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맞이로 친구와 함께 1000피스 퍼즐을 맞추기로 했다. 퍼즐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나는 500피스는 금방 끝날 것 같아서 1000피스를 골랐다. 피터팬 애니메이션 영화가 그려진 퍼즐이었는데 런던 밤 도시 위로 날아다니는 피터팬과 아이들 그리고 하늘의 구름 속에 네버랜드와 후크선장 일당들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었다.
친구와 점심을 먹으면서 영화 <피터팬>(1953)를 봤다. 영화를 보고 나서인지 퍼즐을 꺼내니 의욕과 애정이 샘솟았다. 서로 묵묵하게 4시간 반정도 맞추니 절반이 완성됐다. 남은 부분은 하늘 쪽이었는데 구름이 다 똑같이 생겨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결국 친구는 집에 갔고 나머지는 나 혼자 하기로 했다.
그만두고 싶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 퍼즐을 꼭 맞추고 싶었다. 아니 맞춰야 했다. 이대로 내팽개쳐 버리면 이번 한 해를 찝찝하게 보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해의 시작인데 시작을 제대로 끝맺음 짓고 싶었다. 그런 생각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고, 이 퍼즐은 단순한 퍼즐이 아니게 됐다. 여기에는 내 삶을 주저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다음날 1월 2일, 작은 누나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 함께 밤부터 새벽 2시까지 퍼즐의 빈 공간을 조금씩 채워나갔다. 작은누나는 지쳐 잠들었고, 그 이후로 거실에 홀로 앉아 음악도 없는 적막 속에서 새벽 4시 반까지 남은 조각을 채워 넣었다. 다 똑같이 생긴 구름조각은 이리저리 모양을 보면서 맞추는데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마지막 한 조각을 넣을 때 강력한 희열을 느끼겠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덤덤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끝내버린 기분이었다. 기념으로 사진촬영을 하고 난 다음 몽롱한 상태로 잠이 들었다.
시간으로 따지고 보면 친구와 함께 4시간 반, 누나와 2시간 반, 혼자서 2시간 반 작업했으니 혼자서 했다면 족히 16시간 정도 걸렸을 것이다. 내가 자의적으로 시간을 들여 지금처럼 진득하게 해 본 적이 언제였을까? 잘 기억나지 않는다. 피터팬 퍼즐을 통해 그런 감각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완성한 퍼즐은 액자에 넣을 생각이다. 거실 복도에 잘 보이는 곳에 두어 볼 때마다 용기를 얻어야겠다. 아무래도 이번 한 해의 문장은 ‘중도포기란 없다.’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