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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Aug 05. 2021

'평양 미식 기행'에 꼭 가야할 10곳(옥류관 제외)

여행감독의 북한여행 큐레이션 제3편


북한 양각도호텔의 음식점


언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북한여행을 기획 중이다. 이번에는 평양 미식기행을 고민해 보았다. 평양에 가보기는 했지만 13년 전이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기억에 의존하기보다 문헌자료와 최근 북한을 방문한 사람과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서 ‘평슐랭(평양+미슐랭)’ 가이드로 10곳을 꼽아 보았다. 평양의 유명한 먹자거리는 창광거리와 문수거리이다. 최근에는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는 식당들이 새로운 맛집으로 부상하고 있다. 


평양 미식기행을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본 가이세키 요리에 큰 영향을 준 곳이 평양이기 때문이다. 음식을 아름다운 그릇에 담아 먹는 일본의 음식 문화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일본 최고의 요정 호시가오카사료를 만든 기타오지 로산진이다. 서예가이면서 요리사이면서 도예가였던 그는 최고의 장소에서 최고의 음식을 최고의 그릇에 내놓는 고급 식문화를 정립시켰다. ‘그릇은 요리의 기모노, 그릇과 요리는 한 축의 두 바퀴’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일본의 현대 가이세키(일본식 제철음식 코스 요리)의 표준을 정립했다. 이 로산진이 한국의 옛 그릇을 통해 도예 철학을 터득하고 요리에 어울리는 그릇을 제작해야 한다고 마음먹게 한 도시가 평양이다. 그의 평전을 읽어보면 그가 평양 권번의 상차림을 통해 음식과 그릇의 조화에 관한 깨달음을 얻은 부분이 나온다. 


남한에 가장 잘 알려진 평양음식은 평양냉면인데 평양 사람들은 대동강숭어국도 대표 음식으로 꼽는다. 평양냉면은 오래전부터 평양지방에서 전통적으로 만들어 먹던 국수로서 메밀로 만들며, 고기국물에 동치미국을 섞어서 만든다. 대동강숭어국은 대동강에서 많이 잡히는 숭어에 여러 가지 양념을 첨가하여 만든 것으로, 맛이 탁월하고 영양가도 매우 높다. 이밖에도 평양온반, 평양쟁반국수, 평양어죽, 갈빗국, 갈비구이, 뱀장어구이, 평양군밤 등이 유명하다. 


2008년 방북 때 양각도호텔에서의 만찬 장면


‘평슐랭’ 10곳을 꼽아본다면?  


옥류관과 쌍벽을 이룬다는 청류관 :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로 1000명 정도 수용 가능한 큰 식당이다. 지하에 주방, 1층은 국수류를 파는 식사실, 2층은 ‘민속요리’를 제공하는 식사실, 3층은 사무실, 4층은 야외 식사실이 있다. 대동강숭어국이 유명하고 돼지고기토막찜, 메기탕, 평양식 불고기도 잘한다. 


뷔페가 유명한 비로봉레스토랑 : 평양 지배층에 인기 있는 곳으로 화려한 뷔페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으로 평양호텔에 있다. 평양에 장기 체류했던 외국인들이 평양의 맛집 50여 곳을 소개한 가이드북 ‘평양의 외식’에서 최고의 음식점으로 꼽은 곳이다. “국제적 수준의 환경에서 신선한 해산물 샐러드와 과일, 치즈 등이 일품인 뷔페를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360도 회전하는 양각도호텔 스카이라운지 : 양각도는 서울의 여의도에 해당하는 대동강의 섬이다. 골프장 축구장 유원지 등이 있는데 고려호텔과 쌍벽을 이루는 양각도호텔이 있다. 이 호텔 스카이라운지 식당이 유명한데 2008년 평양을 방문했을 때 이 식당을 이용했기 때문에 그 맛을 확인했던 곳이다. 일본 가이세키 요리가 원래 평양 기생집 요리를 따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곳에서 그 원형을 느낄 수 있었다. 


여명거리 온반 : 평양온반은 평양냉면, 대동강숭어국, 녹두지짐과 함께 ‘평양의 4대 음식’으로 꼽힌다. 여명거리 온반이 유명한데 덮밥처럼 밥 위에 온갖 재료를 올린 다음 육수를 붓고 녹두 지짐이를 얹는다. 녹두 지짐이를 얹는 데는 사연이 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힌 연인 수발을 하는데 음식이 식지 않도록 녹두 지짐이를 이불처럼 얹었다고 한다. 형을 마치고 나와 혼례를 올릴 때 손님들에게 이 온반을 똑같이 대접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토끼요리로 유명한 붉은별식당 : 평양은 단고기라 부르는 보신탕이 잘 알려져 있다. 호텔 식당 메뉴로도 나온다. 그런데 평양 사람들은 ‘토끼고기 보신탕’을 더 고급으로 친다고 한다. 붉은별식당이 유명한데 뚝배기에 끓인 토끼탕, 토끼 찜요리 등이 있다. 토끼 간을 볶아서 함께 주기도 한다. 


대동강 식당배 : 대동강에는 ‘식당배’라 불리는 대동강 유람선이 있다. 바(bar)가 있고 기타와 드럼 건반이 있는 무대도 있다. 20~30분 정도 간단한 공연을 한다. 용정어회(향어회) 단체가 회식을 하며 뱃놀이를 즐기는 유람선이다. 


경흥맥주집의 대동강맥주 : 12시~2시, 5시~7시 하루에 두 번 열어서 낮술이 가능한 곳이다. 한 번에 1000명이 들어올 수 있는 규모로 매일 3.5톤짜리 대동강맥주 차가 들어온다. 테이블이 놓인 홀에서 간단한 안주에 서서 마시고 말 그대로 선술집이다. 대동강맥주는 양강도 호프, 황해도 보리, 대동강 지하수로 만들어지는데 쌀 함유량에 따라 종류가 나뉘는데 총 7종이다. 북한 사람들은 보리 70%와 쌀 30% 함유한 맥주를 가장 즐기는데 경흥맥주집에서는 ‘까스맥주’로 불리는 생맥주가 인기다. (북한 화폐만 받는 곳이라 원칙적으로 외국인은 이용할 수 없다. 북한 주민과 함께 가야 한다.)


‘락원닭고기전문식당’ : 남한 ‘맛대로촌닭’ 대표가 2007년 연 식당. 남북 교류가 단절된 뒤에는 북한에서 자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평양에서 대동강맥주로 치맥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별무리차집 : 2005년 문을 연 곳으로 비행기 내부를 닮은 인테리어가 되어있다. 이름과 달리 피자, 스파게티, 햄버거, 샌드위치 등을 판매한다. 스위스식 퐁듀도 있다. 치즈는 염소목장에서 조달한다. 식당 뒷마당에 바질을 직접 재배해서 활용한다. 


 해맞이커피/해맞이식당 : 인테리어가 분위기가 고급스러운 카페다.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라테 등 다양한 스타일의 커피를 맛볼 수 있다. 핸드드립 커피도 가능하다. 조각 케이크 등 디저트류도 있다. 해맞이커피는 해맞이식당의 부속시설인데 해맞이식당은 세계 각국의 요리를 24시간 맛볼 수 있다. 이곳 냉면도 유명한데 냉면량을 100g 단위로 주문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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