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미식기행에서는 그렇다
음식평론가는 무용하다
최소한 미식기행에 있어서는 그렇다. 음식평론가와 미식기행을 가는 것은 기획부터 마이너스다. 오직 셰프와 미식기행을 도모할 뿐이다. 음식평론가 중에서도 음식을 만들 줄 아는 사람으로만 국한하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용하기 때문이다.
김남성 셰프와 함께 하는 태국 미식기행 시즌1, 치앙마이 - 치앙라이 - 방콕 일정을 마쳤다. 치앙마이와 치앙라이에서 태국 북부 음식의 진면목을 맛본 뒤에 방콕에 와서 해산물 요리 위주로 보완하며 태국 음식을 종합 정리했다.
’미식기행은 음식평론가가 아니라 셰프랑 해야 제대로 할 수 있다‘라는 소신을 이번에 제대로 검증할 수 있었다. 셰프와 함께 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 가성비의, 이 정도 퀄리티의 미식기행을 절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음식을 다룰지 알아야 음식여행도 다룰지 안다는 것을 이번 여행에서 확인했다.
이유가 있다. 음식평론가의 역할과 셰프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음식평론가는 자신이 기준이다. 음식평론가는 주관적이지만 셰프는 객관적이다. 음식평론가는 자신이 생각하는 ’맛이 있다, 없다‘라는 기준에 함몰되지만 셰프는 남들이 맛있다고 인정하는 음식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 객관적이다. 누구든 자기자신의 입맛 밖에 대변하지 못한다.
여행의 퀄리티는 참가자에 얼마나 맞춤할 수 있느냐 하는 것에서 판가름 난다. 자신이 기준인 음식평론가보다 먹는 사람에 따라 커스터마이징 된 맛집을 제안할 수 있는 셰프가 더 적격이다. 이번 일정에서도 참가자들의 규모(12인)나 상태나 등 복합적인 것을 감안해서 일행이 갈 식당을 정해서 만족도가 높았다.
주문할 때도 ‘미식공학적’으로 주문을 할 수 있다. 조리 시간과 난이도를 감안해 주문 순서를 정하고 맛이 약한 것부터 강한 것으로 순서를 잡고 각 음식에 맞는 페어링을 제안해 주었다. 맛집 몇 개 아는 수준으로는 도저히 따를 수 없는 경지다.
다른 하나는 음식에 대해 더욱 풍부한 담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평론가는 화려한 미사여구를 동원하지만 단순히 맛이 있다 없다 정도만 말할 수 있다. 셰프들은 말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많다. 식자재의 수급과 단가, 주방의 구조와 인력 활용 방식, 식당의 인테리와 임대료 등등.
마지막 하나는 음식 전후의 과정까지 보여주어 우리를 또 하나의 셰프로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식자재를 설명하며 장 보는 요령을 알려주고 쿠킹클래스로 인도해 음식 자립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승격시켜 준다.
이번에는 치앙마이 치앙라이 등 태국 북부에 방점을 찍었는데 내년 태국 미식기행 시즌2에서는 태국 남부로 가서 해산물 요리를 두루 섭렵하려고 한다. 방콕에서 후아힌으로 가면서 태국 남부의 여러 미식 포인트를 찍고 코사무이로 배를 타고 들어가서 코사무이/코창을 만끽하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방콕으로 복귀하는 루트로 돌아보려고 한다.
은퇴 후 한 달 프로그램으로 ’태국에서 유작정 한 달 살아보기‘를 구성 중이다. 치앙마이를 중심으로 북부지방 음식을 두루 맛보고 여행 말미에 남부지방을 일주하며 해산물을 두루 먹으면 만족스러운 태국에서 한 달 살기가 될 것 같다.
태국 미식기행에서는 방콕의 적절한 활용이 중요하다. 방콕이 공기도 안 좋고 거리도 너저분하고 너무 복작거리기는 한데, 확실히 소비력이 좋은 곳이라 맛집이 많다. 특히 화교들이 운영하는 곳은 신맛이 덜해서 한국인들이 더 맛있게 느낀다. 이동 중간에 활용해 봄직하다.
‘셰프와 함께 하는 미식기행’은 태국을 시작으로 일본 이탈리아 중국 등으로 계속 이어가려고 한다. 맛있는 여행은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의 중요한 여행 라인업이다. 맛있게 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