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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해피 May 16. 2023

촌지 덕분에 맞은 주먹한방

잊고 싶은 흑역사

어릴 때 부모님은 우리 5남매를 먹이고 입히는 일만으로도 버거우셨을 것이다.

    

지금 내가 두 형제만 키우는 데도 경제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힘드니 말이다.


매일 저녁 우리 5남매가 잠이 한참 든 늦은 밤이나 들어오셨던 우리 부모님께 내가 필요한 것을 요청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학교에서 요청한 서류나 육성회비 같은 중요한 요청은 언니, 오빠에게 특별히 부탁해 늦게 들어오시는 부모님께 겨우 전달할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웬만하면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내용 중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은 내 선에서 해결하려 애썼다.


그러던 어느 날 담임 선생님께서 나에게 "엄마 좀 셔오너라" 이러시는 것이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분명 내 친구들 부모님들이 학교에 방문할 때면

친구들 부모님들은 바리바리 선물을 가져오고

심지어 '돈 봉투'까지 건네주는 것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때 이런 사실을 누가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알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태생적으로 민감한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을 눈을 보듯 꿰고 있었던 어린 나이

부모님을 모셔오라는 담임의 말을 따를 수가 없었다.


아니 우리 부모님은 다른 부모님들처럼

선물을 가져올 수 있는 능력도, 돈봉투를 줄 수 있는

사정이 전혀 안되어 있었다.


부모님을 모셔 오라는 소리는 그날도 어김없이 들었고

알았다는 답변만 작은 소리로 할 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날이 며칠 계속되면서

 잘못도 없던 착하디 착한 나에게 담임은

'고문'을 가해 오기 시작했다.


수업시간마다 잘못도 하지 않은 나를 겨냥하여

분필을 작게 부러뜨려 내 얼굴에 던지는 일이 계속되었다


나나 내 반친구들은 담임이 평소 조용하고 다소곳한

나에게 이유도 없이 분필을 던지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한 번은 내 단짝친구가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었다.

"000야, 너 담임한테 잘못한 거 있어? 담임 이상해.

왜 너한테만 수시로 분필을 던지는 거야?"


그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나는 가타부타 답변할 수 없었다.


그러고 또 며칠이 흘렀다.


담임의 눈을 피하고 다녔던 나였기에

하루하루 학교 가는 일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담임이 지나가던 나를 붙잡고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었다.


"야, 너 내가 부모님 모셔오라 그랬지?!!!!"

내 말을 무시해???"


"아니,, 그게... 엄마아빠가 밤늦게 들어오셔서...

말할 시간이... 없어서요...


그렇게 더듬거리는 나에게


갑작스럽게 날아온 돌덩어리 아니 초등학교 2학년

가녀린 여자아이에게 50대 남성의 주먹은 그야말로

큰 돌덩어리가 날아온 느낌이었다.


내 머리에 큰 주먹이 불현듯 '쿵'쿵'쿵

세 번 날아왔다.


그날 나는 만화에서 나올 법한 '머리에 별이 보인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나는 그날 별을 보았다.


담임의 세 번의 주먹세례를 받고 난 이후

말도 하지 않고 구석에서 나는 혼자 울고 또 울었다.


친구들이 볼까 두려워 구석 한쪽을 찾아내어

나는 한참을 운 것 같다.


그 일이 있던 날 나는 부모님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할 수 없었다.        

                                                                                                                             

아니 고생하는 엄마가 이 사실을 알게 될 까 두려웠다.


그날 이후 혹시라도 담임이 바쁜 엄마에게 전화할까

가슴을 졸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행히 담임은 주먹다짐을 한 이후에

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나를 무시했다.


오히려 나에 대해 무관심하는 담임이  감사했다.


그리고 40대가 된 어느 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얘기는 우연히 엄마에게도 들리게 된 것이다.


그 얘기를 듣고 바로 엄마는,


000야, 왜 그때 엄마한테 말하지 않았어?
네가 얘기했다면 엄마가 찾아갔을 텐데"

그렇게 반응하는 엄마에게

"응, 그냥 말하기 싫었어"
엄마 바쁜 거 뻔히 알고 있는데...

이렇게 얘기하니

엄마의 눈이 빨개지는 것이었다.

"그 나쁜 놈의 새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린 여자애 머리를 그렇게 때리냐?"

엄마에게 말을 하니
그때의 억울했던 감정이 한순간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나는 엄마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착한 딸이었나 보다.

이제는 그 '착한 딸'이라는 허울을
벗어던지고 싶다.

나도 나 자신이 기분 나쁘면 나쁘다고
기분 좋으면 좋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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