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 하와이 여행법, 크루즈 & 트레킹

여행의 패턴과 변주 - 크루즈

by 고재열 여행감독


하와이 크루즈를 다녀왔다. 오하우 - 마우이 - 빅아일랜드 - 카우아이, 하와이 4개 섬을 7박8일 동안 돌아보는 크루즈다. 물가 비싼 하와이에서 최적의 여행법이 아니었나 싶다.



어쩌다 하와이 트레킹


애초 예정대로라면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에 히말라야에서 정기를 받아서 내년 여행을 준비한다,라는 콘셉트로 히말라야 능선을 걷고 있었을 것이다. 네팔 정국이 불안해 히말라야 트레킹을 연기했다.


어쩌다 보니 히말라야가 아니라 하와이를 걷게 되었는데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하와이 4개 섬 크루즈 여행 중에서 만난 트레킹 코스들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화산 분화구 옆을 걸을 수도 있고, 정글 숲을 헤치고 가기도 하고, 멀리 태평양을 내려다보면서 걷기도 하고.



여행의 패턴과 변주 - 크루즈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여행클럽의 여행 방식으로 크루즈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1) 물가 비싼 곳 2) 교통 불편한 곳 3) 비수기라 가성비 좋은 곳. 이번에 하와이 크루즈를 이용해서 하와이 4개 섬 여행을 진행했는데 이는 이중 1번에 해당하는 경우다.


트랩만의 크루즈 여행패턴이 있는데 이번 여행은 변주가 많았다. 대체로 구도심 워킹투어 위주의 크루즈는 공동 일정이 많고 대자연 투어 위주의 크루즈는 개인 일정이 많다. 이번에는 후자인데 현지 투어를 공동으로 해결하곤 했다.


마우이에서는 1박2일 기항이라 렌트를 해서 섬의 서안과 동안을 모두 일주했다. 빅아일랜드에서는 날씨가 흐려서 힐로에서는 시티투어를 했고 코나에서는 택시를 대절해서 화산 트레킹을 다녀왔다. 카우아이에서는 하루는 비치에서 보내고 하루는 크루즈 기항지 투어(트레킹)를 활용했다.


내년 하와이 크루즈는 트레킹 위주의 알파팀과 투어 위주의 부라보팀으로 분리하려고 한다. 3000m 넘는 화산 트레킹도 가능하고 멋진 비치 트레킹도 가능한 이곳은 트레킹의 성지다. 노르웨이 로포텐 트레킹 못지않다. 멋진 여행이 될 것이다. 희망자가 있으면 해양 레포츠 위주의 찰리팀도 두고.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더 알찬 여행으로 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와이가 제주도보다 못하다고?


하와이 4개 섬을 대충은 돌아보았는데, 일단 해변은 제주도가 더 좋다. 제주도 해변만 한 곳은 섬에 한 두 개 정도. 나머지는 전부 코딱지다. 그런데 이 코딱지 위에 세계인이 몰려든다. 비결이 뭘까? 4개 섬에 대한 간단한 인상 비평이다.


@ 마우이섬 - 가장 하와이다운 섬


마우이섬 사람들이 천국이라고 부르는 ‘HANA’를 기점으로 마우이 일주 중. 천국보다 천국에 가는 길이 더 좋았다. 볼드윈 비치를 비롯해 해변도 아름답지만 수목이 경이롭다. 이 정도면 ‘담장 없는 수목원’


아프리카처럼 생동감이 있으면서도, 남아메리카처럼 스펙터클이 있다. 알프스나 로포텐처럼 섬세한 부분도 있고. 하와이는 경험할수록 매력 덩어리다.


이번에 다녀온 하와이 4개 섬, 오아후 마우이 빅아일랜드 카우아이의 해변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해변, 마우이 섬의 볼드윈 비치. 사진을 보면 그때의 여유로움이 재현되는 것 같다. 하와이의 해변 보호법 덕분에 자연 그대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곳 말고는 해변만 놓고 비교한다면, 제주 중문이나 협재 해변에 미치는 곳이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사탕수수 농장섬이 세계적 휴양지가 될 수 있었던 조건은? 하나, 사계절 휴양이 가능한 온화한 기후. 둘, 이런 기후가 빚어낸 독특한 식생(담장 없는 식물원) 셋, 천조국의 압도적인 소비력. 넷, 이런 소비력이 빚어낸 문화적 세련미. 다섯, 그 와중에 난개발을 막을 수 있었던 하와이주의 해변 보호법. 여섯, 원주민 문화를 끌어올려 이국적인 판타지를 만들어 낸 점. 일곱, 고립된 곳이고 미국 영토라 물 흐릴 외부인이 쉽게 못 오는 점. 여덟, 미군부대가 주둔해서 이들의 장병복지를 위해 휴양지 조성이 필요했다는 점.


하와이는 노숙자도 많고 상업성도 강한 곳이지만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해 준다. 매년 겨울 ‘아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의 여행 세시풍속으로 다녀오려고 한다.



@ 빅아일랜드 - 하와이의 아픈 손가락, 힐로


하와이 크루즈는 힐로와 코나에 기항한다. 보통 힐로에서 화산에 오르고 코나에서 시티투어를 우리는 반대로 진행했다. 날씨 때문이었다. 힐로에 간 날 비가 와서 아웃도어 투어를 할 수 없었다.


하와이 힐로는 크루즈가 갈 이유가 없는 곳이다. 여행의 적은 나쁜 날씨, 나쁜 날씨 중에서도 주적은 비다. 힐로는 하와이에서 가장 비가 많은 곳 중 하나다.


또한 힐로는 하와이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 중 하나다. 비주얼로는 남미 변두리 도시나 필리핀의 앙헬레스 같은 곳에도 밀린다. 노숙자는 그런 도시들보다 더 많은 것 같다. 국민소득 9만불 나라에서 이게 정말 실화인지?


시내엔 우람하게 자란 반얀트리 나무 말고는 볼 게 아무것도 없다. 남미 크루즈 중에 들렀던 기항지 도시 중에 가장 볼품없었던 도시보다 힐로가 더 못했다. 힐로가 내세우는 파머스 마켓도 화개장터만 못하다. 물건들도 조악하지 그지없고. 우울한 날씨에 우울한 도시에 오니 우울할 수밖에.


나쁘지 않았다. 크루즈 선사에서 배려해서 와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본주의적으로 생각하면 지원금을 받고. 크루즈 포트에서 힐로 도심까지 지나는 노선버스가 크루즈 고객들은 공짜로 태워주었다(흔치 않은 일인데).


도심에 가니 한 빌딩에 한 명씩, 노숙자가 처마 밑의 제비처럼 둥지를 틀고 있었다. 그러다 관광객들을 위해 둥지를 거두고 동네 빈터에 앉아 옹기종기 앉아 구라를 나눴다.


시내 중심가의 버스터미널엔 가난이 응축되어 있었다. 빗줄기 속에 사람들 쩐내가 갇혀 있었고 한두 시간에 한 대씩 오는 섬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지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재활용품 수거장이었다. 주유소처럼 생긴 시설인데 커다란 재활용품 수거 박스가 놓여 있었고 가져온 재활용품을 바로 정산해 주는 캐셔가 있었다.


그 수거장 앞에서 카트에 어린아이를 싣고 태우고 다니는 아빠가 주워 온 재활용품을 정산하는 모습을 보았다. 어느 마트에선가 집어왔을 카트엔 대여섯 살 꼬마가 앉아 있었다.


빅아일랜드에서는 힐로에 안 와도 되었을 일이다. 마우이나 카우아이처럼 메인 항구(코나)에 1박2일 정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크루즈산은 힐로에 정박한다. 일종의 도시 살리기 프로젝트?


힐로에서 가장 핫한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하고, 가장 줄이 긴 맛집에서 점심을 먹고, 이 가난한 도시에서 40년을 버틴 서점에서 책을 한 권 사고, 빈티지샵에서 하와이안 티셔츠 한 벌을 사서 들어왔다.


비가 계속 와서 힐로 근처 휴화산 탐방하려던 계획은 포기했고, 비가 그치지 않아 점찍어 둔 트레일헤드에도 가지 않았다. 별로 한 건 없지만 여운이 남는 곳이다.



@ 카우아이


하와이 크루즈 6일차에 들른 키우아이섬의 키아후나 해변은 평화로웠다. 이번에 방문한 하와이 4개 섬 중 상대적으로 오지였지만 이곳에도 리조트가 충분히 조성되어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어떤 리조트도 해변을 사유화하지 않았다는 점.


하와이 해변을 여러 곳 방문하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뭔가 좀 이상한데? 미국인데 왜 이렇게 불편하지, 배고프지, 힘들지… 그런데 익숙해지니 괜찮은 것도 같네. 내가 바리바리 싸 오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네. 돈으로 해결되는 게 하나도 없네. 왜 이런 거지?


하와이 해변에 없는 것들이 많았다. 열 지어 설치된 비치파라솔이 없다. 튜브를 빌려주는 곳도 없다. 수상바이크나 바나나보트로 영업하는 곳도 없다. 해변 주변 공터에 푸드트럭이 없다. 고급 리조트의 프라이빗 비치에 차단막이 없다. (가끔 있는 곳도 있다)


찾아보니 하와이의 해변 관련 법률은 엄격했다. 일단 해변에 사유지는 없었다. 고급 리조트 앞 프라이빗 비치라도 공유지다. 바닷물이 닿는 곳은 사유할 수 없다. 해변에 뭔가를 설치할 수 없다. 구조대 감시 타워도 별로 없다. 해변의 범위도 독특했다. 물이 닿는 곳까지가 해변이다. 여기는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5성급 리조트 앞 해변이나, 일본인 공동묘지 앞 해변이나, 이용객이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가장 자본주의적인 국가에서 가장 반자본주의적으로 운영되는 해변이라니, 아이러니했다. 그런데 그래서 좋았다. 며칠 있으니 이 불편함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 오아후 / 와이키키


하와이 크루즈의 마지막은 블루노트-하와이에서 장식했다. 블루노트가 미국 여러 도시에 있던데 어쩌다 보니 하와이만 두 번 왔다. 뮤지션이 내 취향이 아니어서 좀 아쉽긴 했지만, 여행 마침표로는 적당했던 듯.


음악은 2023년에 빅밴드 스타일로 분위기 업업업 했을 때가 더 좋았던 듯. 공연 끝나고 나와서 산만한 와이키키 상점가를 걸어보니 블루노트에서 마무리하기를 잘한 듯.


예술은 감정의 응축된 폭발을 유도하니. 여행에 킥을 주고. 다음 크루즈가 멕시코 & 중남미 일정이라 출도착을 뉴올리언스에서 하는데 거기서는 연륜 있는 재즈클럽들 가볼 수 있을 듯. 기대된다.


컨트리의 성지 내슈빌이나, 블루스와 소울 로큰롤의 탄생지 멤피스나 오스틴의 식스스트리트까지 두루 다녀오는 미국남부 음악기행하면 좋겠지만, 일단 뉴올리언스만이라도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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