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짐과 가까움 그 어딘가.

by 고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우리 집 동네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고 밖에서나 안에서나 열심히 수다를 떨었다. 오후 3시부터 새벽 2시까지 긴 시간을 통해 미뤄왔던 이야기를 했다. —그 긴 시간 동안 무슨 이야기를 했냐고 물어보면 "그냥 사는 이야기를 했어"라고 하게 되는 그런 대화를 한 것 같다.


다음 날, 다 같이 점심을 먹고 카페에 잠깐 들렀다가 자연스레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오니 친구의 온기가 아직 남아있었다.


어질러진 이불을 살포시 턴 다음 곱게 접어 이불주머니에 넣는다. 술잔과 쓰레기들로 지저분한 식탁을 말끔하게 정리한다. 물기를 머금고 있는 수건을 빨래통에 넣는다. 바닥에 과자부스러기와 머리카락을 청소기로 강하게 빨아들인다. 창문을 열고 바람이 잘 드는 곳에 캔들워머를 켜놓는다. 베란다에 옮겨 놓은 흔들의자와 접어둔 러그를 거실에 펼친다. 큰 소리로 틀어놓은 음악을 들으면서 설거지를 한다.


우리 집의 자질구레한 것들 모두가 퍼즐처럼 원래 있던 자리로 차분하게 돌아갔다. —나의 공간으로 다시 서서히 탈바꿈하고 있었다.— 나는 곰돌이가 그려진 남색의 수면잠옷 상하의를 입고 깔끔해진 방을 쳐다봤다. 고독의 향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느리게 맞물리는 우리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다르다는 것을— 나는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연락하는 빈도와 만남의 횟수가 점점 줄어든 우리지만 시곗바늘처럼 돌고 돌아 오늘처럼 다시 만날 날이 또 올 것이다. 베란다 창문을 타고 사라진 따뜻한 공기 대신 서늘한 공기 속에서 나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말을 적어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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