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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Sep 14. 2021

조지아와 아르메니아의 공통점과 차이점

코카서스의 숨은 보석 아르메니아를 가다,제2편


코카서스 3국 중에 조지아와 아르메니아는 여러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이슬람 문화권인 아제르바이잔과는 차이점이 많지만 두 나라는 여러 모로 닮아 있다. 기독교를 가장 먼저 받아들였던 두 나라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페르시아 몽골 투르크 등 주변 강국에 계속 침략을 끊임없이 당하면서 파괴와 재건의 과정을 반복적으로 경험했다. 그래서 비슷한 입장인 우리와도 공감의 여지가 크다. 


신앙적으로는 순수하지만 술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아르메니아인들은 술과 여흥을 즐긴다. 조지아와 마찬가지로 ‘술존심’이 센 나라이기도하다. 아르메니아는 종종 조지아와 와인 종주국 논쟁을 벌인다. 와인 관련 유물 유적을 바탕으로 종주국을 주장하는 조지아인에게 아르메니아인은 “조지아인은 성경을 안 믿는 것인가? 성경에 나와 있지 않나? 노아가 취한 곳이 바로 아라라트 산기슭이다”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말싸움에서는 아르메니아인이 이기지만 와인은 조지아산 크베브리 와인(땅에 묻은 항아리에 숙성하는 전통 방식으로 발효시킨 와인)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아르메니아에도 유사한 방식의 와인이 있지만 꼬냑이 더 유명하다. 포도 증류주는 보통 ‘와인 브랜디’로 부르는데 아라랏 코냑은 프랑스 코냑 지방에서 ‘코냑’이라는 말을 붙여도 된다고 허가할 만큼 품질을 인정받았다. 그래서 코카서스 여행은 아라랏 코냑으로 완성된다. 



조지아와 아르메니아는 음식에서도 라이벌이다. 사실 옛 소련 지역에서 가장 음식이 맛있기로 소문난 곳은 조지아다. 러시아의 시인 푸시킨도 “그루지야(조지아) 음식은 하나하나가 시다”라고 칭송했을 정도인데, 보통 조지아 음식을 ‘러시아의 전라도식’이라고 소개하곤 한다. 조지아 음식은 KBS 음식 다큐멘터리 〈요리 인류〉에서도 소개되었는데, 서양 음식의 원형을 볼 수 있어서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런데 한국인들에게는 아르메니아 음식이 조지아 음식보다 더 입에 맞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간이 한국인 입맛에 맞는다. 고기를 익힐 때도 그렇다. 조지아와 아르메니아 모두 샤슬릭 스타일의 돼지고기 꼬치구이가 유명한데 조지아식은 살코기 위주라 좀 퍽퍽하다. 반면 아르메니아는 꼬들꼬들한 식감을 살리고 비계 부위를 중시해 한국인에게 친숙하다. 



#세반호수

이런 술과 음식을 즐기며 여행할 수 있는 아르메니아의 대표적인 관광지는 세반 호수다. 해발 1900m에 위치한 이 호수는 국토의 5%를 차지할 만큼 넓어서 수평선이 보일 정도다. ‘검은 호수’라고도 불리는데 물빛이 검어서가 아니라 호수에 구름의 그늘이 져서 검게 보이기 때문이다. 세반 호수는 송어가 유명해 여기서는 돼지고기 바비큐가 아니라 송어 바비큐를 먹는다. 


코카서스 지방을 여행하면 시그니처 교회를 몇 곳 가게 되는데 세반호수의 반크교회도 그 중 하나다. 아르메니아에서는 이 교회와 아라랏산이 뒤에 보이는 코르비랍 교회와 함께 이 교회를 꼽는다. 조지아 카즈베기 산 중턱의 츠민다 사메바 교회를 코르비랍 교회와 비교한다면 반크교회는 므츠케타의 즈바리 교회와 비견할 수 있다. 



#이제반 산장

국토 대부분이 산악지형이라 아르메니아는 산장이 많다. 그중에서도 이제반 지역이 유명하다. 〈시사IN〉 코카서스 기행팀이 묵은 아파카 산장도 그런 곳 가운데 하나인데, 트레킹 코스와 지프라인 등 야외 액티비티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산장에서 바로 연결된 트레킹 코스는 폭포까지 왕복 6㎞ 정도 거리였는데 기암절벽과 마주하고 있어서 풍광이 경이로웠다. 


이제반 산장에서는 인상적인 것이 많았다. 일단 산장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잘생겼다. 우리가 '아르메니아와 그 아들들'이라고 불렀던 청년들은 순정만화에서 불쑥 튀어나온 듯한 미소년이었는데 석양에 말을 타고 우리 옆을 질주하자 가만히 서있다 오징어가 되었다. 산장에 가라오케 시설이 되어 있었는데 밤에 노래를 크게 부르면서 함께 춤을 추는 문화가 있어서 우리 일행이 무척 좋아했다. 



# 아차트 계곡

아르메니아는 산이 많아 협곡도 많은데 아차트 계곡 트레킹이 인기가 좋다. 같은 화산지형인 우리나라 한탄강에서도 볼 수 있는 주상절리가 나타나는데 더 웅장하고 절묘하다. 가르니 태양신전에서 이곳 주상절리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가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다. 다만 도로 사정이 좋지 않고 길이 구불구불해 멀미가 심한 사람은 고생을 할 수 있다.



조지아와 마찬가지로 외침이 많아서 교회가 산악지역에 많다. 우리나라로 치면 암자나 정자가 있을 만한 위치에 교회가 있다. 게그하르트 동굴교회는 우리나라 석굴암을 연상시키는 곳으로 돌을 파 내려가서 만든 교회다. 아르메니아의 교황청이라 할 수 있는 에치미아진에는 아르메니아에 기독교를 전파한 수녀들을 기념하는 교회와 성물을 보관한 중요한 교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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