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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Nov 30. 2024

샹그릴라의 안내자, 왕초 윤태옥

왕초와 함께, 중국 변방 기행 시리즈


샹그릴라, 샹그릴라, 샹그릴라


행정적 지명의 ‘샹그릴라’를 지나 중국인들이 ‘샹그릴라 협곡’이라고 말하는 바라거종 지역(바라촌, 해발 3170m)에서 숙박 중이다(국립공원 지역이라 차를 놓고 셔틀을 이용해야 한다). 여기서 셔틀을 타고 20km를 더 들어가면 해발 4100m 분지가 나온다. 제임스 힐튼이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말한 샹그릴라는 어디일까?


내일은 메이리설산을 조망하러 간다. 독수리 날개를 펼친 듯한 날렵하고 뾰족한 모습은 알프스의 마터호른과 히말라야의 마차푸차레를 연상시킨다. 샹그릴라는 메이리설산을 조망하는 마을일까? 아니면 오지신화를 가진 이 바라거종 마을일까?


우리를 이곳에 데려온 왕초 윤태옥, 그는 답을 주지 않는다. 여행지에 데려올 뿐. 기실 여행기획자의 역할은 데려오는 일이다. 많이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그다음은 여행자의 오감에 맡겨둔다. 느낌대로 얻어가면 될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왕초는 훌륭한 여행 기획자다.



기자는 전문가가 아니라 ‘전문가에 대한 전문가’이다.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빨리 자신을 이해시키고 핵심을 전달해 주는 전문가를 취재원으로 삼아야 좋은 기사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20년 동안 기자일을 하면서 ‘전문가에 대한 전문가’가 되는 훈련을 했다.


여행감독의 일도 ‘전문가에 대한 전문가’ 되기를 요구받는다. 안 가본 곳에 대해 최적의 큐레이션을 해서 최적의 일정을 뽑아 최적의 진행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왕초님은 중국기행을 위한 최적의 초이스였다. <변방의 인문학>을 읽어보고 왕초님에게 중국 변방기행 시리즈를 꼭 부탁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흔해서 귀한 줄 모르는 것의 가치를 잘 일깨워 주실 것으로 기대했다.



여행사들도 최적의 일정을 짜고, 가이드들도 최선의 설명을 한다. 하지만 줄줄이 눈깔사탕 같은 설명은 한계가 있다. 들을 때는 그럴듯한데 듣고 나면 다 까먹는다. 좋다는 곳을 가지만 그 장소들 간의 맥락은 없다.


왕초님은 그와 달리 ‘뼈대 있는 설명’을 해준다. 총론과 개론이 있기 때문이다. 총론과 개론이 있는 설명은 이해의 틀을 제공해서 납득을 시켜준다. 맥락이 잡히면 나중에 기억상자에서 꺼낼 때 유리하다. 왕초와 함께 하는 중국 변방기행을 인문기행이라 이름 붙인 이유다.


왕초님의 <변방의 인문학>은 여느 여행기와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리서치의 양과 깊이다. 여행작가들은 대부분 현지에서 들은 이야기를 쓰고 여기에 뒷받침하는 정보를 검색하는 정도다. 하지만 왕초님은 발품 손품 머리품을 팔아 리서치를 충실히 했다. 그

결과물이 그와 함께하는 인문기행에 녹아있다.



왕초님의 중국 변방피셜은 흥미롭다. 중원은 중원에게 대물림하지 못하고 늘 변방에 먹히던 곳이었다. 한족이 아닌 변방이 혹은 한족 중의 변방이 늘 중원을 차지했다. 우리는 얼핏 중원이 이어달리기를 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늘 변방에 의해 엎어지곤 했다. 그 마지막 변방은 지금의 공산주의고.


왕초님의 변방 중에 운남을 택한 이유는 가장 여행다운 여행을 할 수 있는 여행지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답사온 것이 아니니까. 답사는 여행의 좋은 핑계고, 여행은 여행다워야 한다. 이동거리가 좀 긴 편이기는 하지만 여행지로서 운남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중국 아닌 중국’인 운남은 여러 면에서 흥미로운 곳이다. 그 단면을 보여준 것이 바로 모쉬족 모계사회이고. 중국 음식이면서도 한국의 중식당 음식도 아니고 대림동 중국교포 스타일도 아닌 중국 서역과 남방 음식 스타일을 보여줘서 흥미롭다.



왕초님이 모든 것을 최적으로 해주시니 넘 편하다. 무엇보다 ‘딴짓’할 여유가 생겨서 좋다. 이런 글도 끄적거리고 밀린 트랩 일도 처리하고. 오지에서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해야 해서 이런 여유를 갖기 힘든데 왕초님의 안정적인 진행 덕분에 여유가 생겼다.


운남 인문기행을 시작으로 왕초님과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의 중국 변방기행 시리즈를 이어가려고 한다. 가깝고도 먼 이웃, 중국을 누리는 최고의 여행이 될 것이다. 우리 또한 중국의 변방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이 여행은 우리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어른의여행트래블러스랩 인문/예술 기행 시리즈

왕초와 함께 중국 변방기행

김춘애 작가와 낭만의 쿠바기행

김윤주 소장과 규슈 소도시 인문기행

이기영 따라 동유럽 예술기행

아이크의 캘리포니아 ‘현대 미국’ 기행

라스트라다정과 지중해 한 달 살기

블라디미르박의 코카서스 인문기행


그리고 꼭 해보고 싶은 예술기행!

신경아와 함께 세계 민속음악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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