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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Sep 09. 2021

나는 서울 사는 지방 사람, '관계인구'로 사는법

나는 서울에 살지만 서울시민이 아니다. 이유는 이렇다.

'관계인구'라는 개념은 일본에서 정립되었다. 돌이켜보니 나는 '관계인구'로 살고 있고 서울과 지방의 인연을 이어주면서 '관계인구'를 늘리고 있었다. '여행을 통한 느슨한 연대'를 도모하는 '어른의 여행 클럽/트래블러스랩' 여행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기도 해서 이 개념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2017년 일본 야마나시현은 ‘야마나시 링키지(linkage·관계) 프로젝트’를 내놨다. 야마나시현을 지지하고, 경제적 공헌이 높으며, 지역에 애착과 귀속의식이 있는 사람을 ‘링키지 인구’라고 정의하고, 이중 지역 거주자, 야마나시현 출신 귀향자, 관광객 등을 6만 명 수준으로 증가시키자는 목표를 설정했다. 링키지 인구가 지역 내에서 머문 시간과 소비액이 해당 지역에 주민등록을 둔 인구 몇 명분의 경제적 효과를 낳는지를 연구해 정책에 활용할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한겨레신문)





나는 서울에 살지만 서울시민이 아니다.

이유는 이렇다.


@ 나는 삼척시민이다.

올해 초부터 지인들과 삼척에 아지트를 구축하고 살롱을 운영하고 있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나와 지인들 그리고 지인의 지인들에게 삼척항의 멋진 인더스트리얼뷰를 경험하게 해주고 있다.


@ 나는 정선군민이다.

정선의 홍반장 석병기 씨가 나에게 정선 10박 숙박권을 부여해 주었다. 아직 1박밖에 쓰지 못했는데 9박이 남아있다. 덕산기계곡의 강기희 작가님과는 최일순 배우님의 게스트하우스에 숙박하는 산적투어를 만들기로 했다. 올여름 도깨비 계곡에 발을 담그지는 못했지만 나는 정선군민이다.


@ 나는 평창군민이다.

나는 평창 미탄마을에 성이 다른 동생들이 있다. 임성남, 이재용, 최영석이 나의 동생들이다. 그들과 함께 여러 번  '미탄 소풍'을 만들었다. 미탄마을이 고향인 김준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이 이 프로젝트를  위해 고향집을 고쳐서 함께 하기로 했다.


@ 나는 영동군민이다.

영동에 가면 와이너리에서 와인디너를 할 수 있는 여포와인 여인성 대표님이 동생처럼 챙겨주신다. 다른 군처럼 문화관광과가 없지만 영동은 천혜의 여행지다. 나름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해서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포도가 익어갈 무렵 혹은 술이 익어갈 무렵 꾸준히 영동을 찾을 것이다.  


@ 나는 부여군민이다.

부여에는 오희영과 노재정이 있다. 부여에 가면 그들이 사신을 맞이하는 백제 귀족처럼 극진히 챙겨준다. 서동한우처럼 이름난 곳이 아니어도 서울의 그 어느 치킨집보다도 맛난 시골통닭이 있는 부여는 나에게 미식도시다. 이제 청년별장도 알고 있으니 부여는 나의 중부권의 거점이다.  




@ 나는 문경시민이다.

문경에 가면 찻사발 굽는 가마로 안내하는 관음요 김선식 명인과 술잔을 기울이며 풍류를 알려주는 오미나라 이종기 박사님이 계시다. 사람들을 데리고 문경 여행을 하면서 문경의 숙박시설을 두루 경험해 보았으며 해마다 9월 중순이면 오미자술을 담그러 간다. 고속도로를 지날 때 문경새재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가나다라브루어리에 걸어가서 여행에서 마실 수제맥주를 사 오는 나는 문경시민이다.


@ 나는 안동시민이다.

안동에는 외갓집처럼 드나드는 소목화당이 있다. 술창고에서 술향기를 맡으며 술과 세상을 논하는 박성호 대표가 있고 다음날 아침이면 말끔하게 해장해주는 김선영 대표가 있다. 혼자서도 가고, 가족과도 가고, 지인들과 가도 언제나 한결같으면서 시설은 점점 좋아지는 소목화당은 나의 세컨드 하우스다.

 

@ 나는 진안군민이다.

나는 진안군의 마을 여섯 곳을 구석구석 헤집고 다녔다. 그들과 멋진 마을 여행을 개발하고 있다. 올 가을 감이 익어갈 때 청년예술가들과 진안에 갈 것이다. 이현배 선생님의 옹기에 따뜻한 음식을 담고 자연이 만들어 준 무대에서 김선이 쌤의 무용을 볼 것이다.  


@ 나는 남원시민이다.

남원 동편제마을은 지난해와 올해 합쳐서 열 번은 간 것이다. 오인숙 동편제마을영농조합 이사장님을 졸라 버크셔K로 만든 ‘흑돼지 샤브샤브’를 드디어 맛있게 먹었다. 버크셔K로 만든 바비큐와 샤브샤브 그리고 하몽을 가지고 이곳에서 ‘한국형 아그리투리스모’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 나는 여수시민이다.

강용주 여수세계박람회재단 이사장님이 수고비도 안 주는데 몇 번이나 가서 자문을 해드렸다. 그래서 억울해서라도 여수시민이다. 하지수 여수와 대표와 같이 개발하고 싶은 여수 미식 여행의 숙제가 아직 남아있다. 이정경 마띠유호텔 대표님과 정승원 대표님의 블루요트를 타고 박치호 화백님의 금오도 아지트에서 제정화 명창님의 소리를 들어야겠다.


@ 나는 해남군민이다.

해남에는 성이 다른 형님이 있다. 남창리 심재신 이장님이시다. 내 손을 잡고 만원짜리 한 장이면 기분 좋게 취할 수 있다며 잔을 권하시는 이장님과 해남의 젊은 피 전병오 대표와 해월루에서 달빛에 젖은 바다를 보며 한 잔 해야 한다. 올해가 가기 전에.



@ 나는 신안군민이다.

마지막으로 기자가 들어간 지 50년 만에 기자를 관둔 내가 들어갔던 노대도가 있는 신안 역시 내가 지분을 주장할 수 있는 곳이다. 무인도를 유인도로 바꾸는 강형기 교수님의 도전에 함께 할 것이다. 강 교수님 아지트에 기증하려고 바비큐 꿈나무 송영운 대표님에게 바비큐 그릴도 하나 받아두었다.


@ 나는 광주 양림동민이다.

양림동에는 나의 조직이 있다. 저녁이 되면 약속한 것처럼 모이는 이한호 쥬스컴퍼니 대표와 정헌기 호랑가시나무창작소 관장 그리고 이이남 작가와 나는 ‘양림동 호랑가시파’ 조직이다. 호랑가시나무게스트하우스의 4계절을 다 보고 내 전용 찻잔과 책캐리어를 가져다 둔 나는 진짜 양림동민이다.


@ 나는 통영시민이다.

6월에 열린 ‘섬마을 영화제’에 30여 명의 사람들을 몰고 갔고 다시 10월에 열리는 ‘섬마을 음악회’에 그만큼의 사람을 몰고 갈 나는 통영시민이다. 욕지도에 가면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멋진 곳에 데려갈 이동열 쌤이 있고 우도의 석양을 기억하고 연화도의 전갱이 물회를 즐기는 나는 통영시민이다.


@ 나는 부산 영도구민이다.

올 가을부터는 부산 영도구민이다. 심영규 건축PD와 가이드라이브 팀과 함께 영도 랜선 투어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영도문화도시센터가 기획한 ‘모두의 영도 여행’을 멘토링하고 있는 나는 영도구민이다. 영도에 있는 국립해양박물관장의 김태만 관장님이 <올드보이> 최민식이 먹었더 만두를 사줘서 더욱 영도구민이다.


@ 나는 제주시민이다.

올가을 제주올레 쉼터에 책 캐리어를 가져다 둬서 올레꾼들이 쉬면서 책을 읽을 수 있게 ‘올레룰 책칠하자’ 프로젝트를 시작한 나는 제주 시민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100만원을 서명숙 제주올레이사장과 안은주 상임이사가 있는 제주올레에 기부했으니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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