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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Sep 20. 2021

이영돈 PD와 나영석 PD의 차이는 바로 이것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쉽게 빠지는 늪이 있다

 


이영돈 PD를 캠프의 미디어 총괄본부장으로 영입하려던 홍준표 후보가 발표 세 시간도 안 되어 인사를 철회했다. 그는 9월14일 10시 28분 임명을 발표했다가 1시 3분에 임명을 보류하며 "숙고 끝에 영입했는데 지지자 분들께서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 지네요. 이영돈 PD와 방금 상의해서 일단 영입을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인사라는 게 참 힘든 작업입니다"라고 페이스북에 남겼다.


자수성가한 사람의 경우 성공공식이 실패공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주변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자신의 방식이 맞다고 고집을 부리다 큰 화를 당하는 것이다. 한 번 실패를 하면 성공에 묻혀 있던 부작용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상처를 받곤 한다. 자기 방식만이 맞다고 주장하던 이 PD 역시 이런 성공의 함정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영돈의 몰락은 창작자들이 참고할 필요가 있는 사례다.


이영돈 PD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때는 2015 초반이다. 처음 ‘그릭요거트(그리스식 요구르트)’ 편에서 무가당 그릭요거트를 파는 집을 방문해서 일부러 당이 포함된 요구르트를 주문하고 나서 그릭요거트가 아니라고 판결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시작되었다. 그가 진행하던 <이영돈 PD 간다> <에브리바디>  프로그램에 대해 JTBC에서는 당장 방송 중지를 결정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가 예전에 방송했던 내용 때문에 피해를 보았던 사람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죽염 제조업체와 영광굴비 제조업체와 황토팩 제조업체가 명예회복에 나섰다. 채널A에 있을 때 방송사에서 ‘착한라면’에 미리 상표권을 등록해 놓고 ‘착한 라면’을 선정하려고 했던 것도 밝혀져 비난받았다. 그전에는 그가 ‘착한 가게’로 선정한 곳이 회자되었지만 요즘은 그가 ‘악의 축’으로 묘사했던 곳들의 억울함이 부각되고 있다.



이제 이영돈이라는 이름은 ‘보증수표 아니라 ‘부도수표 되었다고 사람들이 말한다. 그가 이렇게 나락에 떨어진 이유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에 억지로 꿰어 맞추어 만들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악으로 몰아붙여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기법이었는데 중세 마녀사냥과 비슷했다. 그가 이런 식으로 기획에 꿰어 맞춘 프로그램을 제작한 이유는 시청률이었다. 그것이 검증된 성공공식이었기 때문에 그는  방식을 고집했다.


그는 방송사와 프로그램을 자주 옮겼다. 그런데 옮길 때마다 비슷한 아이템을 했다. 검증된 아이템을 다시 제작하는 방식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역술인으로 하여금 노숙인이나 죽은 자의 사주로 점술가를 검증하는 방식이다.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 채널A <이영돈 PD의 논리로 풀다> JTBC <이영돈 PD가 간다>에서 모두 점술가를 다루었다. 그는 시청률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아이템을 반복적으로 활용했다. 일상의 문제를 큰 사회문제로 부각하며 절대악으로 묘사하는 방식도 그가 두루 쓰는 제작 방식이다.



반면 이영돈 PD의 KBS 후배인 tvN 나영석 PD는 달랐다. <1박2일>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를 모두 성공시킨 그도 나름의 성공공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그 공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줄 알았다. 오히려 방송 경력은 더 적지만 나 PD가 이 PD보다 더 원숙한 방식을 보여주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삼시세끼 - 정선편>에서 그는 ‘도회적인 남자가 시골에서 좌충우돌하며 음식을 만들어내며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시청자들은 재밌어한다’라는 공식을 얻었다. 그러나 <삼시세끼 - 어촌편>의 차승원은 요리프로였다. 나 PD는 이때 차승원을 억지 성공공식에 적용시키지 않고 자연스럽게 요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리고 더 높은 단계의 요리를 주문해 시청자들이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무리수가 없었고 시청자들도 재밌어했다.


기획은 기획일 뿐이다. 기획을 벗어난 것은 기획을 뛰어넘는 것일 수도 있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나 PD는 그것을 받아들일 유연성이 있었다. 반면 이영돈 PD는 자신의 옛날 방식만을 고집했다. 그는 스스로 진화하려 하지 않고 엘로우저널리즘의 스킬만을 발전시켰다. 그리고 그 대가는 혹독했다.


이영돈 PD에게도 기회가 있었다. 음식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그에게 충고했다. 그런 식으로 중소 제조업체나 영세 식당을 공격하지 말고 소비자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음식평론가 황교익 씨는 메밀국수편을 함께 촬영하면서 메밀 100% 메밀국수를 찾는 이 PD와 제작진에게 ‘메밀은 원래 끈기와 찰기가 없어 밀가루나 전분을 섞는다. 전통 문헌에도 메밀국수에 녹말을 섞는다고 나온다. 우리처럼 메밀국수를 먹는 일본도 밀가루를 섞는다’라며 그것이 무의미하다고 충고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메일 100% 메밀국숫집을 찾아 ‘착한식당’이라고 치켜세웠다.


반복되는 사태에 사람들은 이 PD에 대해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 음식에 대해 근본주의적 주장을 하며 ‘절대 음식’을 찾아왔던 그가 얼마나 이율배반적인 일을 해왔는지 알게 되었다. 그의 기준을 적용한다면 그는 이런 고발프로그램을 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었다. 주변의 충고를 귀 기울여 듣지 않고 자신의 구태의연한 성공공식에만 매달린 대가였다. 이영돈의 몰락은 자신만의 성공 공식으로 큰 성취를 이룬 창작자들이 두루 참고할 필요가 있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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