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기댄다.

by 고순

이상하게도 머리를 기대고 있는 것이 좋다. 그래서 머리가 무겁게 느껴질 때면 침대에 누워 있는다. 누울 때는 참 편하고 좋다. 그런데 좀 있다 보면 게으름이 밀려온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바닥에 깔린 러그처럼 그냥 그대로 쭉 널브러져 있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 의욕이 상실된 채로 그대로 잠이 든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흔들의자를 샀다. 흔들의자에 앉아 머리를 기댄 채 책을 읽는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졸음이 밀려온다. 흔들의자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다. 톨스토이의《세 죽음》에 나오는 마부 표도르.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에 나오는 “병자란 부드러움을 필요로 하며 무엇엔가 기대기를 좋아한다. 그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장.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갈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머리를 늘 기대고 싶은 마음은 게으름이라고. 그러니 머리를 제 힘으로 온전히 든 채 살아가라고.


그 이후로 머리를 기대는 습관을 경계하고 있다. 편안함을 빌미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내 속내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가 기대고 싶었던 것은 머리가 아니라 내 삶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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