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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Oct 21. 2020

한량 홍동우를 따라가며 목포를 보다

가이드를 평가하는 기준 네 가지


여행 기획자로서 가이드를 평가하는 기준이 있다. 크게 네 가지다. 1)어디를 가느냐, 2)그곳을 언제 가느냐, 3)가서 무엇을 하느냐, 4)그리고 무슨 얘기를 하느냐를 본다.      


일반인들은 어디를 가느냐를 가장 중요시하는데, 사실 이건 평가 기준이라기보다 기본이다. 그리고 여행지 정보는 이미 널려 있다. 선택만 하면 된다. 내가 보는 것은 플랜B다.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디를 대신 가느냐’에 대한 대처 능력으로 평가한다.       


‘언제 가느냐’는 어디를 가느냐보다 훨씬 복잡한 사고력을 요한다. 보통은 코스를 짜면서 동선만 고려하는데 똑똑한 가이드는 그 장소의 시간을 산다. 일출에 갈지 일몰에 갈지, 배부를 때 갈지 배고플 때 갈지, 힘 있을 때 갈지 지쳤을 때 갈지, 장소를 결정할 때 시간을 감안해서 결정한다.       


가서 무엇을 하느냐로는 가이드의 태도를 볼 수 있다. 원래 여행이라는 것은 데려다주면 끝이다. 가서 무엇을 하게 하느냐의 관점에서 설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처음 가는 사람은 가서 무엇을 하면 좋은지 잘 모른다. 가이드는 이 부분을 준비해 줄 수 있는데 여행의 재미를 높여준다.       


마지막은 ‘가서 무슨 얘기를 하느냐’는 것이다. 이는 가이드의 격조를 보여준다. 격조가 없는 것은 무의식 중에 드러나고 격조가 있는 것은 행동 하나하나에 배어난다. 이런 네 가지 요건을 만족시키는 가이드는 천시와 지리와 인화를 두루 고려한 여행을 설계할 수 있다.  


    


‘유달산 미식 여행’을 이끈 홍동우 공장공장 공장장이 이 네 가지 요건을 만족시킨 가이드였다. 일반인들에게는 목포 괜찮아마을의 기획자로 알려져 있지만 목포에 오기 전 그는 ‘익스퍼루트’라는 전국일주 여행사의 대표였다. 그가 이끈 여행을 따라가 보니 익스퍼루트 때 닦은 가이드력이 곳곳에 묻어 나왔다.   

   

홍동우 공장장을 처음 만난 곳은 관매도였다. 강기태 여행대학 총장과 함께 ‘섬청년탐사대’를 만들고 관매도에 ‘섬마을 도서방’을 구축했는데 그때 함께 했다. ‘직장인을 위한 여행’이라는 콘셉트로 여행을 기획하던 그는 양복을 입고 여행을 했는데 그때도 양복을 입고 왔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도시인을 위한 자발적 섬 유배’ 때 참가자들이 출퇴근 때 입는 ‘오피스룩’을 입고 섬에 들어가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홍동우 공장장은 ‘한량’이라고 써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설명할 때 꿈이 한량이라고 했다. 그 기준으로 본다면 그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목포에서 몇 번 그를 보았지만 바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동우는 수많은 한량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목포 괜찮아마을은 한량을 생산하는 공장공장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한량끼를 누린 수많은 청년들이 목포에 정착했다. ‘유달산 미식 기행’을 따라가며 홍동우가 풀어놓은 목포 한량들의 활약상을 두루 볼 수 있었다.  


가이드로서도 홍동우는 최고였다. 그는 목포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목포 이야기를 누구보다도 재밌게 들려주었다. 스스로 목포가 재밌는 곳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간혹 가이드들 중에는 ‘이곳에 뭐 볼 게 있어서 왔느냐’는 시선으로 안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목포를 재미있게 안내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목포에 대한 ‘여행자의 시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간에 대한 여행자의 시선이란, 이성에 대한 연애적 시각과 닮아 있다. 일정한 텐션이 유지된다. 그가 그랬다.      



때로는 가난하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있다. 홍동우는 그 시선을 포착했다. 보리마당 언덕의 일출이 그랬다. 조금 때만 항구에 들어오는 선원들의 자식들, ‘조금새끼’들의 고향인 보리마당은 목포항을 끼고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가난하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호사를 우리도 잠깐 경험할 수 있었다.      


비록 간발의 차이로 경매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목포수협공판장 견학이나 철수 시점에 가서 조금 아쉬웠던 도깨비시장 견학은 목포인들의 치열한 삶의 속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선원들이 차가운 뱃속을 녹이던 장어탕과 총리 맛집으로 불리는 오거리식당 생선구이는 가성비 좋은 맛집이었다.      


목포시의 야경을 내려다보면서 마시는 뱅쇼, 목포대교 아래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먹었던 컵라면 그리고 몸을 녹일 수 있는 석유곤로까지, 치밀한 준비가 돋보였다. 그와 함께여서 모든 순간이 좋았다.      


내가 명품 한국 기행을 위해 수배하는 사람들이 이런 한량들이다. 한량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을 따라가면 여행자의 호사를 누릴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다른 일 하지 말고 백 명의 홍동우를 발굴한다면 우리의 여행은 분명 이전과 달라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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