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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Dec 05. 2022

프라하의 맑음은 날씨에 있지 않다

1박2일 동안의 프라하 예술기행


프라하의 맑음은 날씨에 있지 않았다

돌이켜보니 체코에 와서 지난 일주일 동안 한 번도 맑은 하늘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맑은 하늘이 아쉽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반은 왠지 체코는 이런 우중충한 날씨가 어울린다는 생각에서였고

반은 크리스마스마켓이나 미술관 등에서 원하는 것 이상의 밝음과 화려함을 접했기 때문인 것 같다


미술관과 박물관 혹은 공연장을 그리 즐겨 찾지 않는 편이다.

문화부 기자를 하면서 '일하러 가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흐린 하늘 아래 프라하를 걷다가 하나둘 들르던 것이

우연히 '프라하 예술기행'이 되었다. 


1> 루돌피넘 콘서트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 이어 이번 '동유럽 한 달 살기' 답사에서 두 번째로 방문한 콘서트홀은 프라하의 루돌피넘이다. 

두 콘서트홀에서 차례로 음악 감상을 하면서 ‘동유럽 한 달 살기’의 부주제로 ‘동유럽 클래식 기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코 맥주만큼 가성비 좋은 것이 바로 체코의 클래식 음악이다. 

20유로로 이런 눈과 귀의 호사를 누릴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공연 전/인터미션에 마시는 스파클링 와인도 좋았다. 


체코 국립 필하모닉이 아니라 프라하 필하모닉아 연주했는데, 

클래식평론가가 아니라 평을 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좋았다. 

루돌피넘은 드보르작 헌정 공연장인 셈인데, 

2부 드보르작 교향곡을 할 때는 전율이 느껴졌다. 



2> 체코 국립박물관


체스키를 다녀오려다, 

출발이 지체되어 체코 국립중앙박물관에 들렀다. 

5년여의 지난한 리노베이션 뒤에 다시 열었다는데,

체코를 가슴에 품을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자연사박물관을 겸한 곳이었는데, 

두어 시간 만에 동유럽 백만 년 사를 탐사하고 온 기분이었다. 

프라하에 오면 일정 초반에 들르면 좋을 것 같다. 

체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를 보고 박물관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타원형 탑루에서 바츨라프 광장을 조망하는 것도 좋았다.  



3> 무하미술관 


하루에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두 곳 이상 가는 것은 

하루에 영화 두 편을 연달아 보는 것과 같다는 생각으로 피하는 편이다. 

어쩌다 보니 체코 국중에 이어 무하미술관까지 가게 되었다. 


사실 알폰소 무하는 내 취향의 화가도 화풍도 아니었다. 

무하의 그림을 보면서, 

'숨겨둔 애인이 있는 젊은 정부가 부자 애인에게 다른 정부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짓는 표정'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체코니까, 프라하니까, 무하미술관이 거기 있으니까, 간다는 생각으로 가게 되었다. 

익숙한 무하의 화풍과 다른 의외의 그림들을 보게 되어 좋았다. 

무하를 낳은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어설프게나마 가늠할 수 있었다. 




4> 국립 오페라극장


내친김에 오페라까지 한 편 보았다. 

우리 숙소의 맞은편이 바로 체코 국립 오페라극장이었다.  

마침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가 공연 중이었다. 

 

게반트하우스와 루돌피넘에 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스파클링 와인을 즐겼다.

클래식을 감상하러 가서 스파클링 와인을 즐기는 것인지,

스파클링 와인을 즐기기 위해 공연장에 가는 것인지,

아무튼 스파클링 와인은 공연장에서가 젤 맛있다.

 

오페라극장 발코니석은 처음이었는데, 

아늑한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발코니석 2열은 아닌 듯. 사운드가 모노로 들린다.

 

<장미의 기사> 1막을 보고는 내 스타일 아니라는 생각에, 

역시 오페라는 내 장르가 아니라는 생각에 나올까 말까 고민했는데,

참고 보았는데, 2막은 좋고 3막은 더 좋았다. 

3만 원이면 이런 수준급 오페라 감상이 가능하다는 게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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