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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Aug 21. 2021

셰프의 분류 세 가지, 그 중 백종원류가 으뜸인 이유

백종원은 차원이 다른 셰프다. 그는 더 '낮은 차원'을 선택했다.



여전히 백종원이 원탑이다. 음식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는 사람들이 TV에 나와서 이런저런 썰을 풀었는데, 아직도 썰을 풀어내고 있는 사람은 백종원이 유일하다. 이제 식상할 만도 한데 여전히 그를 중심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이 기획된다. 왜 백종원일까? 예전에 그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할 때 정리해본 생각이다. 


백종원을 둘러싼 논쟁을 지켜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멀리는 일본 미식의 대부, 그릇을 '음식을 위한 기모노'라 했던 기타오지 로산진이 야나기 무네요시의 민예운동을 까면서 했던 이야기와 비슷한 맥락도 읽힌다. 엘리트들이 더 대중주의적인 노선을 취한 곳은 학벌 좋은 야나기 무네요시와 백종원이 닮았고, 기댈 배경이 없는 사람이 화려함에 집착하는 모습은 기타오지 로산진과 백종원 공격파와 닮았다. 


백종원 논쟁을 지켜보면서 '이상적인 요리사'에 대한 상을 정리해 보았다. 각자 서있는 자리에서 다르게 평가하겠지만, 내 기준은 간단하다. 


나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요리사는 가장 하수다(황교익 선생의 말대로 적당히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는 쉽다). 

나에게 맛있는 음식에 대한 지식을 주는 요리사는 그보다 고수다(음식을 더 풍부하게 느끼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최고수는 나를 요리사로 만들어주는 요리사다(내 삶이 진일보한다). 

한 번 즐겁게 해주는 요리사, 여러 번 즐겁게 해주는 요리사, 그리고 영원히 즐겁게 해주는 요리사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내 기준에 백종원은 세 번 째다. 그래서 최고의 요리사다. 물론 이것은 평범한 일반인인 나의 기준이다. 셰프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고 그 생각을 존중한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가장 의미가 있는 사람이 백종원이라는 것이다. 


백종원의 역할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라면에 김치만 넣을 줄 알았던 사람에게 그 김치로 다른 것을 만들어보게 만드는 사람'이다. 이 '동기부여'라는 측면에서 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어때요? 참 쉽쥬?'는 바로 맛의 채찍질이다. 그의 대한 평가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할 수 있겠지만 일단 이 측면에서 평가해줄 필요가 있다. 비유하자면 '등산을 왜 하나? 내려올 걸 왜 올라가나?' 생각하는 사람에게 일단 동네 뒷산부터 오르게 해주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만인을 위한 소박한 미감을 중시했던 야나기 무네요시처럼 백종원이 '먹을만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자고 주장할 때 사람들은 그를 화려한 기타오지 로산진과 같은 요리사와 비교하며 그의 요리는 별 거 없다고 타박했다. 비유하자면 이것은 전 국민에게 등산 붐을 일으켜 등산 인구를 두 배로 늘린 사람한테 '너는 엄홍길 박영석보다 떨어지는 등산인이다' 라고 타박하는 일이다. 


백종원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비판은 그가 지금 수행하는 역할에 대해서 정면으로 해야 할 것이다. '왜 음식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하라고 하느냐'에 대해서 비판하고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면 되는 일이다. 


나는 백종원의 간단 레시피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요식업계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비법'이라며 신화화되었던 것들이 간단한 '요령'에 지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백종원의 역할은 마치 마술사들의 트릭을 얘기해주는 사람과 비슷하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을 받고 음식을 파는 사람은 더 철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해도 이보다 잘하겠다' 싶은 허술한 음식점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자극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백종원은 요식업계 종사자로서 요식업계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는다. 몇몇 음식들은 만들고 난 뒤에... '이렇게 해서 만들 수는 있지만 이런 건 그냥 사드세요~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느니' 하는 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음식을 만들어 보면 정반대의 생각이 교차한다. 하나는 '내가 해도 이만큼 맛이 나오는구나. 이런 걸 돈 주고 사 먹기 아깝네', 하는 것과 '아 이런 건 그냥 사 먹어야겠다', 하는 대립된 결론이다. 





자 이제 그의 역할이 갖는 의미를 살펴보자. 축구를 보는 사람이 많은 나라와 축구를 하는 사람이 많은 나라 중에서, 어느 나라가 더 축구실력이 좋아질까? 모두가 프라이팬과 냄비를 드는 나라와 모두가 음식구라만 까는 나라 중에서 어디가 더 음식문화가 발달할까? 결과는 자명하다. 현대사회 미식의 아이러니는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음식 이야기를 하는데 쓰지만 정작 그 음식을 만드는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든다는 것이다. 


백종원의 방식은 요식업계의 요령을 집밥으로 이식시켜 준다는 점이다.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은 집밥이 아니라 집 밖에서 밥을 먹는다. 어쩌면 이 밥이 표준이 되었을 수도 있다. 집 밖의 밥에 비해 집밥은 초라하다. 뭐랄까? 그냥 끼니를 때우는 정도의 느낌? 그래서 집 밖의 밥과 경쟁해야 하는 주부들도 백종원의 레시피를 많이 받아 적는다. 아마 백종원의 영향력이 가장 큰 층을 조사해 보면 주부들일 것이다. 집밥의 평균 점수가 높아진다면 집 밖 음식의 평균 점수 역시 높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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