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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Apr 17. 2021

여행에도 리그가 있다?

20대 인스타 여행자, 3040 가족 여행자, 5060 등산 여행자

    

국내여행을 기획하다 보면 여행에도 리그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략 세 개의 주요 리그가 있는 것 같은데 이들을 1부리그, 2부리그, 3부리그로 나누어 보았다. 1부리그가 2부리그와 3부리그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데, 2부리그와 3부리그가 1부리그에 영향을 주기는 어려운 구조다. 지자체에서 관광/여행 관련 정책을 세울 때 늘 염두에 두어야 할 내용이 아닐까 싶다.      

 

1부리그는 20대/인스타/뚜벅이 여행자들이다. 20대라 가성비를 좇아 여행을 하기 때문에 정보 검색을 많이 한다. 그리고 체력이 좋아 여행 포인트가 여러 곳이다. 걸으면서 두루 살펴본다. 아직 소비력은 작은 편이지만 영향력은 막강하다. 전국의 여행지 판도는 이들이 다 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교통 체계가 좋은 곳들 위주로 이들이 주로 찾는데 ‘내일로(기차 여행 할인)’ 기착지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철도 여행지가 그런데 전주 여수 순천 단양 경주(황리단길) 같은 곳을 꼽을 수 있다. 이런 곳에 게스트하우스가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했다. 자신들의 여행을 SNS로 적극적으로 올리기 때문에 이들이 몰리는 곳은 전국구 여행지가 되곤 한다. 그리고 그곳의 맛집 커피숍 디저트 가게도 전국구가 된다.      


2부리그는 3040/가족단위/자가용 여행자들이다. 아이들 때문에 지출이 있는 여행그룹이지만 블로그에 적극적으로 여행 경험을 올리는 일부 블로거를 빼고는 20대처럼 많은 여행지 정보를 올리지는 않는다. 올려도 아이들 사진 위주로 올리기 때문에 여행정보로서 가치가 크지 않다. 아이와 함께 가는 여행이라 모험적인 여행보다 안정적인 여행을 선호한다.      


대체로 지자체 관광 인프라 구축이나 관광자원 개발은 이들을 겨냥하고 있다. 지불 여력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체험형 관광 시설을 자주 이용하고 아이들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 관광지를 선호한다. 자가용을 중심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펜션 등 현지의 고급 숙소도 주로 이들이 이용한다.      


3부리그는 일명 ‘안내산악회’라 불리는 5060 단체산악회다. 가장 시작하기 쉬운 레포츠인 등산/트레킹을 위해 전국의 걸을만한 곳을 두루 찾아다니는 그룹이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출렁다리나 모노레일을 설치하면 이들을 끌어들여 방문자를 늘리기도 한다. 코로나 국면 초기에는 주춤하다 다시 성행하고 있다.      


지불 여력은 크지 않다. 관광지 단체식당의 주 이용자들이기도 한데 요즘은 관광버스 측에서 식사를 준비해 주는 경우가 많다. 목적 지향적이라 자신들이 목표한 산을 오르거나 트레킹 코스를 완주하면 바로 되돌아간다. 여행지를 두루 살펴보려 하지 않기 때문에 숙소는 이용하지 않는 무박투어가 대부분이다.      


코로나 국면에 2부리그/3부리그가 부진한 반면 1부리그는 활발했다. 젊은 사람들이라 상대적으로 코로나에 둔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2부리그와 3부리그를 대상으로 지자체들이 ‘발전’ 시킨 곳들은 썰렁하고 1부리그 플레이어들이 ‘발견’한 곳들은 사람이 넘치곤 한다. 최근에는 아웃도어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3부리그는 다시 활성화되었다.      



관광/여행을 개발할 때는 이런 속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4부리그가 될지 0.5부 리그가 될지 모르겠지만 30/40/50 여행동아리라 할 수 있는 여행자플랫폼/트래블러스랩을 구축해서 여기 속하지 않는 ‘어른의 여행’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여행을 고민하고 있다.      


‘청년 예술가 기행’은 1부 리그의 속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모형이었다. 대부분의 20대는 남들이 발견해 놓은 여행지를 따라가기 마련인데 자신들이 여행지를 재해석해서 여행의 전범을 만드는 일을 청년 예술가들과 하고 있다. 지리산기행을 시작으로 여행에 청년 예술가들을 초대해서 함께 ‘길 위의 살롱’을 만들고 있다. 

     

‘엄마는 집에서 쉬고 아빠가 아이랑 함께 하는 여행’은 2부리그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한 여행이다. 가족여행을 함께 하면 매의 눈으로 검증하는 엄마의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한두 개 빈틈이 생기면 비난과 비판이 몰아친다. 그래서 엄마는 함께 여행하지 않고 쉬고 대신 아빠가 아이랑 여행하며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여행을 기획해 보았다.      


‘명품 한국 기행’과 ‘명품 한국 스테이’는 3부리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여행 모형이다. 지방을 소요하듯 여행하고 싶은 4050 세대를 위해 쉼이 있는 여행을 기획해 보았다. 싼 게 비지떡이 아니라 가치를 찾고 이를 함께 향유하는 여행을 고민해 보았다. 올해는 ‘팔도 고기 대탐험’ 등 미식 여행 시리즈도 만들고 있다.     

 

‘워크 스테이’는 1부/2부/3부리그에 해당하지 않는 ‘수고하고 짐 진 도시인’을 위한 적절한 여행을 고민하다 구축한 모형이다. 일과 여행을 함께 하는 모형인데 여기에 네트워킹이 더해진다. 간단히 설명하면 여행지에서 오전에는 각자 일하고 오후에는 ‘따로 또 같이’ 액티비티를 하고 저녁은 공유 키친에서 같이 식사를 하며 네트워킹을 하는 모형이다. 지자체와 조율 중이다.      


여기에 여행지에 내 책을 미리 보내 두는 캐리어도서관 모형이 더해진다. 캐리어도서관은 안 읽는 책을 안 쓰는 캐리어에 넣어 여행지의 일정 시설에 기증하는 프로젝트인데 나중에 여행할 때 자신의 책캐리어를 찾아 읽으면 된다. 지난해 3개의 시즌을 진행해서 제주도 울릉도 욕지도 등 섬과 평창 문경 등 산간 지방에 주로 캐리어도서관을 구축했다. 올해는 제주올레와 ‘올레를 책칠하자’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고 여행가 과정’은 여행지를 함께 재발견/재해석하고 여행을 재구성하는 프로젝트다. 재열투어의 후원자가 되어준 분들과 함께 구축해 볼 생각이다. 지방에 답사여행을 갈 때도 함께 가고 여행지 발굴도 함께 하고 이를 여행으로 구성할 때도 이분들에게 자문을 받을 생각이다. 올해는 여수 신안 진안 등에서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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