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모어 콤플렉스'라고 해야 할까? 자신의 전공 관련해서 대학교 2학년이 가장 아는 척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오히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자각하게 되는데, 2학년은 주제도 모르고 신입생을 상대로 신나게 아는 척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2학년이 3/4학년이나 석사 박사에 비해 덜 안다는 부분이 아니다. 이들의 상대인 1학년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점이 중요하다. 여행정보도 마찬가지다. 그곳에 대해서도 안 가본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그 여행지에 딱 한 번 가본 사람이 실컷 아는 척을 할 수 있다.
여행감독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바로 여행 정보의 바다에서 쓸모 있는 정보와 쓸모없는 정보를 가려내는 일이다. 모두가 아는 척을 하는 와중에 진짜 쓸모 있는 정보를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여행정보 중에서 일단 걸러내는 정보의 종류를 한 번 정리해 보았다.
정보의 바다는 때로 쓰레기 정보의 바다일 때가 있다. 네이버 검색 초기에 이런 말이 있었다. ‘네이버의 연애 상담이란, 대학생이 묻고 초등생이 답하는 것’이라고. 유용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유용한지 아닌지 판단을 먼저 해야 한다.
@ 현지인은 숙소 추천 못한다
현지인에게 맛집은 물을 수 있다. 하지만 맛잠은 물을 수 없다. 왜? 현지인은 현지 숙소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 서울 사는 당신에게 누가 서울 숙소를 물어오면 답할 수 있나? 이용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통밥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숙소는 자신이 중요시하는 부분에 맞춰 스스로 검색해야 한다.
@ 여행지에 한 번밖에 왔다 가지 않은 사람의 정보는 거른다
여행 콘텐츠 제작자 중 상당수는 그곳에 한 번밖에 와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니 반드시 먹어봐야 할 곳이라며 자신 있게 추천하는 콘텐츠를 만든다. 바꿔 말하면 그들은 그곳에서 추천하는 곳밖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고 추천하는 것밖에 먹어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게 쓸만한 정보일까?
(물론 한 번 밖에 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여러 곳을 가본 사람, 특히 그곳과 비교될만한 곳을 많이 가본 사람의 정보는 유의미하다)
@ 교통수단을 제공하지 않는 현지투어
현지투어 중 단체버스 등 교통수단을 제공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냥 도보투어로 같이 시내를 돌아보는 것이다. 솔루션 없이 큐레이션만 제공하는 것인데, 이런 현지 투어는 동선만 참고한다. 관련 유튜브 동영상 국내/국외 한 편씩 보고 예습하고 가서 현장에서는 설명 듣느라고 에너지 소모하지 않고 온전히 감상하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경유지 공항 이야기까지 하며 분량 늘린 여행 콘텐츠
인천공항부터 출국 장면부터 시작하는 동영상은 바로 끈다. 경유지 공항 이야기까지 시시콜콜하게 하는 동영상도 바로 끈다. 현지 도착 공항이야 특이점을 짚을 수 있지만 빤한 인천공항 이야기나 쓸모없는 경유 공항 이야기를 하며 분량을 늘린 콘텐츠는 아주 기초적인 내용의 콘텐츠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거의 안 본다.
@ 거기밖에 안 가본 사람
여행은 경험치의 세계다. 그곳을 여러 번 가본 사람 아니면 여러 곳을 가본 사람의 이야기는 양적으로/질적으로 들어볼 만하다. 그런데 그곳밖에 가보지 못하고서 여행지 주례사 비평을 늘어놓는 사람의 정보는 그리 쓸만한 게 없다.
@ 오래전에 가보고 확인 없이 말하는 사람
여행정보의 특징 중 하나는 시효가 짧다는 점이다. 맛집을 알려줬는데 문 닫은 가게일 수 있고 규정이 바뀌어서 갈 수 없는 곳들도 있다. 오래전에 가본 사람이 알려주는 정보는 스스로 검색해서 정보를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
@ 다른 곳과 비교하며 여행지를 무시하는 사람
여행지에 대한 주례사 비평도 걸러야 하지만 지나치게 니힐한 시선도 거를 필요가 없다. 우주여행도 아니고 지구는 다 거기서 거기다. 여행의 기술이란 여행지의 장점을 발견하는 기술과 여행지의 단점을 이해하는 기술의 합이다.
@ 설정이 과한 사진, 앵글이 제한된 영상
진실은 사실로 구성되지만 사실이 다 진실은 아니다. 부분의 사실로 진실을 호도하는 것들이 있는데 설정이 과한 사진과 앵글이 제한된 동영상이다. 카메라 앵글 밖의 현실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 자신의 시선 없이 죄다 긁어온 정보만 나열
여행지에 대한 자신의 관점이 없이 컨트롤C 컨트롤V로 여행지정보만 긁어다가 여행지를 소개하는 콘텐츠는 거른다. 여행지에 대한 죽은 정보일 뿐이다. 최소한의 자기 관점을 가진 정보를 선호한다. 특히 팸투어를 다녀와서 재해석하거나 재구성하지 않고 받아온 자료만 나열하는 게으른 여행기자나 여행작가 여행블로거의 글은 거른다. 그런 정보야 현지의 관광정보 홈페이지에서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여행지와 여행자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지 못하는 글은 거른다.
@ 내 성별, 내 나이, 내 경제력과 동떨어진 제작자의 콘텐츠
여행은 취향의 영역이다. 대체로 성별이나 나이대 그리고 경제력에 따라 취향이 갈린다. 나와 다른 성별 나이대 경제력을 가진 사람의 정보는 나의 취향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 내 취향과 튜닝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의 여행정보가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