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주 관광 발전 회의에 참석하고 왔다. 나주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제안을 해달라고 해서 일단 나주가 잃어버린 타이틀부터 챙겨보자고 했다. 밀양이나 진주가 가지고 있는 관광적 위상을 나주는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주가 잃어버린 타이틀은 무엇일까? 일단 생각나는 것들을 한 번 나열해 보았다. 대략 이런 것들이 떠올랐다.
1) 전라도는 전주의 '전'과 나주의 '나'를 합친 지명이다. 그런데 전라도의 상징성을 전주에 빼앗겼다. 근대에서 현대로 이행하는 기간에 나주의 성장이 가장 더뎠다.
2) 전남의 중심이라는 정체성도 대도시로 성장한 광주 그리고 전남도청과 공항이 들어선 무안에 빼앗겼다. 나주혁신도시가 들어서긴 했지만 아직 무게감이 크진 않다.
3) 삭힌 홍어는 원래 나주 영산포가 본향인데, 목포와 신안에 빼앗겼다. 이 지역 주민들은 생홍어 즐기는데도 말이다. (영산포에 홍어정식이 줄지어 있는데 너무 헤비한 느낌이다. 한 번 경험하고 나면 다시 경험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홍어삼합을 라이트하게 경험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4) 나주 금성관은 여수 진남관(이순신)에 인지도에서 밀린다. 금성관과 관련된 인물은 누구인가? 여러 객사 중 금성관이 가장 웅장하고 격조가 있다. 직접 보면 조선시대 객사의 위용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금성관을 꼭 봐야 할 이유를 충분히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5) 나주의 학생들이 시작한 독립운동인데 광주학생운동으로 불린다. 시발이 된 '박준채' 선생이 살던 고옥도 나주에 있는데 '나주의 스토리'가 제대로 풀어지지 못한 느낌이다.
6) 나주는 마한의 중심지였다. 가야는 여러 복원 사업을 통해 '잃어버린 가야왕국'이라는 고유의 심상이 있지만 마한에 대해서는 그런 게 없다. 비록 나주에서 성대하게 마한축제는 하고 있지만 말이다. 지금 시대에 마한의 기억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7) 나주 역시 조선시대 중심도시라 공예가 발달했다. 하지만 통영에 비해 공예도시라는 이미지가 없다. 나주반은 통영반에 인지도가 떨어진다. 나주반이 주는 미니멀한 매력이 현대에 충분히 소구할 수 있을텐데 아쉽다. '나주멀리즘'이라는 이름으로 나주의 미니멀리즘을 환기할 필요가 있을 듯.
8 영산강은 섬진강에 비해 인지도와 감성 소구력에서 떨어진다. 섬진강엔 김용택이 있고 금강엔 신동엽이 있는데, 영산강은 누가 있나? 4대강이 한강 낙동강 금강 외에 영산강이 아니라 섬진강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영산강의 심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영산강 지류인 드들강(지석천)이 너무나 매력적인데 잘 알려져 있지 않다.
9) 순천은 여수와 묶여서 관광이 이뤄지는데 나주는 목포와 묶여서 관광이 이뤄지지 않는다. 순천 가려는 사람이 여수도 가고, 여수 가려는 사람이 순천도 가는데, 목포와 나주는 이런 보완적 관계가 아니다. 아직 여수와 순천으로는 SRT 노선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 지역이 관광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목포를 비롯해 인근 관광지와 나주를 묶는 작업이 필요하다.
10) 나주 구도심은 광주 구도심(양림동)에 비해 문화적 도시재생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나주정미소라는 도시재생 앵커 시설이 구축되어 있고, 나주곰탕이라는 해장의 성지가 지척인데도 말이다. 한옥 재생 공간인 3917마중이 홀로 독야청청하고 있는 형국이다.
체계적인 분석의 결과가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인상비평이라 얼마든지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일단 나주는 잃어버린 타이틀 중에서 되찾을 수 있는 것을 되찾아 오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싶어서 정리해 보았다. 나주의 많은 분들과 인연을 맺고 있어서 나주가 타이틀을 되찾는 작업에 동참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