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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봉지에 담긴 아기 고양이 네 마리

아기 고양이를 만나다

by 바이즈

【1부】


1.

날이 아직 차가웠던 3월의 어느 날 밤 현관문 초인종 소리에 잠에서 깼다.


평소 면식이 있던 아파트 경비원은 지하주차장에 아기 고양이들이 버려져있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한 표정으로 말한다.


서둘러 지하주차장 한편에 인테리어 폐기물을 버리는 장소로 내려가 보니,

검은색 비닐봉지가 있고, 그 안에는 네 마리의 아기 고양이가 ‘삑삑’ 소리를 내며 꿈틀거리고 있다.


혹시 엄마 고양이가 있을까 싶어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검은색 비닐봉지에 아기 고양이들이 스스로 들어갔을 리 만무하니, 아마도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어미 없이 버려진 아기 고양이들을 발견하고 봉지에 담아 버린 것으로 추정되나 그렇다고 한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날씨가 아직 추웠고, 엄마 고양이가 혹시라도 찾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에 우선은 종이박스를 구해 담요를 넣고, 담요의 곳곳에 뜨거운 물을 담은 페트병을 놓아두었다.


아기 고양이들을 종이박스에 넣고 지하주차장에 그대로 남겨둔 채, 서둘러 근처의 24시간 운영하는 동물병원으로 찾아갔다.


동물병원에서 아기 고양이용 분유와 급여용 주사기를 사고, 간단한 주의사항을 수의사에게 들었다.


‘가장 좋은 것은 엄마 고양이가 아기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찾아오는 것이고, 만약 엄마 고양이가 오지 않으면 3시간에 한 번씩 분유를 먹이고, 배를 문질러 트림을 시키고, 오줌과 똥을 배설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보니, 아기 고양이들은 아직 그 자리에서 세상이 떠나갈 만큼 큰 소리로 ‘삑삑’ 거린다.


집에서 만든 따뜻하게 데운 분유를 한 마리씩 먹이고 나니, 잠시 후 네 마리의 아기 고양이들이 하나로 뭉쳐서 새근새근 잠들어 조용해진다.


2.

새벽 무렵 나는 아기 고양이들을 집으로 데려오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세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네 마리의 고양이를 또 집으로 들인다는 것이 심히 망설여졌다. 그러나 이대로 아기 고양이들을 두면 죽을 것임이 거의 확실했기에 사실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었다.


집으로 데려온 네 마리 아기 고양이를 따뜻한 물로 수건을 적셔서 몸을 닦아주고, 전기장판 위에 보드라운 수건을 여러 겹 깔고, 분유를 먹이고, 배를 문질러 트림을 시키고, 항문을 자극하여 대변을 보게 하고 소변을 보게 한다.


생후 엄마 고양이의 젖을 먹지 못한 고양이는 어쩔 수 없이 면역력이 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네 마리 중 가장 힘이 없어 보이는 녀석에게 신경이 많이 쓰인다. 흰색 털이 유난히 많고, 검은색 무늬가 얼굴 반쪽을 가리고 있는 녀석은 다른 녀석들에 비해 몸집이 아주 작다. 성격은 어찌나 온순한지 다른 녀석들 사이에서 이리 치고 저리 치인다. 그래서 매 번 다른 녀석들보다 이 녀석에게 먼저 분유를 먹인다.


분유를 잘 먹지 않던 노란 무늬의 한 녀석을 유심히 살펴보는데, 녀석의 털 사이로 벌레 한 마리가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털을 뒤져서 벌레를 기필코 찾아내 휴지로 눌러 잡아 밖으로 버린다. 그다음 날부터 노란 녀석의 먹성이 살아나더니 하루가 다르게 살이 찌기 시작한다.


네 마리 고양이 중 한 마리는 꼬리가 부러져있다. 가장 이쁘게 생긴 녀석은 번개처럼 구부러진 꼬리말 고는 먹성도 좋고, 핑크색 코에 검정과 흰색이 조화롭게 이루어진 털도 보기가 좋다. 성묘가 되면 한 인물 하겠지 싶다.


특징은 별로 없지만, 갈색과 검정 무늬가 어우러진 녀석은 다른 냥이들에 비해 온순하다. 밥도 잘 먹고 대소변도 아주 잘 본다. 손에 올려놓으면 잠시 움직이는가 싶다가도 금세 잠이 든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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