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는 추락시키기 위해 떠받드는 존재
那落/奈落 : 지옥의 다른 말. 어원은 산스크리트어인 "나라카(Naraka)"로, 불교에서 일컫는 지옥의 여러 이름 중 하나다. 힌두교에서도 쓰는 경우가 있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극한 상황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영어로는 abysm(어비즘)이다.
여행 하나 나갈 때마다 새로운 나락을 본다. 황의조 나락. 이선균 나락. 남현희 나락. 그리고 이번엔 조금 결이 다른 것 같지만, 자승 나락? 화려해 보이는 그들의 삶에서 장막 하나만 걷어내면 상상 못한 나락이 기다리고 있다. 극락 옆 나락이다.
드물게 ‘무죄 추정의 원칙’에 근거한 옹호론도 보이지만 대중은 그들의 추락을 즐긴다. 애드가 모랭이 <스타>에서 “사람들은 떨어뜨리기 위해 스타를 구름 위에 올려놓는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대중은 그들의 급전직하를 즐긴다.
여행이란 본디 우리가 사는 공간과 다른 삶 다른 문화를 보는 일이다. 그런데 ‘나락에 떨어진 그들의 삶’만큼 낯선 풍경이 있을까? 여행에 와서도 계속 고국에서 전해오는 ‘나락통신’을 들었다. 갑자기 고국이 낯설어진다.
사방의 CCTV와 무적의 네티즌 수사대로 인해 유명인의 사생활은 사라진 지 오래인데, 그들은 장막 뒤에서 ’위험한 비밀‘을 만들고 있었다. 한번 장막이 걷히면 대중은 동원 가능한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그들을 최대한 높은 곳에서 떨어뜨린다.
나락의 완성은 ‘구차한 변명’이다. 때론 필요한 변명도 미디어는 절묘하게 구차한 변명으로 몰아간다. 미디어는 이 ‘나락장’을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대중은 자신들이 좋아했던 스타로부터 도덕적 우월감을 확인하며 만족한다.
한 번 물어뜯기 시작한 미디어는 나락장의 판돈을 키우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이선균장에 지드래곤까지 끌어들여볼까, 황의조와 열애설 있었던 여성 연예인도 이번 판에 낚아볼까, 껀수를 잡기에 이빨을 드러내고 두리번거린다.
’그들이 사는 나락‘을 보면서 여행에서 오히려 안도한다. 내 삶의 장막을 슬쩍 걷어 보면서, 여기가 더 안전하구나, 라며. 문득 나의 나락은 어디이며 얼마나 끌어올려져야 떨어뜨려질지 자문해 본다. 그 나락을 즐길 수 있을지, 매조키스트적 발상도.
누구에게나 나락은 있다. 나락을 즐기는 사회는 유명세에 만족하지 않는다. 일반인도 언제든 소환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래서 나는 그날을 기다린다. 이 ’나락장‘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마무리해 줄, 왕의 나락을. 술 잔치 쇼핑 잔치에 빠진 용산 커플이 보여줄 가관을~ 그들의 나락이 누구로부터 비롯될 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