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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Jul 25. 2022

백제 발효 기행, 오래된 미래의 맛

발효, 서원과 종가, 로컬 크리에이터, 세 개의 시퀀스 


지난주말 발효, 서원과 종가, 로컬크리에이터, 

이 세가지 키워드로 논산과 부여와 공주를 다녀왔다.

'오래된 미래의 맛'이라는 여행의 영감을 얻었다. 


논산은 대한민국 남성들이 속성 발효되던 공간이다. 청년시절 '논산훈련소'에서 군대식 발효를 거쳐 대한민국 남성들은 비로소 어른이 된다. 이 논산을 25년 만에 발효라는 테마로 다시 찾았다. 일전에 강승민 논산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을 만났을 때 '연산미각학교' 등 논산에 발효 테마의 로컬크리에이터가 많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화려한 시대로 꼽히는 백제가 남긴 음식유산은 무엇일까? 조선시대 주류였던 기호지방 반가의 음식유산은 무엇일까,  이 둘의 공통된 코드를 ‘발효’로 보고 이 여행을 기획했다. 더운 여름에는 명승지 중심의 여행은 한계가 있어서, 시원한 실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미식/미각 여행이 제격이니. 


여기에 돈암서원 숙박과 사계 김장생 종가와 의정공 김국광 종가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받았다. 저녁부터 아침까지, 서원 체험과 종가 체험을 압축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기호학파의 예학 전통을 현장에서 경험해보고 조선 선비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과정에서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큰 도움을 주었다 논산의 꽃비원과 서풍골, 부여의 노재정 전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공주 곡물집의 김현정 대표와 천재박 대표. 이들의 친절한 설명으로 지역의 식자재, 관광자원, 토종곡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 발효 


이미 연산미각학교와 논산발효기행 등 발효를 테마로 한 로컬 콘텐츠가 있어서 이중 연산미각학교 추천을 받아 서풍골을 방문하고 연산문화창고에서 부엌클래스를 경험해 보았다. 재래간장과 재래된장 제작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 들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특히 부엌클래스가 압권이었다. 재래간장과 재래된장을 활용한 샐러드가 요즘 사람들이 지향하는 음식의 맛에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일행들 모두 놀라서 샐러드소스 배합 비율을 메모해갔다. 


이번 백제발효기행에서 가장 거한 식사였던 서동한우의 숙성우 시식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일전에 와서 먹어보았기에 맛에서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는데 그런 차이가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에 대해 논리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본인이 몸소 경험하고 전문가를 찾아가 자문해서 맛의 경지를 찾아간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숙성우와 발효우의 차이가 흥미로웠다. 


이번에 경험하지 못한 것이 많았다. 둘러앉은밥상 한민성 대표가 요즘 주목하는 ‘원숙과’도 경험하고 싶었지만 제철과일이 마땅치 않다고 해서 나중으로 미뤘다.  봄초여 어간장 등 연산미각학교의 다른 추천 업장도 궁금하다. 강경의 젓갈문화도 다음에 제대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마을 박물관 방문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 서원과 종가 


이번 여행이 특별했던 것은 돈암서원에서 숙박하고 사계 김장생 종가(정확히는 사계 김장생 재실)와 의정공 김국광 종가에서 저녁과 아침을 먹는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장생 종가는 한국의 종가기행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되던 곳이다. 조선시대 예학의 본향이기 때문이다. 


논산을 중심으로 한 지역은 ‘중심부의 주변성’을 키워드로 들여다볼만한 곳이다. 조선시대 내내 주류였던 지역으로 노론(송시열)과 소론(윤증)이 분리된 곳이 바로 논산과 그 주변이다. 조선시대 내내 권력의 중심지였는데 현대사에서는 내내 조연(김종필)로 머문 곳이다. 


두 가지가 인상적이었다. 경국대전을 편찬한 의정공 김국광이 가장 거하고 화려한 전통 축제 중 하나인 백중놀이를 창시했다는 점이다. 예법을 완성하고 예법으로 벗어나는 축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묘한 밸런스를 느꼈다. 스승복(이이, 성혼, 송익필)과 제자복(김집, 송준길, 송시열) 모두 타고난 사계 김장생의 삶에서는 소통의 가치를 볼 수 있었다.  



# 로컬크리에이터 : 


이번 여행이 특별했던 것은 강승민 논산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과 노재정 전 부여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이 지역의 로컬크리에이터를 적극적으로 연결해주었기 때문이다. 여행자들이 지역의 재창조자를 알아봐 줄 수 있는 기회를 연출할 수 있었다. 꽃비원 서풍골 수북로1945 곡물집 등 인상적인 공간을 방문했다. 

 

지역에서 역사를 끌어내는 스토리텔링을 중시하는데 새롭게 역사를 만들어 내는 스토리메이킹도 흥미로운 요소다. 스스로 지은 농작물로 만든 꽃비원의 스파게티와 피자는 특별했다. '건강한 맛'의 진수였다. 서풍골에서 준비한 부엌클래스의 재래된장/간장 샐러드를 통해서는 이번 여행의 주제인 '오래된 미래의 맛'을 엿볼 수 있었다. 수북로1945는 지역의 새로운 사랑방이 되는 로컬 카페를 경험할 수 있었다. 


곡물집에서는 토종곡물에 대한 진지한 접근법을 들어보기 위해 약식으로 클래스를 부탁했다. 김현정 대표와 천재박 대표가 둘 다 나와서 '바쁜 현대 도시인'이었던 부부가 어떻게 해서 토종곡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자신들이 가진 재능과 리소스를 동원해 이를 어떻게 업그레이드시켰는지 찬찬히 설명해 주었다. 


이번 '백제 발효 기행'은 정리하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정말 멋진 여행이었다. <월간 고재열>의 라인업에 넣어서 계속 진행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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