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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Jul 16. 2022

여행은 오해의 미학, 이별의 미학, 회귀의 미학

세계 4대 여행서로 불리는 책들을 읽고 여행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 이븐 바투타의 <이븐 바투타 여행기>, 오도릭의 <동방기행>,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읽고...


@ 오도릭의 <동방기행>을 읽고 


여행은 '이해의 미학'이면서 또한 '오해의 미학'이기도 하다. 여행기를 보면 대부분 여행지에서 얻은 깨달음을 전한다. 그런데 그 깨달음은 기실 이해가 아니라 오해의 산물인 경우가 많다. 수사 오도릭의 여행기 <동방기행>도 기실 이슬람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차있다. 그들은 악하고, 그들은 미개하고, 그들은 야만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굳은 신앙심을 부각한다.  


섬 여행을 하면 여행이 '오해의 미학'이라는 것을 절감한다. 섬에 가면 공통적으로 이런 소회를 밝힌다. "여기는 너무나 고요하다. 시간이 멈춘 것 같다."라고.   


하지만 섬의 시간은 두 배로 빠르게 흐른다. 섬사람들은 해의 시계에 맞춰 살아야 하면서 동시에 달의 시계에 맞춰 살아야 한다. 그래야 바다가 주는 선물을 건질 수 있다. 그리고 1인 1역이 아니라 2역 3역 4역 5역을 해야 섬의 생태계가 굴러간다.  


그런데 여행에서만 오해가 빚어낸 깨달음이 있을까? 우리 삶의 깨달음은 진정 다 이해의 산물일까. 여행은 일상도 다시 생각하게 한다.



@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읽고


여행은 '만남의 미학'이 아니라 '이별의 미학'이 아닐까?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보면 여행지에서 새롭게 만나게 된 사람에 대한 이야기만큼 두고 온 이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여행에서 새로운 만남을 갖고 그들과 새로운 경험을 하지만 우리의 감수성을 깨워주는 것은 이별이 아닐까? 물과 공기 같아서 평소에 소중함을 몰랐던 사람, 그런데 그가 해주던 것을 내가 직접 하려니 생각나는 사람...  


남자들은 훈련소 가는 날 감수성이 확 열리는 경험을 한다. 가수 김광석이 말한 대로 모든 것이 새롭다. 훈련소에서는 사실 두고 온 애인 생각보다 부모님 특히 어머님 생각이 많이 난다. 여행은 두고 온 이에 대한 그리움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행에서는 또한 '다르게 만난다'는 것도 매력인 것 같다. 일상에서 만났다면 친구가 될 수 없었을 것 같은 사람, 나와 너무 달라서 부담스러웠을 사람과의 만남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그런 면에서는 '만남의 미학'도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



@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을 읽고


여행은 돌아오는 것으로 완성되는 '회귀의 미학'이다. 여행지에서 했던 생각과 돌아와서 하는 생각이 다르다. 기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여행은 돌아오는 것으로 완성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8천 미터 고산을 8개나 오른 선배가 있다. 그 선배에게 그렇게 위험한 곳에 갈 용기가 어떻게 나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 선배가 '있어 보이게' 답하길 "위험은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계산하는 것이다. 위험을 감당할 용기가 날 때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위험에 대한 계산이 정확히 섰을 때 올라가는 것이다"라고 했다. 


위험을 모험으로 바꾸면 여행에도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여행은 결국 '떠나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예전에는 캠핑을 자연으로 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자연의 한 복판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불멍을 때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 어느 날 캠핑을 다녀와서 내가 진짜 즐기는 것은 문명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멍만큼 물멍도 좋았다. 혹은 그 이상으로. 여행의 의미 중 하나는 일상의 안전을 확인하는 일인 듯.



@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읽고 


여행은 경험치의 미학이다. 그런 면에서 세계 4대 여행서 중에서 <이븐 바투타 여행기>가 가장 내 스타일과 맞는 것 같다. 이유는 세 가지다. 


하나, 마일리지가 가장 많다. 10만 km를 넘는다. 30년 동안 동쪽(아시아) 북쪽(유럽) 남쪽(아프리카)을 두루 여행했다. 

둘, 이방인(이슬람)의 시선이다. 오도릭의 <동방기행>이나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은 기독교의 시선,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불교의 시선을 대변하는 것과 비교된다. 

셋, 가장 여행자답다. 여행에서 새로운 여행의 이유를 찾는다. 한 가지 더하자면 시인인 이븐 주자이의 요약본이 현존하는데 윤문이 되어 있고 문장에 텐션이 있고 레토릭이 좋고 뭔가 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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