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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Oct 25. 2021

바쁜 도시인을 위한 진안고원 스테이

'명품 한국 스테이' 진안편


지난주말 여행작가와 여행 전문가 그리고 예술가들과 함께 진안에 팸투어를 다녀왔다. 3개의 마을과 인연을 맺고(마을여행), 3명의 아티스트가 재해석한 진안을 돌아보고(예술여행), 3명의 귀농/귀촌자들로부터 전원생활 이야기를 들어보는 여행(귀촌여행) 컨셉이었다.

 

이런 여행 답사를 할 때 여행감독만의 원칙이 있다. 일단 1지망은 제치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거긴 안 가봐도 좋은 곳인 줄 아니까. 가본 사람들의 정보가 많이 있으니까. 그래서 진안에서는 마이산과 모래재너머 비스트로와 진안고원길을 제쳤다. 2박3일 ‘진안고원 스테이’를 1박2일 동안 압축적으로 경험하고 와야 하니까.  


진안 답사 여행을 위해 ‘감이 익어갈 무렵’까지 기다렸다. 진안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곶감을 만들 ‘씨 없는 감’을 따는 것으로 ‘진안 고원 스테이’를 시작했다. 농촌 체험은 무어니무어니해도 수확이다. 감나무 아래에서 모두 소년/소녀가 되었다. 끝을 벌인 대나무 작대기로 가지를 꺾어 감을 땄는데, 다들 흥겨우면서도 진지했다.  


여행을 기획할 때 대부분 압도적 경관과 미식을 먼저 생각한다. 이 부분은 여행에서 '관광'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정보는 이미 널려있다. 이를 어떻게 꿰어갈지가 관건인데, 그곳을 어떻게 여행할지 먼저 생각하고 코스를 짜는 것이 좋다. 진안고원 스테이를 구성할 때 염두에 둔 것은 마을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여행, 예술가들이 발견한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여행, 전원생활 하는 사람들의 삶을 엿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는 여행을 생각했다.



이번에 인연을 맺은 마을은 감이 탐스럽게 익어가는 마조마을, 풍성한 율무를 수확해서 함께 비빔밥을 만들어 먹은 하가막마을 그리고 맛있는 산촌 브런치를 선보인 외사양마을이었다. 함께 감을 따며 일손이 부족해 그대로 떨어져 깨지는 감에 안타까워 했고, 비록 함께 율무를 수확하지는 못했지만 탱글탱글한 진안의 맛을 느끼며 함께 마을밥상을 고민했고, 도시보다 더 도회적인 산촌 브런치에서 진안 미식 기행의 가능성을 보았다.  


진안에서는 세 명의 예술가를 만났다. 무용가 김선이는 진안의 이야기를 몸으로 전하는 예술가다. 방치된 용담호미술관에서 댐 건설로 수몰된 마을의 이야기를 몸짓으로 표현하며 우리를 맞아 주었다. 바리톤 양태갑은 원래 상가막마을의 호랑이제단(마을 사람들이 호환을 막기 위해 돼지를 바쳤던 곳)에서 포효할 예정이었지만 시간이 늦어져 '오페라 마운틴(마이산)'이 보이는 호수 위에서 공연했다. 옹기 장인 이현배 선생님에게는 "옹기는 커도 커보여서는 안 되고 작아도 작아보여서는 안 된다"라는 멋진 강의를 들었다.



진안군은 귀농귀촌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던 곳이다. 남원의 산내면(실상사 귀농학교)이나 남제천(간디학교)과 마찬가지로 대안적인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전원생활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는데 그 중심에 있는 장승초등학교 윤일호 교사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귀농귀촌을 생각하거나 세컨하우스를 짓고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에게 좋은 전범이 되는 곳이라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진안 고원 스테이 답사여행의 여행감독은 ‘고래님이 맡아주었다. 외지인이지만 그는 진안에 누구보다 애정을 가지고 진안의 이모저모를 세상에 알리고 있다. 그의 눈을 빌어 진안의 깊은 속살을 들여다보았다. 진안 가는 길에 버스에서는 이철수 선생의 수몰사진관 이야기를 담은 <사진사> 감상했다. 진안군 마을만들기센터에 근무하는 이근우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는 진안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었다.



답사 후 2박3일 진안고원 스테이의 스케줄을 마음속으로 확정했다. 하루는 마이산 시퀀스, 하루는 용담호 시퀀스, 하루는 진안고원길 시퀀스다. 풀어서 말하면 하루는 마이산 종주를 비롯해 마이산 일대를 돌아볼 것이다. 시드니에 가면 오페라하우스를 가까이서, 멀리서, 배 위에서, 다리 위에서, 다양하게 경험하는데 오페라하우스를 닮은 마이산도 그렇게 만끽하려고 한다.


용담호 시퀀스는 둘째날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둘러보려고 한다. 국내에서 5번째로 큰 호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덕분에 개발이 되어있지 않아 자연스러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물안개가 낀 용담호를 감상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곳을 천천히 둘러보며 우리들만의 용담8경을 찾아보려고 한다.


진안고원길은 진안의 주요 명승지를 지난다. 마지막날은 진안고원길 시퀀스다. 이틀 동안 진안을 경험한 여행자들이 가장 마음을 붙드는 곳을 걸을  있도록 자유롭게 방목할 생각이다. 그들이 나만의 진안을 품어갈  있도록 간섭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래서 또다른 여행감독이 되어 진안으로 사람들을 이끌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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