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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Aug 15. 2021

막국수는 영동식과 영서식이 다르다

여행감독의 베스트 픽은'백촌막국수'

막국수 사진을 구하지 못해 블라디보스토크 북한식당에서 먹었던 평양냉면 사진으로 대신 했음요. 


막국수는 여름에 강원도에 휴가 간 사람들이 가장 자주 접하는 메뉴 중 하나다. 하지만 의외로 실망하기 쉬운 음식이기도 하다.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가 먹은 막국수가 자신이 기대했던 맛과 완전히 다른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막국수 맛이 거기서 거기일 것 같은데 의외로 차이가 크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막국수에 대한 생각이 현지인과 외지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외지인은 막국수를 함흥냉면으로 이해하는데, 현지인은 평양냉면으로 이해한다고 할 수 있다. 외지인은 대체로 부드럽고 탄력 있는 면의 식감과 비빔장의 맛에 좌우되는 반면, 현지인은 메밀 본연의 까칠한 식감을 즐기고 면과 육수의 조화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막국수집마다 개성이 있지만 대체로 춘천식과 영동식, 영서식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춘천식이 비빔장을 중시해 도회적인 입맛에 좀 더 근접한다. 영서식은 여기에 고춧가루를 더해 좀 칼칼한 맛이 나고, 영동식은 동치미국물을 자박하게 넣어서 먹어야 제맛이 난다. 비빔장을 중시하는 곳은 면에 비빔장을 올려 내고 동치미국물을 중시하는 곳은 비빔장을 따로 줘서 입맛에 맞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런데 이론적으로는 춘천식과 영동식 그리고 영서식이 다른데, 요즘은 많이 튜닝 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막국수의 주된 전장이 수도권이 되면서 수도권 사람들 입맛에 맞추느라 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막국수집에 가보면 사실 그맛이 그맛이다. 아쉬운 부분이다. 


SNS를 통해 가장 많이 추천받은 곳은 고성군 백촌막국수(033-632-5422)다. 마을에서 이웃과 나눠 먹다가 반응이 좋아서 가정집에 가게를 낸 경우인데, 여전히 소박하게 장사를 한다. 전형적인 영동식 막국수로, 면 따로 국물 따로 양념장 따로 나온다(양념장도 다진 양념과 겨자·식초·참기름·설탕을 따로 준다). 먹는 사람 입맛에 맞춰서 먹으라는 의미다. 사진을 찍는 동안 다소 굳어진 면이 동치미국물을 넣으니 부드럽게 풀렸다. 다른 곳보다 면에서 메밀향이 강하게 느껴졌는데, 대를 이어 막국수집을 하는 이 집 며느리는 겉메밀과 속메밀의 배합 비율이 중요하다고 했다(메밀은 단가 때문에 중국산을 쓴다고). 고성군에서는 이곳 외에도 산북막국수, 화진포막국수, 송지호막국수, 산골막국수 등이 유명하다. 


고성군 다음으로 유명 막국수집이 많은 곳이 양양군이다. 특히 여름철 관광객이 많은 이곳은 외지인 입맛에 맞는 막국수집이 수두룩하다. 대표적인 곳이 실로암메밀국수(033-671-5547)와 송월메밀국수(033-672-3696)다. 이곳이 도시 사람들이 머릿속에 그리는 막국수 맛과 가장 근접하다. 달콤하고 매콤하고 구수한 맛이 조화를 이룬다. 입암메밀타운막국수와 영광정막국수도 잘 알려져 있다. 


실로암메밀국수는 대학교 2학년 때 처음 먹어보고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이런 비빔국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의 고장 전라도 출신인데, 사실 전라도가 면요리에 약하다. 국수도 양념간장을 넣어 먹거나 심지어 설탕을 넣어 먹기도 한다. 그런 나에게 실로암메밀국수는 맛의 지복점을 완벽하게 구현해 주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가보니 그때 그 맛이 아니었다. 실로암메밀국수가 변한 것이 아니라 내가 변한 것이겠지만...


속초는 그린막국수·소야막국수·진미막국수가 유명하고, 강릉은 삼교리동치미막국수·예향막국수·강릉해변막국수·동해막국수, 형제막국수가, 동해시는 천수막국수·평남막국수가 인기다. 삼척시에서는 부일막국수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영서식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평창군 봉평면 일대 막국수집이 유명하다. 이조막국수, 봉평막국수, 유명식당, 고향막국수, 현대막국수 등이 알려져 있는데, 이중 현대막국수(033-335-0314)가 봉평 지역 막국수를 대표하는 곳으로 꼽힌다(개인적으로는 평창 읍내에 있는 이조막국수에 자주 간다). 방림메밀막국수는 양념장이 달끈해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영월군은 상동식당의 막국수가 유명한데 전형적인 영서식이라 칼칼하다. 정선군에서는 국물에 황기를 넣은 정선황기막국수가 인기다. 이 밖에 태백에는 강산막국수가, 원주에는 삼미막국수가, 횡성에는 광암막국수가 막국수 맛집으로 꼽힌다. 


춘천시에서는 유포리막국수(033-242-5168)를 추천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유포리막국수는 고추장을 기본으로 하는 타 지역과 달리 간장을 기본으로 양념장을 만든다. 춘천에서는 이곳 외에 대룡산막국수, 시골장터막국수, 남부막국수, 명가막국수, 실비막국수 등이 꼽힌다. 인제 방동막국수와 양구 광치막국수는 이곳에서 군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앞 다투어 맛집으로 추천하는 곳이다. 이 외에 철원의 철원막국수, 화천의 천일막국수, 홍천의 장원막국수 등이 대표 맛집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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