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 여행학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행운

by 고재열 여행감독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다소 비겁해질 필요가 있다. 정면승부를 하면 돈과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중 비겁한 것 하나가 바로 성수기 피하기다. 특히 서유럽의 성수기는 넘사벽이다.


여행에는 비성수기라는 블루오션이 있다. 세계여행의 관점에서 비성수기는 미국과 서유럽의 학기제도와 휴가와 관련된 것이라 기후와는 다소 어긋난 경우가 많다. 한국인 기준으로 ‘좋은 날씨’인 비성수기가 제법 많다.


유럽은 바캉스 시즌이 명확하다. 그래서 비시즌에는 유명 여행지도 한가하다. 가보면 중국 패키지 여행객들만 간혹 있는 정도다. 지난번 아드리아해 기행도 그랬다. 블레드 호수에서는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고 플리트비체에서 줄지어 걷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겨울 히말라야는 ‘코리안 하이시즌’으로 불린다. 대부분의 해외 하이커들은 겨울에 히말라야 하이킹을 가지 않는다. 고산에 겨울에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하이커들에게는 “괜찮아, 한국 가을날씨야” 이 한마디로 끝!


여행 시즌을 우리 기준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 살다 보니 우리는 웬만큼 더운 곳도, 웬만큼 추운 곳도 익숙하다. 그래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덥다고, 춥다고 피할 때 과감히 덤벼든다. 오로라를 보려는 한국인에게 엘로나이프의 추위 따윈 장벽이 못된다.





크루즈도 비시즌에는 매우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크루즈의 주 이용자는 미국의 고령 백인이다. 이들이 피할 때가 우리의 적기다. 이들은 딱 좋은 계절에 가려고 해서 피하는 시기가 있다. 이때 크루즈 비용이 저렴해 진다. 대체로 지중해 크루즈를 마치고 멕시코만/캐리비언해로 복귀하거나 반대로 지중해로 돌아오는 리포지셔닝 시기에 저렴하다.


크루즈는 남유럽 아래 지중해를 다닌다. 그래서 리포지셔닝 시기인 2월이나 11월도 기항지 날씨가 그리 나쁘지 않다.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청명하고 좋다. 고령의 백인들은 피할 때지만 우리에게는 여행의 호기다. 바닷물에 들어가 수영할 것이 아니라면, 충분히 좋은 날씨다.


성수기에 유럽에서 아시아 그룹 여행자들은 찬밥이 되기 쉽다. 하지만 비수기에는 뜨신 밥이다. 어디를 가든 환영받는다. 우리 일정에 맞춰 호텔 오픈 시기를 조정해 주기도 한다. 심지어 날씨도 좋은 편이다.


유럽 호텔은 극성수기와 비수기 요금 차이가 3~4배 정도까지 나기 때문에 비수기 활용은 중요하다. 아드리아해 소도시기행은 다른 곳과 다르게 5성급 호텔만 이용할 수 있었던 것도 비수기 요금 덕분이었다. 늦가을의 정취를 십분 즐기면서도.





유럽의 휴가는 여름 바캉스와 아이들 학기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좀 더 디테일하게는 주별로 다른 프랑스 봄방학 주간을 감안하면 훌륭하고(일본 공휴일을 피해서 일본여행 계획을 세우듯이). 매년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이 리듬과 박자를 맞추면 가성비 좋은 여행을 할 수 있다.


중국은 워낙 인구가 많은 곳이라 비수기라 해도 어디든 기본적인 붐빔은 있는데 최애 여행지인 운남 바라거종이 너무나 한가해서 좋았다. 마치 무인도에 온 기분이었다. 직원들이 우리만 바라보고 서비스해 준다. 완전 프라이빗 휴양지!


비수기에 가보면 요즘 진짜 유행하는 여행지가 어디인지, 그 지역 사람들의 여행패턴이 어떤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운남에서도 요즘 중국 젊은이들에게 핫한 샤시고진은 여전히 붐볐고 국가급 여행지인 옥룡설산은 웨딩사진 촬영이 넘쳐났는데 관광객 동선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다음에 우리 팀 동선은 좀 더 크게 가져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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