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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즈 May 24. 2022

긴장과 이완

이완

【긴장과 이완】 9부】

- 이완


9.

내가 말했다.


“음..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을 계속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긴장을 이완하는 방법은 언제 알려주실 건가요?”


노인이 깊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에게 이렇게 여러 가지 측면으로 이 이야기를 해주는 이유는, 자네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해서야.


당연히 자네가 삶을 살면서 축적한 모든 것들이 틀렸다는 말은 아니고, 또한 의미 없다는 말도 아니야.


다만, 부디 마음을 활짝 열고 들어주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해.


이완(弛緩)은 이(弛) 자와 완(緩) 자로 구성되어있어.


이(弛)는 '활'이라는 뜻의(弓) 궁과 '구불구불하다'는 뜻을 가진 (也)야 자로 이루어져 있어.


쉽게 말해 ‘활줄이 축 늘어지다’는 이미지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거야.


완(緩) 자는 '실'을 뜻하는 실 사(糸) 자와 '누군가에게 막대기나 줄을 건네는 모습'을 그린 원(爰) 자로 구성되어있어.


즉, 실을 누군가에게 주기 위해 느슨하게 늘어뜨린 것을 표현한 글자로 이해하면 돼.


이완은 쉽게 말해, ‘느슨한 느낌’이야.


현대 중국어에서는 앞서 말한 ‘야리(压力)’ 반대로 쓰이는 말이 ‘(放松)’이라는 말인데, 보통 발마사지를 받으러 가면, 안마사 분들이 중국어로  팡송..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있어.


쉽게 말해 ‘힘 좀 빼’라는 뜻이라 이해하면 돼.


한자적 의미로 정확하게 설명하면, '놓아준다'는 의미의 팡(放)과 '헐겁다'는 의미의 송(松)이 결합된 단어라 보면 되고.


즉, 이완은 의식의 차원에서 ‘놓아버림, 받아들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고, 육체적 차원에서는 느슨하게 힘을 뺀 느낌이라고 할 수 있어.”


노인은 잠시 침묵한 후 다시 말했다.


“노자 역시 긴장과 이완에 대해 이야기했어.


도덕경 76장을 한 번 살펴보자고.


*사람 그것이 태어나면 역시 부드럽고 약한데, 그것이 죽음에 이르면 역시 굳고 단단해. (人之生也柔弱,其死也堅強)


사람이 살아있을 때는 부드럽고 연약하지만, 죽으면 굳고 단단해져.


*만물 초목 그것이 태어날 때는 역시 부드럽고 연한데, 그것이 죽음에 이르면 역시 시들고 마르게 돼.

(萬物草木之生也柔脆,其死也枯槁)


만물 초목 역시도 살아있을 때는 부드럽고 연약하지만, 죽으면 시들고 말라버려.


*그러므로 굳고 단단하다는 것은 죽음, 그것의 무리이고, 부드럽고 연약하다는 것은 삶, 그것의 무리라고 할 수 있어. (故堅強者死之徒,柔弱者生之徒)


그렇기에 굳고 단단한 '긴장'은 죽음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고, 부드럽고 연약함, '이완'은 삶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는 거야.


*이런 까닭에 병사가 강하면 곧 승리할 수 없고, 나무가 강하면 곧 병장기로 쓰이게 되는 것이니, (是以兵強則不勝,木強則兵)


예를 들어, 전쟁에서도 강한 병사는 앞서 싸우다 먼저 죽을 것이기에 ‘승리’를 누릴 수 없고, 자연 속 나무도 강한 재질의 나무는 금방 사람들에게 베어져 무기로 쓰이게 되어 자신의 생명을 잃게 돼.


*굳세고 거친 것은 낮은 (수준)에 머무른다는 것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높은 (수준)에 머무른다는 말이야. (強大處下,柔弱處上)


그렇기 때문에 노자가 보기에 긴장은 몸과 의식의 차원에서도 낮은 차원에 속하는 것이고, 이완이야말로 몸과 의식의 차원에서 높은 차원이라고 분류할 수 있다는 거야.”


【10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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