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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해피 May 11. 2023

나는 중매쟁이입니다.1편

내가 대학 때 만난 1년 후배인 ㅈㅇ는

성품이 참 착하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 친구는 대학 다닐 때부터

나와 친구들에게 "난 일찍 결혼할 거야"라며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하여 수십~수백 명의 남자들과

만나 결혼 상대를 만나려 애썼다.


내가 바라본 그녀는 성품도 좋고 똑똑하기까지

하니 금세 결혼 상대를 만날 거라 믿었다.


그런데 생각만큼 쉬어 보이진 않았다.


ㅈㅇ가 맘에 들었다 하면

상대 남성이 거절하고

가끔씩 상대 남성이 ㅈㅇ를 맘에 들어하는 듯하면

ㅈㅇ가 싫다 하며 오랜 시간 좋은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한 번은 ㅈㅇ가 나에게 와서는

"언니, 나 결혼 힘들 것 같아. 나 좋다는 사람이 거의 없네.

내가 어디가 어때서 남자들이 관심을 주지 않지?"


ㅈㅇ의 푸념 섞인 말을 들은 나는


대뜸


"ㅈㅇ야, 내가 아는 사람 소개해줄까?"


ㅈㅇ는 나에게


"언니, 어차피 난 소개받아도 잘 안될 텐데"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내가 더 안달이 난 목소리로


"아냐, 이번엔 잘 될 거야. 그 남자 내가 잘 아는 사람인데

너한테 정말 딱인 남자야. 한번 만나봐. 응?"


몇 번을 설득한 끝에 ㅈㅇㄴ는 못 이기는 척

만나보겠다는 말을 하고 헤어졌다.


사실 ㅈㅇ에게 소개해 주려 한 남자는


그 당시 나에게 관심을 보였던 남자였는데

정작 나는 그 사람이 남자로 보이지 않아서

살짝 피곤하게 느껴지던 참이었다


다만 남자는 정말 성실하고 ㅈㅇ가 원하던 남성

스타일과 비슷해서 소개해서 잘 될 거란 느낌이

들었다.


흔히들 말하는 '촉'이 왔다고 해야 하나


그런 촉이 느껴졌다.


그렇게 ㅈㅇ와 그 남자는 나 없이 자기네들끼리

만남을 갖게 되었다.


며칠 후,

기대에 찬 마음으로

ㅈㅇ에게 그리고 그 남자에게 연락을 해 보았다.


일단 그 남자는 ㅈㅇ가 사람은 좋은 것 같으나

외모가 자기 스타일은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ㅈㅇ는 그 남자가 어떠냐고 물으니

나쁘진 않으나 그 남자에게 차일까 봐 그랬는지

그 남자가 뭐라고 그러냐며 먼저 묻더니


그 남자가 잘 모르겠다고 했다고 둘러대니


차일 것을 두려워한 ㅈㅇ는


힘없이 "언니, 나도 그냥 그랬어"

이러는 거다.


난 오기가 발동했다.


내 촉이 맞는데...


안 되겠다 싶어


두 사람 모두에게 전화해서


나와 같이 다시 한번 더 만나자고 해서

두 번째 만남을 주선하였다.


내가 중간에서 중매쟁이 역할을 잘해준다면

어쩜 연결될지 모를 일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나도 참 오지랖이 넓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나와 ㅈㅇ, 그 남자 셋이 만났다.


처음에 두 사람은 나만 쳐다보며

어색한 웃음만 지어 보였다.


그런 어색함을 너무 싫어했던 내가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ㅈㅇ야, 이 오빠는 진짜 자상한 사람이야.

그리고 이 오빠는 굉장히 성실하기도 해..."


"오빠,  ㅈㅇ는 음식도 잘하고 굉장히 꼼꼼해.

그리고 얼마나 성실한지...


두 사람을 앉혀놓고

이 사람 칭찬했다 저 사람 칭찬 왔다 갔다

분주하게 두 사람이 좋아할 법한 특징을

나열하며 서로가 좋아하도록 열정적으로

중매역할을 하였다.


그렇게 웃고 떠드는 가운데

서로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 모양이다.


그날 만남 이후


두 사람이 서로 연락하며 지내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 소식을 듣고 정말 신기하면서도 기뻤다.


무엇보다 의기소침했던 ㅈㅇ가 흥분된 목소리로

나에게 전화를 해 온 것이었다.


한 두 달이 흐른 후 두 사람은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했다고

얘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몇 달도 안 된 어느 날


두 사람은 나에게 결혼 소식을 전해 주었다.


그때의 감격스러운 순간은 절대 잊질 못한다.


나는 어쩌면 한 번 만나고 헤어졌다면

두 사람은 더 이상 인연이 아니었을 텐데


나의 노력으로 인연이 되었으니 말이다.


난 그 두 사람에게 잊지 못할 중매쟁이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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