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이즈 Mar 17. 2022

검은색 봉지에 담긴 아기 고양이 네 마리

작은 천사들에 감사하며

【2부】


3.

아기 고양이들은 보통 3주 후 눈을 뜬다. 그렇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최소 3시간에 한 번은 분유를 먹이고, 배를 문질러 트림을 시키고, 대소변을 보게 해주어야 한다. 처음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몰라 당황했지만, 금세 익숙해져 손에 익었다.


2주가량이 지난 어느 날 아침이었다. 평소처럼 아기 고양이들의 분유를 먹이기 위해 케이지를 열었다. 가장 이쁘게 생긴 ‘번개 꼬리’ 고양이가 움직이지 않는다. 손바닥에 올려놓아 보니 녀석의 몸이 차갑다.


처음 집으로 데려올 때 가장 건강했고, 밥도 잘 먹었던 녀석이라 별로 신경을 써주지 못한 탓이었을까?


녀석을 한편에 두고, 나머지 녀석들에게 분유를 먹이고 돌본다.


오후에 모종삽을 들고 밖으로 나가 ‘번개 꼬리’를 묻어준다.


나머지 냥이들을 반드시 잘 보살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4.

3주가 지났다.


세 마리 냥이들이 하나둘씩 눈을 뜨기 시작한다. 가장 몸이 허약했던 녀석만 눈을 뜨지 못하고 있다.


며칠 후 드디어 녀석도 눈을 떴다. 너무 걱정을 많이 했던 녀석이 눈을 떴다는 사실이 놀랍고 기쁘다. 난 더욱더 이 녀석에게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돌보았다.


그렇게 평화롭게 일주일이 지나갔다.


아침 일찍 일어나 평소처럼 케이지에서 세 마리 아기 고양이를 빼내어 분유를 먹이려고 했다. 그런데 어렵게 눈을 뜬 가장 작은 녀석이 분유도 먹지 못하고 숨을 잘 쉬지 못한다.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따뜻하게 해 주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녀석은 내 손바닥 위에서 숨을 계속 헐떡거린다.


5.

녀석을 가방에 챙겨 넣고 모종삽을 들고 앞서 ‘번개 꼬리’를 묻은 장소에 갔다.


구멍을 파고, 휴지에 감싸 녀석을 흙 위에 놓는다. 다시 흙을 덮으려다 휴지를 잠시 들추어 녀석을 바라본다.


‘고생했어. 네가 와줘서 고마웠어.’




6.

시간은 금세 흘렀다.


두 마리 아기 고양이는 성묘가 되었다.


그 두 마리 고양이의 이름은 ‘노랭이와 메추리’다.


내가 집에 누워있으면, 노랭이는 내 배 위에 올라온다. 메추리는 내 머리 위에 자리를 잡고 내 머리카락을 ‘그루밍’ 해준다.


메추리가 해주는 그루밍은 참을  없이 간지럽다.


그래서  항상 메추리가 다가와서 귓가에 콧바람을 불거나  머리카락을 그루밍하려 하면 손으로 밀쳐낸다.


【마침】

작가의 이전글 검은색 봉지에 담긴 아기 고양이 네 마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