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젊은이

마음자동차 2

by 바이즈

4.

젊은이는 이론수업을 반은 알아듣고, 반은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나 노인이 어찌나 꼼꼼히 장황하고 길게 이야기를 반복해서 했는지, 젊은이의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었다.


젊은이가 노인의 이론수업을 7일 동안 듣고, 필기시험에 당당히 합격하게 되었고, 실기시험을 공부하기 위해 다시 교습소를 찾았다.


“선생님, 저 필기 합격했어요!! 감사해요. 이제 실기시험만 통과하면 마음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어요.


빨리 운전연습을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노인이 말했다.


“좋은 소식이야. 그럼 우선 학원비를 결제해주면 좋겠네.


마음자동차 운전은, 연습도 쉽지는 않지만, 자네라면 잘할 수 있을 거야.”


노인은 젊은이가 학원비를 인터넷뱅킹으로 계좌이체를 잘했음을 확인하고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실전이야.


마음자동차를 실제로 잘 운전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해.


운전하려면 마음자동차를 잘 다룰 수 있어야 해.


앞서 이론수업으로도 이야기했는데,


우선 마음자동차의 외부적 상황과 내부적 상황은 계속 변화하는 ‘무상 = 변화’의 성질이 있어.


그 변화를 '차체 = 바디'의 감각 센서를 통해 운전자는 정보를 전달받는데, 그것은 '지각'이라는 시동을 걸게 해.


'지각'은 순식간에 좋고 나쁨을 판단하여, 반응인 ‘생각, 감정, 기억, 감각’을 일으켜서, 마음자동차를 동요하게 만들어.


이 동요는 '갈망과 혐오'라는 연료를 태워서 마음자동차 전체를 흔들리게 하는 원인이 돼.


이렇게 되면, 운전자가 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자동차가 자기 멋대로 움직여서 사고를 발생시키게 되는 거야.


그렇기때문에, 반응하여 갈망과 혐오를 일으키지 않고 평정을 유지하면, 마음자동차 운전을 안전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야.


그럼 이제부터 실전 연습을 해보도록 하자고!”


노인은 젊은이에게 '마음'자동차를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연습을 시켰다.


노인은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자네, 자전거 탈 줄 알지?


마음자동차의 운전은 마치 자전거를 타는 것과 마찬가지야.


처음에는 '표면 의식'의 차원에서 핸들을 왼쪽 오른쪽으로 틀면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해.


그렇게 표면 의식에서 연습을 하고, 실제로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균형을 잡게 돼.


그렇게 균형을 잡는 것이 익숙해지면, 자전거를 타는 그 ‘앎 = 경험’은 표면 의식에서 '잠재의식'으로 넘어가게 되고, 잠재의식으로 자리 잡은 자전거 타기의 경험은 쉽게 말해, ‘그냥 탈 수 있게 된다’라고 밖에 할 수 없어.


익숙해진 자전거 타기는 딴생각, 심지어는 스마트폰을 보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게 돼.


이때, 잘 살펴보면 ‘나’라는 것, ‘나의 것’이라는 것, 잘 타고 싶다는 욕망 등등은 이미 없어.


즉, ‘무아’ 지경에서 일어나는 일이야.


그런 상태에서 자전거를 못 탔던 과거의 나를 돌아보면, 너무 많은 ‘자의식’이 오히려 자전거를 타는 균형을 깨뜨렸음을 알게 돼.


그렇지?”


젊은이가 대답했다.

“아! 그러니까 너무 자의식에 빠지지 말라는 말씀이신 거죠?


듣고 보니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는 뭔가 억지로 하려고 하는데, 자전거를 타는 법을 체득하면 아주 자연스럽게 ‘나’라는 의식 따위 없이 그냥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노인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래, 자네가 이해한 것처럼 자전거 타는 것과 마음자동차 타는 것은 사실 일맥상통하는 거야.”


5.

젊은이는 노인의 가르침을 받으며, 열심히 마음자동차를 타기 위해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표면 의식에서 시작하여 잠재의식으로 천천히 천천히 그렇게 연습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은이는 마음자동차를 타는 방법을 몸으로 체득하였고,

노인의 가르침을 명료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젊은이는 마음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는 마음자동차에서 자유롭게 내릴 수 도 있게 되었고,

마음자동차를 주차하고 한 참 동안 침묵 속에 있을 수 도 있게 되었다.


6.

세월이 흘렀다.


젊은이는 자신에게 마음자동차 사용법을 가르쳐준 노인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기 위해,

‘촴이슬’이라는 명품 술을 한 병, '쉰세계백화점'에서 구입하여 학원을 다시 방문하였다.


노인과 젊은이는 ‘촴이슬’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었다.



노인이 젊은이에게 뜬금없이 물었다.

“근데 자네 이름이 뭔가?”


젊은이가 답했다.

“아! 선생님께서 이제야 제 이름을 물어보시는군요.


제 이름은 ‘의식’입니다.


선생님 성함도 제가 여쭈어 보지 않았네요. 죄송해요. 선생님 성함은 어떻게 되세요?”



노인이 방긋 웃으면 대답했다.


“‘자각’이라고 한다네.”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