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읍시다’는 술잔을 가볍게 부딪친다는 뜻이고, ‘쭉냅시다’는 ‘무슨 일의 끝을 본다’는 의미이다.
이 말을 배우고 나서 건배할 때마다 “찌읍시다”와 “쭉냅시다”를 외쳤다.
더 정확히 살펴보면, ‘찌읍시다’라는 말은 북한말 ‘찧다’가 변형된 것으로, ‘찧다’는 ‘축배를 들 때 잔과 잔을 서로 마주 가져다 가볍게 부딪치다’라는 뜻이다. ‘쭉냅시다’라는 말은 ‘무슨 일의 끝을 보다’는 말로 잔을 부딪칠 때 이 말을 쓰는 것은 ‘술잔을 비우자’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대표단의 일원으로 2008년 10월 18일부터 22일까지 평양을 방문했다. 영어와 우리말을 섞은 괴상한 합성어 건배사에 이골이 나 있던 남측 언론인들은 ‘찌읍시다’와 ‘쭉냅시다’에 열광했다. 이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건배’나 ‘원샷’ 대신 쓰며 즐거워했다. 술자리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상황에서도 이 말을 응용해 사용했다.
수차례 북측 언론인과 ‘찌었던’ 덕분에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10월 20일, 남측언론본부는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언론분과위원회와 기사 교류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하고 서명했다. 그리고 함께 통일을 ‘쭉내자’고 결의했다.
평양 순안공항에서 만난 북한 인민군. 의외로 친절했다.
기사 교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만큼 남측 언론인을 긴장하게 했던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관련 ‘중병설’이었다. 방북 당시 ‘중병설’을 넘어선 ‘사망설’까지 등장하는 상황이었다. 만약 김정일 위원장에게 ‘중대 사태’가 발생할 경우 역사의 현장에 있게 되지만 현실적으로 취재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 기사를 송고할 방법도 없어서 자칫 ‘역사의 현장에 선 바보’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남측 언론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측 언론위원회 대표단에게 평양시 안팎의 취재를 허가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묵묵부답이었다. 북측에서 자랑하려고 하는 내용이라도 취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역시 거절했다. 사실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북측은 남측언론본부에 화가 나 있었다.
남측언론본부는 국내 여론을 의식해 대부분의 방북자가 평양에 가면 맨 처음 들르는 김일성 동상이 있는 만수대 언덕을 방문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남측언론본부의 결의가 마땅치 않았는지 북측 언론위원회는 일정을 가지고 매일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나 서로 ‘찌으며’ 결국에는 합의서를 ‘쭉낼’ 수 있었다.
사실 북측 언론위원회도 합의가 필요했다. 남측의 ‘가짜뉴스’에 반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정일 위원장 와병설 보도가 나오면 로동신문에 현장 지도 사진을 내는 것으로 반박했다. 팔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는 보도가 나오면 다시 조선중앙TV에서 동영상을 내보내는 식으로 반박했다. 그래서 그때그때 반박할 수 있는 채널에 대한 필요성을 북측도 느끼고 있었다.
남북 교류가 재개되면 아마 여기가 최고의 포토 스팟이 될 것이다. 주체탑 아래서 바라본 인민대학습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