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재열 여행감독 Dec 12. 2023

에티오피아 커피기행에서 만난 열 가지 풍경

'시다모'가 아니라 '시다마'라 불러줘야 하는 이유


에티오피아 커피기행의 열 가지 풍경 


에티오피아 커피기행의 장점은 블랙아프리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백인들이 재발견, 재해석, 재구성한 아프리카가 아니라 아프리카인이 즐기는 아프리카를 볼 수 있다. 아디스아바바에서 예가체프로 가는 길은 내내 즐거웠다. ‘화이트 아프리카’가 아닌 진짜 ‘블랙 아프리카’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예가체프에 커피의 오리진을 찾아갔는데, 에티오피아는 여러 면에서 ‘오리진’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의 오리진인 ‘루시’를 비롯해 커피의 오리진도 있고. 어쩌면 ‘여행의 오리진’도 여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여행자 중에는 이븐 바투타 정도가 들렀을 것 같지만. 


에티오피아에서의 커피는 모든 잔이 좋았다. 도시에서 시골로 이동하면서 마셨는데 점점 더 맛이 좋아졌다. 커피콩을 가는 것부터 모든 과정을 지켜본 뒤에야 마실 수 있는 커피가 맛이 없을 수 없었다. 급히 수배해서 머물렀던 예가체프의 커피롯지에서, 주변을 서성거리던 하이에나 울음소리를 들으며 마셨던 커피도 좋았다. 



에티오피아 커피기행 마치는 날 아와사 호수 옆 리조트에서 숙박했는데, 석양이 참 좋았다. 시다마와 예가체프는 원래 커피기행으로 간 것이었는데, 커피농가와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카페와 음식점을 즐기면서, 에티오피아의 속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프리카기행 시리즈에 ‘에티오피아 커피기행’을 별책부록으로 넣고 싶다. 


그동안 다녔던 케냐 & 탄자니아, 빅토리아폭포, 나미비아사막, 케이프타운은 모두 ‘화이트 아프리카’였다. 백인이 개척하고, 백인이 운영하고, 백인이 즐기는 아프리카. 그 화이트 아프리카를 뒤로 하고 블랙 아프리카를 마지막 일정으로 경험하고 가니, 나름 뿌듯했다. 


에티오피아 커피기행은 바람커피 이담님, 제주 ‘스테이 위드 커피’의 박상국님, 카페 뮤제오 진수영 이사님 그리고 에티오피아 커피 농장에서 생두를 수입하는 빈스 구루 김태경 대표님의 컨설팅을 받아서 진행되었고 디스이즈아프리카 박다애 대표님이 현지 전문여행사를 수배해 주셨다. 에티오피아 커피기행을 열 가지 풍경으로 재정리해 보았다. 



1) 에티오피아 정통 방식은 커피를 용해시키는 것이다.

1-1) 현지인들은 설탕을 곁들이곤 한다.

1-2) 설탕뿐만 아니라 박하 등 각종 향신료도 곁들인다. 



2) 커피믹스와 같은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들에게는 인스턴트가 아니라 슬로푸드다.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로스팅해서 마신다.

2-1)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하루에 세 번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2-2) 아디스아바바 거리에선 아침에 ‘커피포차’를 쉽게 만날 수 있다. 



3) 용해 방식이라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기대하지 않은 만큼의 맛이 난 곳도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맛이 난 곳도 있었다.

3-1) 좋은 카페에서 내 준 커피에서는 고급 카카오 향과 맛이 나았다.

3-2) 이런 커피는 식어도 맛있다. 



4) 동네 커피 맛집이 따로 있었다.

4-1) 고급 리조트 커피가 의외로 별로였다.

4-2) 아디스아바바 시내 노점보다 시골 후미진 골목 카페가 더 나았다. 초라할수록 커피맛은 더 좋았다. 



5) 아보카도 나무 그늘에 의지한 커피나무도 있었다.

5-1) 아보카도가 넘쳐났다. 커다란 광주리 하나가 2달러 정도밖에 안 되었다(5kg은 넘어 보였다). 

5-2) 아보카도 나무가 바나나 나무보다 컸다. 


6) 1월 말에 커피투어는 너무 늦다. 커피체리 채집이 끝났다.

6-1) 말리는 것도 끝나고 수매도 끝난 상태였다. 11~12월에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수확 시기에 가면 커피체리 수확 체험도 하고 가공소에 가서 워시드 가공과 내추럴 가공 또는 무산소발효가공 등의 차이도 직접 볼 수 있다고 한다.

6-2) 그래도 우린 나무에 달린 커피체리도 보았고 커피 가공공장에 방문해 말리는 것도 보았다.  



7) 커피 바이어라고 하면 커피 가공 공장이 견학을 시켜준다.

7-1) 잘 나가는 곳은 아디스아바바 시내에 시음 전용 카페도 운영한다.

7-2) 커피 농장의 플래그숍은 유럽의 어느 카페에 뒤지지 않았다. 

8 커피를 수입하는 한국인들이 시다마와 이가체프의 커피 농장에 꽤 온다.



8-1) 아와사 고급 리조트에 가면 이런 한국인들을 두루 만날 수 있다. 과장을 좀 하면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었다. 한국인들의 유별난 커피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8-2) 공정무역 커피농장을 알려줘서 다음 정규 커피투어는 그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9) 시다모로 알고 있는 곳은 시다마로 불러주는 것이 맞다.

9-1) 시다모를 시다마로 불러주는 것은 전라디언을 전라도로 불러주는 것과 같다.

9-2)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에티오피아의 복잡한 종교/부족 갈등을 알아야 한다. 



10) 커피기행 대상인 에티오피아 남부는 현지인에게는 관광지이지만 외국인에게는 아니다.

10-1) 덕분에 ‘블랙 아프리카’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10-2) 에티오피아 방식의 ‘소고기 튀김’이 무척 맛있었다. 완벽한 맥주 도둑. 




<바람커피 이담님의 조언>

“커피업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농장투어는 한번 둘러본다는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커피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보는 방향이 다르겠죠. 전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커피문화를 잘 보고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에티오피아는 커피를 많이 수출하는 나라지만 자국 내 소비도 많거든요. 커피 세리머니는 경험하실 테니 그것과 함께 도시의 카페와 거기서 파는 메뉴, 사람들이 커피를 즐기는 모습을 보시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에티오피아 전체에 커피가 스며 있을 것 같아서요. 도시와 시골의 차이점이나 격차도 궁금하고요. 커피의 원조라서 커피 부심이 장난 아니죠. 일행 중에 커피업계에 계신 분이 있다면 요즘 새로운 프로세싱이나 COE(커피대회)에 대한 것도 좀 살펴보면 좋은데 그러면 너무 깊이 들어가는 거라서요. 보통 사람들이라면 에티오피아의 커피 문화와 다양한 커피를 즐기는 것만 해도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너무 커피 쪽에 치중하지 않고 일반인 투어 쪽을 새로 만들어보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럽이 지루해질 때쯤 모로코에 가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