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꼰대 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꼰까꼰(꼰대 까는 꼰대)'가 되어보려고 한다. '꼰테크'가 한국에 사는 45세 이상 남성의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꼰테크'가 되지 않으면 다른 성별 다른 세대 구성원들이 방탈출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향신문에 연재하는 '생애 전환 기술' 칼럼에 '꼰대 감별법'을 썼다.
어른의 여행클럽을 만들고 있다. ‘X세대 혹은 신세대라는 얘기를 듣고 대학을 다녔던 1990년대 초반 학번이 20년 뒤 모여서 만든 여행동아리’라는 콘셉트로 사람들을 모았다. 독서나 취미활동을 통한 네트워킹을 도모하는 트레바리나 프립처럼 여행을 통해 네트워킹을 도모해 보자는 취지였다. 40대를 여행동아리의 중심에 두고 30대는 신입생 느낌으로, 50대는 복학생 느낌으로 합류시켜서 함께 ‘수제 패키지여행’을 만들었다.
그런데 복학생들이 말썽이었다. 치명적인 ‘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식이었다. 여행에 온 여성 멤버에게 나이를 물었다. 그 여성이 “왜 나이를 묻느냐?”라고 하자 “악의 없이 물어본 것인데 왜 민감하냐?”라고 했다. 자신을 기러기아빠라고 설명한 다른 멤버에게는 “당장 돌아오라고 해라. 그렇게 살면 마누라는 바람나고 애는 불량 청소년 된다”며 걱정했다. 물론 처음 만난 사이였다. 성희롱적인 농담을 해서 사람들이 지적하자,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다며 왜 그렇게 받아들이냐고 상대방을 탓했다. 결과는 삼진 아웃!
사실 그는 베풀 줄도 알고 함께 여행할 때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호감으로 꼽혔는데 그런 사람을 부르는 이름이 있었다. ‘꼰대’. 대한민국 아재들의 꼰대 바이러스가 발현되지 않도록 ‘꼰테크’에 주목했다. 간섭을 애정이라 생각하고, 선을 넘는 것을 친근감의 표현이라 착각하고, 무조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교조적인 믿음을 깨야 했다. 그런 가치가 다른 세대와의 소통을 막는 장벽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했다.
사회가 변했다. 그걸 인식시키기 위해서 드는 예가 '집들이 문화'다. 지금 기성세대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에는 집들이가 일반적이었다. 집을 새로 사거나 결혼을 하거나 하면 직장 동료를 불러 저녁을 먹였고, 초대받은 사람들은 휴지나 세제 꾸러미를 선물로 사갔다. 그런데 요즘 직장에서 집들이를 한다? 아마 젊은 직원들이 기절할 것이다. 그거 것 때문에 회사를 관둘 수도 있고.
그래서 '어른의 여행 클럽/트래블러스랩'에서는 몇 가지 매뉴얼을 만들었다. ‘간섭하지 않는 결속력’ ‘선을 넘지 않는 배려’ ‘따로 또 같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이를 공유했다. 아무튼 내가 보기에는 병이 깊은데 대증요법으로 ‘꼰탈’(꼰대 탈출)했다고 착각하는 이들이 많아 나름 ‘꼰대 감별법’을 만들어 보았다. 감별법이면서 또한 탈출법이기도 하다.
1. 그 판에서 누가 주연인지 모르겠으면 당신이 바로 꼰대다. 주연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당신이 주연 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2. 족보를 찢어라.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은 그냥 모르는 사람이다.
3. 알아봐 주길 바라지 마라. 명함으로 자신을 설명하지 말고 행동으로 증명해라.
4. 선의를 버려라. 모르는 사람의 인생을 동의 없이 걱정해주지 마라. 그 사람 인생이다.
5. 허락받고 가르쳐라. 배울 나이가 지난 사람에게는.
6. 함부로 아이스 브레이킹 시도하지 마라. 잘못 얼음을 깨면 물에 빠진다.
7. 성희롱을 농담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나를 웃기려고 하는 농담을 남에게 하지 마라. 가는 말을 잘 골라야 오는 말에 골로 가지 않는다.
8. 생각을 바꾸지 말고 행동을 바꿔라. 누군가 내 대신 손발을 움직여주길 원하는 마음이 바로 꼰대다.
9. 상상 속의 비서를 해고하라. 이 세상에 당신의 비서는 없다. 당신이 직접 해야 한다.
10. 숟가락, 젓가락만 잘 챙겨도 중간은 간다. 식탁에 앉으면 숟가락, 젓가락부터 찾아라. 남들 것도 놓아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