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

by 고순



밖에 정직하게 내리는

폭우와 함께 천둥번개가 친다


베란다 문과 바깥 창문,

두 개의 두꺼운 유리문이

세상의 소리를 막아

하늘만 번쩍일 뿐

방안은 비명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하다


오늘따라

누가 장난을 심하게 하는지

하늘의 전등이 빈번하게 켜졌다, 꺼졌다

반복한다


눈을 감아도 섬광이 지나가는 게 느껴져

잠을 잘 수가 없다


커튼을 완전히 쳤다


커튼을 치니 베란다 바깥에서

쏟아지는 빛이

내 방으로 들어오지 못해 어두워졌다


세상의 빛과 소리가 단절된 방,

아무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공간이 됐다


침울하면서도

왠지 기분 좋은

모순된 감정으로 눈을 다시 감았다


비바람과 천둥으로 혼란스러운

밤 12시의 세상,


비 맞고 있는 식물과 동물도

비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도

젖어버린 인공물도 땅도

그 어떤 것도

지금의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원래 섞이지 못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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