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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Sep 20. 2021

강원도 여행자를 위한 해장국 맛집

섭국,곰치국,시래깃국등이 해장에 좋다

덕산기계곡에 살고 계시는 최일순 배우님의 부엌


강원도 여행 정보 중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해장국 맛집 정보다. 여행지에서는 평소보다 과음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 우리의 여가 문화가 전투적이기 때문이다. ‘오늘만 날이다'라는 생각이 무리하만든다. 속도  좋고 머리도 아픈 다음날 아침, 해장국 생각이 간절하다. 그러나 평소에 자주 가던 단골 해장국집은 너무 멀리 있다. 이럴  추천할 만한 강원도의 해장국 맛집이다.


# 등명해수욕장 바다마을횟집 '섭국' 

먼저 동해안 쪽 가시는 분들을 위한 해장국 명소다.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등명해수욕장 ‘바다마을횟집(033-644-5747)’의 섭국을 맨 먼저 추천한다. 지금은 술을 끊어서 그렇지 않지만, 술 마시고 난 다음날 ‘해장국 먹으로 동해로 가볼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집이다. 지금까지 지방 맛집 중 화개장터 ‘동백식당(아래 자세히 소개)'과 함께 가장 반응이 좋았던 집이다. 재벌가 사모님도 함께 간 적이 있는데 역시나 대만족 했었다.  


서해안에서는 열합이라고 부르고 경상도에서는 담치라고도 부르는 자연산 홍합을 강원도에서는 섭이라고 부른다. 이 자연산 홍합과 부추·애호박 등을 넣고 막장을 풀어 끓이는 섭국은 물곰탕(곰치국)과 더불어 뱃사람들의 대표적인 해장 음식이다. 섭을 푸짐하게 넣고 끓이면 제법 든든하다. 수제비를 함께 넣어도 좋다. 바다마을횟집은 이 지역의 맛집 전문가로 이름난 기자가 추천해준 집이었다. 동해안에 가면 아침은 어김없이 여기에 와서 먹었다.



얼마 전 맛집 취재를 위해 오랜만에 바다마을횟집에서 섭국을 먹었는데 맛이 예전 같지 않았다. ‘식당이 변한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하고 실망할 뻔했는데, 맛이 변한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섭국은 ‘땡초(매운 고추)’를 넣어서 칼칼하게 끓여야 제맛인데 외지에서 온 손님들이 ‘매워서 아이들이 먹기 힘들다’고 불평하곤 해서 요즘은 덜 맵게 끓이고 있다고 했다.


다른 이유는 홍합이 제철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홍합은 겨울에서 이른 봄까지가 살이 주황빛으로 올라 가장 맛있다고 한다. 여름 섭은 홀쭉하고 색도 옅었다. 맛도 깊지 못했다. 바다마을횟집에는 섭죽과 섭칼국수, 섭해물파전, 섭맑은탕 등도 있다. 여럿이 가서 두루 먹어보길 권한다. 바다마을횟집 외에 솔비치리조트 인근의 ‘옛뜰섭국(033-672-7009)’도 섭국 잘 끓이는 곳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유명하다.


# 삼척, 옛집식당 '곰치국'

섭국 말고 겨울에 추천하고 싶은 해장 음식은 물곰탕(곰치국)이다. 삼척 ‘옛집식당(033-576-0130)’과 속초 ‘옥미식당(033-635-8052)’ 잘 알려져 있는데, 개인적으로 신김치를 넣은 옛집식당 스타일을 좋아한다. 지인들과 '삼척살롱'을 구축했는데 갈 때마다 이 집에 곰치 들어왔는지 체크한다.


옥미식당은 <고래>를 쓴 소설가 천명관 작가와 함께 가본 곳으로 내가 곰치국을 배운 곳이다. 만해문학관에서 집필 중인 그를 꼬드겨 속초 시내 횟집에서 자연산 회로 시작해 밤새 술을 마셨는데, 다음날 해장을 했던 곳이 바로 이 옥미식당이다. 그때 맛을 튼 이후로 이곳도 자주 찾고 있다.


옥미식당은 밑반찬 조합이 좋다. 그대로 백반 반찬으로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제대로 구색을 갖춰서 내놓는다. 반찬 가지 수는 많지 않다. 김치와 절임 외에 젓갈, 말린 생선 조림, 해조류, 게장 등을 내놓는데 전반적으로 하모니가 좋다. 밥과 국과 반찬이 합이 잘 맞는다. 전라도 밥상에서나 볼 수 있는 절묘한 조합이다.


자 그리고 문제의 곰치국이다. 형태는 전형적인 생선탕이다. 차이가 있다면 곰칫살이 흐물거린다는 것이다. 천명관 작가는 곰치국을 묘사할 때 ‘콧물 같다'는 표현을 썼다. 이 절묘한 묘사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곰치국을 거부한다고 했다. 이걸 좀 더 맛있게 바꿔보자면 감자탕에 들어있는 감자뼈의 속 골수만 뽑아 먹는 느낌이다. 먹을 때 다진 고추와 고춧가루를 적당히 섞어먹으면 좋다. 옥미식당은 도치알탕도 잘한다.



# 화천군 화천어죽탕의 '어죽'

이외에 강원도에서 추천할 해장국 명소는 화천군 ‘화천어죽탕(033-442-5544)’의 어죽과  양구군 ‘시래원(033-481-4200)’의 시래깃국이다. 화천어죽탕은 한겨울에 좋다. 들깨가루를 갈아 만든 어죽은 모양새가 추어탕과 닮았다. 맛도 조금 비슷하지만 좀 더 구수하다. 시래기 무청 버섯 등이 조금 들어가 있다. 마늘이나 고춧가루를 넣어서도 먹는데 전혀 비리지 않다.


산천어축제에 가서 잡은 산천어를 회와 구이로 먹으면서 밤새 거나하게 한 잔 했다면 어죽탕 한 그릇으로 해장을 해주면 좋다. 산천어축제를 하는 화천읍내와 조금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가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얼어붙은 북한강을 바라보며 가는 길이 그림 같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가보면 그림을 그리며 세월을 낚는 주인장이 한가로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양구 시래원의 '시래기 정식'  

양구는 펀치볼의 시래기가 유명한 곳이다. 한국전쟁 때 펀치볼이라는 이름이 붙은 분지 지형에서 시래기를 만든다. 공장 없는 청정지역의 분지라 시래기 말리는 데는 제격이다. 그래서 질기지 않고 말린 나물 같은 시래기를 맛볼 수 있다. 시래원은 이 시래기로 일가를 이룬 곳이다.


시래원에서는 시래기정식을 시키면 된다. 시래기정식을 시키면 마치 한정식 상차림처럼 정갈하게 한상 차림으로 나온다. 곤드레밥처럼 생긴 시래기밥을 주는데 함께 나온 나물을 넣어 간장에 비비면 된다. 시래깃국과 함께 먹으면 ‘밥강도'가 따로 없다. 많지 않지만 시래기찜닭도 나온다. 마무리는 시래기숭늉으로 하면 된다.



# 인제 매화촌 해장국의 '내장탕'

인제 매화촌은 약간의 팬심이 개입된 맛집이다. 김소진 배우님의 친가인데, 연극 공연 때부터 주목했던 분이다. <배수의 고도>와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에서 너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줘서. 영화에서는 <더 킹>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는데,  <미성년>이 가장 김소진 다운 역인 듯싶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 여자’를 넘어서 ‘사랑 안에 빠질 줄 아는 여자’의 모습을 체화해서 보여주었다.


매화촌 해장국의 음식은 서울 반가의 음식처럼 정갈했다. 해장국 내장탕 수육 메밀전병 등 대부분의 요리들이 최적의 상태였다. 특히 김치와 깍두기가 압권이었다. 음식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여러 가지 지표 - 재료의 신선함, 조리의 정확함, 소스의 정밀함 등을 두루 만족시키는 집이다.


인상적인 것은 모든 음식을 어머님의 스타일로 재해석하셨다는 것. 특히 수육이 신의 한 수. 부추만 아니라 청양고추와 양파도 넣어서 풍미가 좋고 넣는 부위도 특별했다. 전병도 두 종류로 내는데 겉의 바삭함과 안의 아삭함이 조화로웠다. 내장탕의 내장은 탱글하고 해장국의 선지는 탱탱해 먹는 즐거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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