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을 밟으며
이른 아침, 두 아이를 축구 체험학습에 보내고 부산하게 미사 준비를 했다. 미사를 마치고 장을 보러 가는 길, 도보로 30분이 넘는 거리를 걸으며 성균관대 교정 근처를 지났다.
어제 내린 비가 남긴 선물인지, 알록달록한 단풍잎들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바닥은 온통 단풍잎 카펫이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이런 계절의 순간들을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커진다. 아름다움 앞에서 멈춰 서는 여유, 그게 나이 들어가는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오늘 아침, 걷는 내내 마음을 뒤흔든 말이 있었다. 유영만 교수의 말이었다.
"진정한 자기 계발이란 성공한 남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다운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다. 어제의 나에서 오늘의 변화된 나를 발견해 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기 계발이다."
이 말이 내 가슴을 평화로 물들였다.
돌이켜보면 나는 정말 많이 휘둘렸다.
누군가 얼마를 벌었다는 이야기, 어떤 과정을 거쳐 부러운 경지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들에. 자기 계발이라는 이름으로 해보지 않은 경험들을 돈 주고 듣고, 적용해 보려 애썼던 지난 4년의 시간. 그 순간순간은 열정과 도전으로 가득했고,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그 바쁜 과정 속에서 나다운 게 뭔지, 내가 진정으로 행복한 일이 뭔지를 진지하게 물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유영만 교수의 비유처럼, 오리가 토끼를 따라가는 건 불가능하다. 토끼가 오리를 쫓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왜 남들이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조건 그렇게 따라 하면 될 줄 알고 시간과 삶을 낭비하는 걸까.
최근 8월 말부터 6주간 유튜브 수업을 들었다. 수업이 시작하자마자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났다. 그들을 보며 '왜 나는 안 될까?' 하고 자책했다. 3개월이 흐른 지금도, 성과를 내는 사람은 일부다.
그들이 나와 다른 게 뭘까. 내가 뭘 더 해야 할까. 끊임없이 물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거였다.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다는 것. 지금까지 배워온 과정과 경험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다른 사람들이 잘한다고 해서 내가 꼭 잘하는 법은 없다는 것.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일, 나답게 사는 일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걸 깨닫고 나니 욕심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안 되는 걸 왜 안 된다고 투정 부릴까. 나는 내 페이스대로 가면 되는 것이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의 인생이 아닌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사는 것. 한 번 주어진 이 인생에서 그게 답이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지금, 나무들도 월동 준비를 한다. 뜨겁고 열기 가득했던 여름을 보낸 자연이 매섭고 추운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나뭇잎을 떨어뜨리듯, 나도 내 인생의 월동 준비를 계획해야 할 것 같다.
내 삶의 최종 목표가 무엇일까. 그걸 생각해 볼 시간이다.
유영만 교수의 말처럼, 우리는 언제 갈지도 모르는 삶을 살아가는데 스트레스 왕창 받으며 불행하게 살 필요가 뭐가 있을까. 나답게, 행복하게, 지금 이 순간의 참 기쁨을 누리며 살아야 한다.
단풍잎이 흩날리는 가을 길을 걸으며, 나는 그 평화를 가슴 가득 담았다.
오리는 오리답게, 토끼는 토끼답게, 나는 나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