨다. 특히 여성의 문제에 있어서는 더 언급할 필요도 없이 심각한 부분이다. 그런데 이 작가는 이런 불합리한 '억압의 기록'을 전면 부정함으로서 그런것들의 정당성을 차단한다. 작가가 실제 시대상과 함께 올바른 가치 추구에 대해서는 옛 시대임에도 당연히 가능했던 기록(저항들을)들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현대의 독자들에게 이 작품의 여러 장치들이 단순 판타지나 비현실성으로 느껴지지 않고 현실적인 수긍과 공감, 응원을 하게 하는 것이다. 



내가 꼽는 최고의 에피소드, < 약과>
[출처] 다음 웹툰 쌍갑포차 <약과>

주인공 최 상궁이 왕이 공식적인 국가행사를 치르던 인정전에 앉아 있는 장면. 적어도 궁궐 콘텐츠에 있어 한국의 모든 미디어와 작품들을 통틀어 가장 파격적인 장면이 아닐까. 무려 조선시대 배경으로 인권을 정면에 놓고 풀어나가는 플롯. 이 에피소드는 한마디로 최고다. 모든 에피소드가 단일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지만 특히 <약과>는 더욱 더 그렇다. 두 번 봐야 하고 세 번 봐야 한다. 궁궐 주변에서 펼쳐지는 이 나인과 공 화원의 사랑 이야기도 흥미진진 하지만 최 상궁과 감찰 상궁인 강 상궁의 서사가 정말 너무나 멋지게 그려진다. 이 두 사람이 실제 주인공이나 다름이 없다. 

쌍갑포차는 시즌 3부터 부모 자식 간의 사랑, 남녀의 사랑, 우정 등등 인간 사회의 모든 면이 잘 짜인 서사 구조 속에 펼쳐지는데 <약과>는 그 클라이맥스라고 생각되는 에피소드다. 정교한 검증과 실제 역사적 사건들을 배경에 놓고 조선시대 궁녀들이 펼치는 대서사시로 궁녀들과 실제 조선왕가를 교차하며 정말 대단하게 풀어낸 에피소드다. 필자는 쌍갑포차 독자들이 최고로 치는 <옥춘>을 뛰어넘은 수작이라 생각한다. 이 에피소드 서두에 작가가 기입해 놓은 레퍼런스를 보면 논문 하나가 나올 수준인데, 이런 철저한 고증 위에 픽션을 올리는 작가의 작업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선한 영향력, 시대를 초월하고 관통하는 보편성의 힘, 쌍갑포차
[ 출처] 다음 웹툰 쌍갑포차  <수라상>
[ 출처] 다음 웹툰 쌍갑포차 <약과>

쌍갑포차는 냉정하리만큼 주제성이 명확, 단호하다. '선한 힘의 영향력'이 그것이다. 작가는 선한 힘을 '잘못된 것에 저항하는 가장 센 의지를 가져다주는 힘의 원천'이라 정의했다. 고전 문학이나 고전 영화 중에서 시대를 초월하고 관통하는 보편성을 가진 작품이 후대에도 사랑을 받는 이유는, 인간 역사의 시간이 쌓아 올린 만큼 다변화되는 시대 속에서도 고고히 흐르는 '선한 힘'이라는 보편성의 진리가 불변의 힘을 가지기 때문이리라 본다. 이런 주제 아래 작가는 최고의 이야기꾼이라 독자들이 칭할 만큼 엄청난 이야기들을 너무나 잘 짜인 입체적 서사 아래 덤덤하게 풀어내며 독자들을 끝없이 위로하고 독려하고 힘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총 17개의 에피소드가 풀어졌지만 기승전결 서사구조라든지 캐리터 등이 무너진 에피소드는 없으며 도리어 뒤로 갈수록 더 탄탄해진 서사구조와 인물 설정으로 연재가 진행 중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독립된 이 에피소드들은 개별로 감상이 가능하지만 또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감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약과> 에피소드는 무려 세 개의 앞선 에피소드를 묶어내는 놀라움을 보여준다. 그 흔한 욕설 하나 없다. 내가 몇 번 정주행 하면서 유심히 봤는데 정말 없다. 댓글에 보면 가끔 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추천한다는 글이 있는데 필자도 납득이 간다. 





2016년부터 연재되고 있는 다음 웹툰 쌍갑포차. 자극적인 언어, 자극적인 주제 하나 없음에도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오랜 시간 사랑을 받는 것은 주제의 명확성 아래, 현실 바탕과 철저한 고증을 기반으로 놀라운 픽션을 탄생시키며 독자들에게 선한 힘과 용기를 끝없이 불어주는 작가의 힘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을 보고 나면 마음에 힘이 생긴다는 댓글을 남기고 있다. 이 웹툰은 필자가 그렇게 소개를 받았듯이 누구에게나 추천하는 작품이다.


PS>모든 에피소드 한편 한편이 명작이라 고전 영화 소개와 함께 시간이 되면 필자가 좋아하는, 특히 고전 영화처럼 예스러운 시대 풍취가 가득한 에피소드 별로 분석글을 올릴까 생각도 해본다. 


PS> 쌍갑포차 세계관은 기본적으로 여성신이 최상위 신이고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는 월주라는 장군 출신의 신이다. (위 빨간 옷을 입은 인물) 그런데 드라마 '쌍갑포차'는 세계관 자체도 다르고 장군 출신, 월주라는 카르스마 넘치는 신을 전혀 다르게 만들어 내면서 기존 독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었다.    



#웹툰쌍갑포차 #쌍갑포차  #웹툰  #다음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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