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쁜 엄마인가
나쁜 엄마, 게임도 안 시켜주고.
엄마 미워. 왜 엄마 맘대로 해야 하지?
이 집안이 다 엄마꺼야?
......
이런 말들을 쏟아 낼 때면
나는 하나씩 풀어서 얘기를 해야 했다.
아무리 풀어 얘기해도 그때뿐이었다.
아들이 내 말을 이해 못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가슴으로 와닿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이는 다섯 살부터
공격적인 말과 행동으로
부모의 걱정 1호였다.
큰 아이라서 많은 관심과 사랑을 쏟은 것이
오히려 잘못된 선택 같았다
자연임신으로 아이를 갖기 어려웠던
우리 부부는
결혼하고 나서
아이가 생기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큰 아이가 힘겹게 태어난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잘 키우려 애썼다.
내가 받지 못한 교육은 다 해주고 싶었다
영유아 때부터
아이를 위해
목이 터져라 책을 읽어 주었다
책을 많이 읽어 준 덕택에
말도 빨랐다.
아이가 똘똘하단 소리를 자주 듣게 되니
엄마는 더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강남에서 유명하다는 교육기관을
선택해
만 2세부터
한글을 떼주었다
지금 돌아보면
아이가 나의 아바타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못 받은 교육은
우리 아이에겐 다 해주고 싶었다
어릴 때
엄마에게
가고 싶은 학원에 보내달라고
한 두 번 떼쓴 것 이외에는
엄마에게
뭘 해 달란 소리를 못하고 살았다
그런 어릴 때 아쉬웠던
경험이 있다 보니
내 아이에겐
해 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었다
그게 아이를 위한 길이라
착각하고 살았다
아이는 놀고 싶고
자기 맘대로 하고 싶어도
엄마의 '틀'에
억지로 따라온 것 같다
그래서
아이가 엇 나가는 걸까?
내가 아이에게
최선을 다 했는데
돌아오는 건
"엄마는 히틀러"란 소리
"엄마는 우리 집 지배자"란 소리나
듣게 된 것.
내가 그간 노력해 온 것 모두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니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나도 두 아이를 키우며
많이 지쳐있는데
큰 아이의 반항은
나를 더 힘들게 하였다
최근에
하도 답답해서
상담사에게 의뢰하여
mmpi라는 검사를 받게 되었다
나의 성향은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어려운
한 마디로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
그러다 보니
남편도, 두 아이도
나로 인해
힘들었을 것 같다고 설명해 주었다
내가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원래부터
타고난 내 성향이라는 사실은
나에게
충격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와 즐겁게 소통하기 어려웠다
아이를 아이자체로
이해해 주기가 너무 어려웠다
내 틀 안에서
아이가 제대로 하지 못하면
화가 났고
그 행동을 바로 고치려 한 것이다
나는
이 검사를 통해
내가 왜 아들과 소통이 어려웠는지.
남편과 대화하면서
답답할 때가 많았는지를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이 검사로
아이와의 불화를 완벽히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다만
이 검사를 통해
나를 알았으니
피나는 노력으로
나와 다른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기 위해
노력하련다
글을 쓰면서
내 마음속에 새기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