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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Oct 04. 2022

예술이 있는 섬여행을 기획하는 삼인행 이동열 대표

삼인행은 가장 믿을만한 섬여행 전문 여행사다


'노을이 지면 영화가 시작됩니다’ 이 매력적인 문구로 시작된 ‘통영 섬마을 영화제’는 지난해 6월25일 우도에서 막을 올렸다. 외지에서 온 참가자와 우도 주민 100여 명이 개막작 <우도마을 다이어리>를 관람했다. 노을 지는 해변을 무대로 만든 야외극장에서 우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상영되는 풍경은 말 그대로 그림 같았다. 


이 작은 기적을 일궈낸 주인공은 섬주민공정여행사 삼인행의 이동열 대표다. 통영 욕지도에서 빵집 ‘무무’를 10여 년 운영했던 그는 뜻을 같이 하는 지인들을 모아 ‘섬지니협의체’를 구성해 몇 년 동안 섬주민이 중심이 된 섬전문 여행사를 기획했다. ‘통영 섬마을 영화제’는 그 첫 성과물이었다. 


삼인행을 시작한 후 이 대표는 일주일에 나흘은 통영에 나와서 ‘삼인행’ 일을 보고, 금요일부터 주말 사흘 동안은 욕지도에 들어가서 빵을 굽는다. 일주일을 내내 일하는 일정이지만 그는 연이어 ‘통영 섬마을 음악회’를 여는 등 기세를 이어갔다. 올해도 10월28일~30일 통영 연대도와 만지도에서 섬마을음악회를 연다. 



생각보다 국내 전문 여행사가 많지 않은데, 특히 섬여행을 이끄는 여행사는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드물다. 그중에서도 섬에 기반을 두고 여행자를 맞는 여행사는 삼인행이 유일하다. 흔히 ‘여권 없는 해외여행’이라 일컬어지는 섬여행은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아 구성하기가 쉽지 않다. 삼인행의 존재가 독보적인 이유다.


‘섬주민공정여행사’라는 어구가 말해주듯 삼인행은 방점을 섬에 둔다. 섬 주민들이 행복하지 않은 여행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중매체에 크게 홍보가 되어 일시적으로 관광객이 몰려드는 대박이나 섬을 난개발해 관광객의 편의만 추구하는 것에 반대한다. 있는 그대로의 섬의 매력을 전달하려 애쓴다.   


이 대표는 2020년 욕지도에서 처음 만났다. ‘안 쓰는 캐리어에 안 읽는 책을 넣어 작은 도서관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캐리어도서관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여행을 하지 못하는 시기에 여행지에 내 도서관을 먼저 보낸다’는 생각으로 첫 도서관 설립지를 욕지도로 정했는데 이때 가져간 25개의 책캐리어를 보관한 곳이 바로 ‘무무’다.


욕지도 캐리어 도서관의 컨셉은 통발을 던져놓고, 낚시를 드리우고 책을 읽으라는 것이었다. 혹은 산책하다 바위에 앉아 바닷바람 맞으며 읽어도 좋고. 이 대표 덕분에 멋전 ‘섬마을 도서관’을 구축할 수 있었다. 자원봉사 겸 섬에 함께 온 ‘어른의 여행클럽, 트래블러스랩’ 멤버들은 이 대표의 안내를 받아 섬 곳곳을 여행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훌륭한 여행감독이었다. 좋은 여행감독은 플랜B에서 갈린다.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은 가지고 있다. 날씨가 변덕을 부리기 전까지는. 현지를 장악하고 있는 사람은 플랜B를 가지고 있어서 이럴 때 빛이 난다. 이 대표도 그랬다. 욕지도에 갔을 때 내내 흐렸다. 그래서 내내 먹방만 해대는지 그가 우리를 불러냈다.  


해무가 짙게 내린 바닷가를 지나 이 대표는 우리를 섬의 고지대로 안내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지리산이 나 설악산 정상에서 보았던 운해를 볼 수 있었다. 먼 곳의 섬들이 운해를 뚫고 나온 봉우리처럼 솟아 나와 있었다. 섬여행은 오히려 흐린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적인 풍경이었다. 


이 대표가 추천한 욕지도 맛집도 인상적이었다. 보통 욕지도에 오는 사람들은 배에서 내리자마자 짬뽕집으로 뛰어간다. 입소문이 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그 앞에 어르신들이 하는 해산물 음식점이 찐맛집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사실이었다. 그곳에서 먹은 해물탕과 해산물비빔밥은 잊지 못할 인상적인 맛이었다. 



이 대표가 영화제 소식을 전해왔을 때 그때의 감동을 지인들과 나누기 위해 ‘어른의 여행클럽, 트래블러스랩’ 멤버들을 영화제에 초대했다. 섬에서 어렵게 성사시킨 영화제를 위해 단순 참가뿐만 아니라 후원 협찬하는 멤버도 많았다. 덕분에 함께 마을잔치를 준비하는 기분이 들었다.


섬에서 여는 영화제는 특별했다. 마을 축제를 함께 하며 하나의 부족이 만들어지는 느낌이었다. 영화제가 열린 우도는 연화도와 연도되어 있어서 덤으로 연화도도 함께 여행할 수 있었다. 연화도는 트레킹으로 알려진 섬이다. 마치 공룡의 등뼈를 타고 걷는 느낌을 주는 트레킹로로 섬맛을 즐길 수 있었다. 


트레킹을 마치고 출렁다리횟집에 서 먹은 전갱이물회는 잊을 수 없는 풍미를 선사했다. 일본 조미료 아지노모노의 '아지'가 전갱이를 뜻하는데 왜 전갱이로 조미료를 만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감칠맛이 입안을 휘감았다. 물회를 먹고 밖에 나왔을 때는 이글거리는 남태평양의 석양과 비슷한 아름다운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열린 영화제에서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개막작으로 우도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상영했는데 영화의 내용이 섬주민들의 역린을 건드렸다. 외지 출신인 섬주민들이 솔직하게 섭섭함을 토로했는데 이 내용 이 섬의 어르신들을 불편하게 했다. 영화 상영이 끝나자 육두문자가 남발하기도 했다. 당장이라도 영화제를 멈출 분위기였다.  


그런데 다음날이 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자신들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섬의 애환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참가자들이 섬주민들에게 ‘배우님’이라며 인사하자 어르신들의 화도 누그러졌다. 섬주민 중심 여행사답게 삼인행은 그런 애환을 겪으면서 성장하고 있다.


바다쓰레기 10kg을 주워오면 이를 입장권으로 인정하는 ‘바다쓰레기 콘서트’를 기획했는데 이 대표의 삼인행은 이 콘셉트를 ‘통영 섬마을 음악회’에 도입해주었다. 올해 음악회에는 안 쓰는 캐리어에 CD나 카세트테이프를 넣어 기증하는 ‘섬마을 음악도서관’을 함께 구축해볼 예정이다. '캐리어도서관' 프로젝트의 일환인데, 연대도와 만지도에 구축해 보고 싶다. 벌써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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