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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Aug 17. 2021

유명인들이 휴가 때 먹고 오는 전국 가성비 맛집

여행감독의 해장국 맛집도 덤으로 소개합니다

국내여행은 대부분 기승전-맛집으로 요약된다. 여행지의 숙소를 정했다면 다음은 맛집 검색이다. 애써 찾은 소문난 맛집에서 실패한 경험이 한두 번씩은 있을 터. 유명인들이 여행을 갔을 때 현지에서 꼭 들르는 '가성비 맛집'을 조사해 보았다. 그리 대단할 것은 없는데, 다시 생각나는 음식. 그런 집들을 추천받아 보았다.  



맛있는 집은 서울에 많다. 음식 재료도 풍부하고 식당 간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지에 가면 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 진다. 왜? 여행을 왔으니까. 여행의 가장 큰 낙이 바로 현지의 맛집에 찾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맛집’을 고르기가 여간 고민스러운 게 아니다.


맛집을 찾기 위해 주로 인터넷 검색을 하게 된다. 그렇게 찾은 ‘소문난’ 맛집은 사람이 많아서 오래 기다려야 하는가 하면, 기대보다 음식 맛이 떨어지는 곳이 적지 않다. 미디어나 블로그를 통해 유명해진 맛집은 왠지 미덥지가 않다. 혹시 ‘마케팅’에 따라 만들어진 곳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너무 대형화되어 상업적인 곳도 선뜻 내키지 않는다.


그렇게 몇 군데 퇴짜를 놓다 보면 한숨을 쉬며 이런 생각에 다다른다. 거하지 않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집이 없을까? 주인장이 음식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그런 식당이 없을까?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 먼저 가보고 만족했던 집이 없을까?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가는 맛집은 어디일까?


여행지에 갔을 때 마침 그곳에 사는 지인이 있다면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타 지역에서 오는 관광객은 죄다 저 집으로 가는데 정작 여기 사람들은 이 집에서 먹는다”라며 골목 구석구석으로 안내하는 지인을 따라가며 숨은 보석을 발견한 듯 설레던 경험을. 어쩌면 이 한마디가 바로 진정한 맛집을 인증하는 말이 아닐까? 그래서 모아봤다. 많이 알려지지 않고 비싸지도 않으면서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맛집들을, 평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식탐을 드러내곤 하던 유명인들로부터 추천받았다. 역시 SNS를 통해 일반인에게 추천받은 맛집은 다시 한번 여러 경로를 통해 평판을 들어보고 추려냈다.


기준은 이렇다. 일단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갈 수 있도록 비싸지 않은 집이어야 한다. 현지의 음식 재료를 활용하는 곳과 야참으로 먹기 좋은 닭요리를 잘하는 곳, 아침 해장에 좋은 음식도 따로 골랐다. 여름철 대표 휴양지인 강원도와 제주도는 따로 꾸렸다. 막국수의 고장 강원도의 지역별 막국수도 비교해보았다. 제주도는 익히 알려진 맛집이 많은 터라, 잘 알려지지 않은 식당과 음식을 소개한다.



부산 합천국밥집 돼지국밥요즘 부산 돼지국밥집들이 속속 상경하고 있다. 그런데 순대국밥을 좋아하는 사람도 돼지국밥 특유의 누린내 때문에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전현무 아나운서는 부산 돼지국밥집 중에서 일반인도 먹어보고 만족할 만한 집으로 부산 남구 용호동에 위치한 ‘합천국밥집(051-628-4898)’을 추천했다. “천장이 낮은 복층 구조에 다소 허름한 식당인데, 그래서 더 분위기가 난다. 신기할 정도로 돼지 누린내가 없고 육질이 부드럽다. 국물에 기름이 뜨지 않아 부산 친구들조차 놀란다.”


충남 홍성군은 어패류가 풍부한 곳이다. 이곳 출신인 고경일 만화가는 충남 예산군 ‘홍북식당(041-632-9100)’의 얼큰칼국수를 추천했다. 기계식 면을 매콤하게 끓여주는 집이다. “이 지역 칼국수는 이렇게 뻘겋고 매콤하게 끓인다. 굴과 바지락이 많이 들어 있어서 국물 맛이 진하다. 면을 조금만 넣고 서숙(좁쌀)을 섞어 지은 밥을 말아먹으면 더 맛있다.”


류근 시인은 충주시의 ‘행복한 우동가게(043-854-1052)’를 추천했다. 내부 인테리어가 전부 손님들이 쓴 메모로 되어 있는 독특한 우동 집이다. 우동 집인데 안주류가 많아서 술 한잔 걸치기도 좋다. “겨우 우동? 하실 수 있으나 그 집 면발을 경험한 사람들은 대부분 중독된다. 밤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마냥 행복해지지 않을 수 없다.”


민경중 CBS 마케팅본부장은 제주본부장 시절 단골이   곳을 소개했다.   모두 전직 대통령과 연관된 곳이다. 석다원(구좌읍 하도리·064-784-2329)이라고, 김대중  대통령이 지나다 들렀던 집이다. 해녀가 직접 잡아온 해물로 요리를 만드는 곳인데 해물칼국수가 일품이다. 오후 4시에서 8시까지만 문을 연다. 별게 없는데 고기가  맛있다. 제주도 주먹고기가  집에서 시작되어 번져 나갔다는 얘기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행복한 순간에 찍었던 사진이 걸려 있다.”


출판사 푸른역사 박해숙 대표는 수백 년 금기를 깨고 한국 최초의 해남이 된 주인아저씨가 그날 잡아온 횟감과 해물로 요리하는 제주도 ‘일통이반(064-752-1028)’을 추천했다. “물질만 수십 년 한 분인데 할머니 같은 요리 솜씨까지 가지고 있다. 해물과 잘 어울리는 나물요리를 직접 한다. 허름한 옛날 다방 같아 정감 가는 곳이다.”


변영주 영화감독은 경주시의 ‘대화만두(054-743-3516)’를 꼽았다. 즉석떡볶이와 만두를 파는 분식점으로, 여행 가서 갑자기 평범한 음식을 먹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집이라는 것이다. “경주 시내 골목길에서 우연히 간판을 보고 들어갔다가 정말 수준 높은 만두를 발견했다. 분식집인데도 가게에서 만두를 직접 빚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유명했던 서울 동부이촌동 코끼리분식의 품격이 느껴지는 만두였다.”


이정모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은 제주도 ‘광동식당(064-787-2843)’을 추천했다. “가족여행을 하다가 밤에 길을 잃고 우연히 찾아간 곳인데 정말 맛있었다. 요즘은 딸아이나 아내가 친구랑 여행 가면 꼭 찾아간다. 고기를 맘대로 먹을 수 있으면서 맛도 좋은 집이다. 여행객은 거의 못 봤고 주로 동네 분들이 많이 오신다.”


젊은 문화기획자 김국희씨는 전남 장흥군의 ‘성화식당(061-867-5017)’을 소개했다. “몇 년 전까지 세탁소를 식당과 함께 운영했다. 복지리(맑은탕)를 판다. 워낙 복지리를 맛있게 끓여 주변에서 ‘팔아도 되겠다’고 해서 팔기 시작했는데, 담백하고 푸짐해서 반응이 좋았다. 차를 가지고 제주도에 가려는 사람들은 배 타러 노력항으로 가는 길에 들러보면 좋을 것이다.”



여행감독이 추천하는 전국 해장국 맛집 


다음 날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휴가지에서는 평소보다 과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추천할 만한 곳이 몇 군데 있다. 먼저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등명해수욕장 ‘바다마을횟집(033-644-5747)’의 섭국이다. 서해안에서는 열합이라고 부르고 경상도에서는 담치라고도 부르는 홍합을 강원도에서는 섭이라고 부른다. 이 자연산 홍합과 부추·애호박 등을 넣고 막장을 풀어 끓이는 섭국은 물곰탕(곰칫국)과 더불어 뱃사람들의 대표적인 해장 음식이다.


취재를 위해 오랜만에 바다마을횟집에서 섭국을 먹었는데 맛이 예전 같지 않았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섭국은 ‘땡초(매운 고추)’를 넣어서 칼칼하게 끓여야 제맛인데 손님들이 ‘매워서 아이들이 먹기 힘들다’고 불평하곤 해서 덜 맵게 끓였다고 했다. 다른 이유는 홍합이 제철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홍합은 겨울에서 이른 봄까지가 살이 주황빛으로 올라 가장 맛있다고 한다.


솔비치리조트 인근의 ‘옛뜰섭국(033-672-7009)’도 섭국 잘 끓이는 곳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유명하다. 겨울에 더 인기가 좋은 물곰탕(곰칫국)은 삼척 ‘옛집식당(033-576-0130)’ 을 자주간다. 물곰탕을 끓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집은 신김치를 넣어서 시원하게 끓인다.


강원도에는 화천군 ‘화천어죽탕(033-442-5544)’의 어죽, 양구군 ‘시래원(010-7160-9488)’의 시래깃국이 해장용으로 지역민들이 자주 찾는 음식이다. 여름에 아침가리로 계곡 트레킹을 가곤 하는데 그때 꼭 '매화촌'에서 순댓국을 먹는다. 배우 김소진 씨의 어머니가 하시는 집인데 손맛이 좋다.


서해안 충청도 지역에서는 먼저 서천 ‘초원복요리(010-8611-6093)’의 복칼국수를 추천한다. 저렴한 가격에 복샤브샤브와 칼국수를 맛볼 수 있는데, 바지락칼국수와는 다른 개운함이 느껴진다. 서해안에서는 원래 우럭젓국이 해장 음식으로 유명한데 절인 생선 특유의 짠맛이 배어 있어서 외지인들은 꽃게와 겉절이를 함께 넣고 끓인 게국지를 더 선호한다.


전라도에서는 전북 군산시 ‘한일옥(063-446-5491)’ 무국이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올봄에 다녀왔는데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식당 이름을 기억하는 최초의 맛집이 되었다. 소고기와 무만 넣은 평범한 국인데 국물이 투명할 정도로 맑다.


나주시 ‘하얀집(061-333-4292)’과 '노안집(061-333-2053)의 곰탕, 목포시 ‘영란횟집(061-243-7311)’의 민어탕이 해장 음식으로 인기가 있는데 요즘 목포에 가면 '조선쫄복탕(010-8609-3704)'에 가서 쫄복으로 만든 어죽을 먹는다. 맑은 어죽이 위와 장을 보호해주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남도에 가면 순댓국을 꼭 먹고온다. 신의주순대 등 북한식 순대보다 남도식 순댓국이 밸런스가 더 좋은 것 같다(전라도 출신이라 전라도 순댓국이 더 입에 맞는지도 모른다). 전주의 '호성순대(063-243-9159)', 광주의 '영명국밥(062-942-2727)'을 좋아한다. 순천 웃장의 향촌은 순댓국을 시키면 나오는 부속고기가 일품이다.


경상도에서는 부산의  시원한 대구탕(051-727-8659)’ 추천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 가면 매일 아침 이곳에서 대구탕을 먹는다. 영화제에 가면 밤에 술자리가 길어지곤 하는데 그럴  금수복국에서 아예 해장을 하고 자는 것도 방법이다. 부산은 돼지국밥이 유명한데 영화평론가 최광희씨는 본전돼지국밥(051-441-2946)’ 추천했다. 하동군 화개장터의 ‘동백식당(055-883-2439)’에서 내놓는 참게탕도 빼놓을  없다(그런데 자녀들이 운영하면서 맛이  달라진 듯하다).


제주도는 너무 많아서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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