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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사리 Oct 14. 2020

<성춘향>  한국 최초의 컬러 시네마스코프

36세, 40세의 성춘향과 이몽룡.

<오발탄> 함께 한국 영화 걸작으로 자주 등장하는 신상옥 감독의 1961년 작, <성춘향>.  주연은 당대 최고의 배우인 최은희와 김진규가 맡았다. 이 영화는 당시 홍성기 감독의 <춘향전>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됨으로써 화제를 모았는데, 두 영화 모두 감독의 배우자가 주인공을 맡음으로써 그야말로 사활을 건 경쟁이 되었고 결과는 신상옥 감독의 승. (결국 이 영화 이후 홍성기 감독과 김지미는 이혼을 하게 된다.) 


극에서 십 대로 나오는 춘향과 이몽룡을 맡았던 최은희와 김진규의 나이는 각 36, 40세였다. 나는 이 부분에서 실제 십 대 미성년자 배우 대상으로 노출신, 베드신을 촬영했던, 영화사에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정말 최악질의 쓰레기 같은 상황을 연출한 임권택 감독의 2000년 작, <춘향뎐>이라는 작품을 떠올리며 이런 부분에서는 차라리 36,40세 배우의 연기가 훨씬 가치 있고 빛난다는 것을 느낀다. 실제 당시에 경쟁작의 주연 김지미의 이십 대 나이와 비교를 하며 최은희 나이가 너무 많다는 언론의 가십성 기사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배우들이었던 최은희, 김진규는 너무나 태연하게 연기를 펼치며 영화는 그야말로 대 성공을 거둔다. 관객 38만 명이라는 당시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운 것. -이 기록은 정소영 감독의 1968년 작, <미워도 다시 한 번>이 개봉되기 전까지 깨지지 않는다.


이 영화가 홍성기 감독의 <춘향전>을 이기고 흥행에 성공했던 요인에는 위에 언급한 당대 최고의 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허장강(방자), 도금봉(향단), 이예춘(변사또), 한은진(월매), 양훈(허봉사), 구봉서(포졸)., 김희갑(포졸)이라는 최고의 조연들이 극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받혀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신상옥 감독은 오후 3시 이후에는 색의 밀착을 이유로 촬영도 하지 않았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최고의 화질을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으며 이 또한 흥행 성공의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 현대에 와서 이 영상물을 봐도 색감이 너무나 아름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절정의 연기, 배우 최은희와 김진규
[출처] <성춘향> 한국영상자료원

위에서 언급했듯이 영화를 촬영할 당시 36세, 40세였던 두 배우는 나이를 무색하게 할 만큼의 연기를 보인다. 대단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십 대 주인공을 해내는데 지금 영화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촌스러운 메이크업에 3자형 앞머리 라인(흔히 중국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3자 이마 라인을 고수한다) 임에도 너무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하니까 그런 것들이 잘 보이지 않고 그야말로 옛 조선시대의 춘향과 이몽룡만 보인다. 특히 춘향 역을 맡은 최은희는 역대 춘향 관련 콘텐츠에서 춘향이라는 인물이 보일 수 있는 모든 모습을 이 영화에서 다 보여주는데, 옥 중에서 꿈을 꾸는 장면과 이몽룡을 만나는 장면에서는 최은희만이 보일 수 있는 독보적인 연기력을 선사하며 관객을 압도한다.



영화의 흥행을 이끈 두 조연, 배우 도금봉과 허장강
[출처] <성춘향> 한국영상자료원

홍성기 감독의 <춘향전>에는 없었던 당대 최고의 조연들인 향단 역의 도금봉,  방자 역의 배우 허장강. 이 두 사람의 열연은 춘향과 이몽룡의 연기를 더 빛나게 해 주며 지금 봐도 세련미가 넘칠 정도로 연기력과 대사에 손색이 없다. 도금봉은 당시 신상옥 사단의 여왕, 최은희라는 거목 아래 빛을 못 받는 형세처럼 있는 듯하지만 솔직히 그 어느 영화에서도 절대로 뒤처지지 않는 열연을 펼친다. 본 영화, <성춘향>에서도 모든 씬에서 도금봉은 빛을 발하며 춘향 최은희와 함께 영화를 이끌어 낸다. 허장강 또한 익살스러운 연기와 함께 극의 완급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조연으로 이몽룡 김진규를 돋보이게 하며 본인 스스로도 빛을 발하는 연기를 한다. 이 두 배우는 다른 고전 영화에서도 자주 콤비로 나오는데 가히 "프로"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몇 안 되는 배우들이다. 

참고로 허장강은 연기자 허준호의 부친이다.



악역 전문, 배우 이예춘의 변사또
[ 출처] <성춘향> 한국영상자료원

배운 이예춘은 고전 영황에서 악역 전문 배우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악역을 맡아왔다. 그러나 이예춘은 비단 악역만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 이찬우 감독의 1965년 작, <산천은 울었다>에서 아버지 역으로 많은 관객들의 눈물을 훔쳐내기도 하는 등 다양한 장르에서 다재다능한 배우이다. <성춘향>에서는 악독한 변사또로 나오는데 능글하면서도 잔인한 면모를 서슴없이 보여주며 이몽룡의 대척점에 있는 역을 훌륭히 소화해낸다.

참고로 이예춘은 연기자 이덕화의 부친이다.





워낙에 유명한 고전 영화, <성춘향>.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우라는 칭호까지 얻으며 승승장구했던 이십 대 초반 배우 김지미의 <춘향전>을  단숨에 꺾어버리고 대성공했던 이 영화는 춘향과 이몽룡의 멜로를 기본으로 각본 임희재의 조선시대를 말끔하게 구사해내는 대사와 위에 따로 사진은 없지만 코미디언 구봉서, 배우 김희갑 등을 포함하는 조연들의 대단한 감초 연기,  그리고 영화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전통적인 한국의 모습들 ( 저잣거리 풍경, 탈춤 등 ) 등 화려한 볼거리를 관객들에게 선사하면서 감독 신상옥에게 대흥행의 기록을 선사한다. 


이 영화는 위에 서술한 것 외에도 한국 최초의 컬러 시네마스코프라는 기록의 관점에서도 한번 추천해보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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